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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사이트 커리어 다음에서 홍보업무를 하고 있는 신길자씨를 찾아갔다.
취업사이트 커리어 다음에서 홍보업무를 하고 있는 신길자씨를 찾아갔다. ⓒ 양중모
기업들의 정보를 정리해주는 취업사이트는 구직자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지만, 또 때로는 구직이 잘 안되면 괜스레 얄미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불만을 은밀히 인터뷰 도중 드러내고자 했던 내 계획은, 그녀의 저 한마디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인터뷰를 한다면서, 인터뷰 대상자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질문은 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에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게다가 이어 날아드는 한 마디로 내 머리 속은 '에러(error)'라는 낱말이 지배해, 인터뷰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허둥대기 시작했다.

"이런 건 저보다…."

그녀는 나를 배려해주는 듯 얼버무리긴 했지만, 지금껏 물었던 질문들은 '홍보업무 담당자보다 인사업무담당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맞지 않냐'는 뜻의 그 문장을 스스로 완성하는 순간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인터뷰하고 싶었지만, 그 전까지의 인터뷰가 쓸모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아 조금 더 질문을 한 후 인터뷰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취업사이트는 주로 수시 채용

처음으로 그녀에게 물은 건 '취업사이트에 어떤 경로로 입사했냐'는 것이었다. 기업체에 이렇게 들어가라고 조언하는 이들은, 대체 어떤 경로로 입사하는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전에 있던 (다른) 취업사이트에서 커리어다음으로 옮긴 경력직'이라고 했다. 취업사이트들은 '공채보다는 주로 경력직을 채용한다'고 했다.

"취업사이트들은 대부분 경력직을 뽑고, 결원시, 사업 확장시 수시 채용을 합니다. 공채는 드문 편이기에, 공채를 노리기는 힘들 것입니다."

취업사이트 컨설팅에서 지원서 작성법은 단골소재로 나오는데, 그렇다면 취업사이트에 들어오는 인재들은 정말 그렇게 쓰고 있는 것일까. 그녀가 들려준 말들은, 늘 들어오던 모범답안과 비슷했으나, 머리 속에 쉽게 쏙 들어왔다.

"'커리어다음에 지원한다'는 표현과 '귀사에 지원한다'는 표현은 분명히 다르거든요. 후자의 경우는 가차 없이 버립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작은 표현 하나에서 회사의 관심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판에 박은 듯한 질문을 하며, 색깔 없는 인터뷰가 될 듯 하여 약간 공격적 질문을 던져보았다.

비록 그녀는 '커리어다음에서는 헤드헌팅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구직자들 가운데는 '과연 헤드헌터는 다른 데 가면 뽑히기나 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이들 많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질문을 던져놓고, 속으로는 약간 그녀가 당황하길 바랐다. 뽑는 입장에서야 편하겠지만, 뽑히는 입장에서야 피말리는 과정이니, 그런 이들을 한 번쯤 마음껏 비판해보고 싶은 욕망이 약간 비뚤게 표출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녀는 도리어 불량 헤드헌터를 피하는 법을 말해주었다.

"그런 이들을 가려내는 법은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 분야 관련 전문 용어를 물어보는 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해 가려낼 수 있습니다."

공격이 별 효력이 없자, 평범하지만, 때론 곤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다 좋기만은 할 수 없잖아요. 정말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었다면요?"

"힘들었다기보다, 두려움을 느낀 적은 있어요. 제가 자료조사한 게 일간지 1면에 실렸는데, 그 때 '내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다소 어두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드문드문 활짝 웃는 그녀를 보는 순간, 머리 속을 재빨리 스치는 질문이 있었다.

취업사이트 직원 답게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취업사이트 직원 답게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 양중모
"취업강좌에서 이미지 컨설팅 많이 하는데, 취업 사이트에 몸담고 있는 분들도 그런 강의를 받나요? 또 실제로 그렇게 노력하나요?"

"이미지 관련 강의는 1년에 수시로 여러 번 강의를 받습니다. 또 '웃으며 인사하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저희들도 그렇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이르자 다소 민감한 질문이 하고 싶어졌다.

"인사담당자들이 신입사원을 뽑아놓고 보니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취업사이트에서는 개인 컨설팅 때, 개인의 능력을 잘 보이게 하려하다보니 포장만 그럴듯하게 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나요?"

그녀는 내가 생각 못 했던 부분까지 얘기해가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저흰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컨설팅을 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을 꺼내서 차별화시키는 것이죠. 그리고 인사담당자들도 100% 만족한 인사채용을 하기란 어렵다고 합니다. 정확한 인재상을 알기 위해서는 합숙 훈련이나 직무테스트 등 기업도 일정 부분 같이 노력을 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다 들었다 싶어,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달라고 하는 요청을 하자마자, 문장 서두에서 언급한 '취업사이트 홍보 업무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네요'라는 말로 순간 멍해졌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취업사이트 직원들은 과연 얼마나 잘할까 싶은 약간 배 아픈 심정에 인터뷰를 진행하고 곤란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약간 있었건만, 이렇게 되자 곤란해진 건 나였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에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뒤늦게 그에 관련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다.

"유용한 콘텐츠 생산, 프로그램 출연자 섭외, 보도자료 작성, 각종 여론조사 등을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가서야 그녀가 하는 직무를 묻게 되자 괜스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스쳐지나가는 생각, 인터뷰에 들어가면서, 그녀에게 한 문장으로 그녀를 소개하는 문장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자, 인터뷰 마지막에 다시 말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그 질문을 꺼냈다. 일종의 회심의 반격 카드라고나 할까.

신길자는 ? + ! 이다!

잠시동안 그녀가 생각하자, 솔직히 약간은 기뻤다. 내 기자로서의 약점을 들킨 것처럼 그녀의 약점 하나를 들추어내었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이어 들어오는 그녀가 자신을 표현한 '그게 무슨 뜻인데요?'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게 한 그 한마디에 난 그야말로 녹다운이 되고 말았다.

"신길자는 ?+!이다."

그게 대체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런 대답을 했다.

"구직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해 하고, 또 정말 그들의 입장에서 느껴, 그들의 구직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입니다."

일견 평범한 뜻인듯 하지만, 그걸, 저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취업사이트 직원도 분명히 그런 걸 잘 못할 거야'라고만 생각하고 바라본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인터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취업사이트가 때론 막연히 미워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구직 활동 뿐 아니라 취업 후에도 같이 갈 동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는 그냥 단순히 구직자들에게 우리 사이트가 채용정보를 얻어가기보다, 지금 저희들이 준비하고 있는 구직자 스트레스 해소 파티나, 스키 캠프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털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그 외 에피소드나 더 긴 이야기들은 제 블로그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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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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