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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 노인대학 '공학섭'(50) 학장(목사)의 축하인사
대대 노인대학 '공학섭'(50) 학장(목사)의 축하인사 ⓒ 김학수
지난 6일 '대대 노인대학'에 제1회 졸업식이 있던 날

좀더 예뻐 보여야 할텐데..
좀더 예뻐 보여야 할텐데.. ⓒ 김학수
모처럼 곱게 차려입은 한복에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장에 입장한 83명의 노인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고 흥분된 분위기다. 처음으로 써 보는 학사모가 조금은 어색한듯 이리저리 거울을 보며 얼굴 화장을 고치는 할머니 모습이 마치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천진한 모습처럼 진지하게만 느껴진다.

처음 써 보는 졸업 학사모에 기분이 최고다!
처음 써 보는 졸업 학사모에 기분이 최고다! ⓒ 김학수

제1회 순천 '대대 노인대학' 졸업식 모습(2005.12.6. 10:00)
제1회 순천 '대대 노인대학' 졸업식 모습(2005.12.6. 10:00) ⓒ 김학수
짧게는 1년 과정부터 길게는 3년 과정을 노인대학에서 생활하면서 공부해 왔던 과정을 수료하는 날. 학생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하얗게 늙어버린 머리카락을 곱게 넘겨 빗고 다소곳이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가 하면, 자녀들이 안겨준 졸업 꽃다발을 바라보며 연신 즐거워하는 할머니가 계시다. 곱게 쪽진 머리에 비녀를 꽂고 학사모를 쓰고 계시는 할머니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머리에 비녀를 꽂고 학사모를 쓰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이채롭다.
머리에 비녀를 꽂고 학사모를 쓰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이채롭다. ⓒ 김학수
대대 노인대학에서 최고령이신 할머니가 계신다고 해서 주인공을 찾았다. 93세의 소수엽(순천 대대동 서편마을) 할머니. 노인대학 3년 동안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열심이셨던 할머니를 그러나 졸업식장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그토록 학업에 열심이셨던 할머니가 졸업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졸업식 행사가 끝나고 수소문 끝에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친구가 눈에 밟혀서 못 갔소!"

안부를 여쭙는 내게 할머니가 대뜸 하시는 말씀이다. 열일곱 살에 순천 별량면에서 시집을 와서 할머니는 같은 나이의 친구 분을 만났다. 어려웠던 세상살이를 함께 부대끼며 살아왔고, 100살을 바라보는 연세에 서로 함께 의지하며 오순도순 노인대학에 다니며 생의 남은 여행길을 함께 해왔는데 마음의 위안을 주고 도우며 살았던 친구 '허' 할머니가 2주 전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단다.

"졸업식장에 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생각이 나 화가 나서 못갔어!"

친구와의 이별이 서러워 졸업식에 참석 하지못한 소수엽 할머니는 집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친구와의 이별이 서러워 졸업식에 참석 하지못한 소수엽 할머니는 집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 김학수
소수엽 할머니는 집에서 노인대학 '졸업장'을 대신 받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3년간의 '개근상'과 항상 모든 일에 모범이셨던 감사의 뜻을 모아 '소망상'을 함께 안겨 드렸다.

노인정으로 향하는 소수엽(93) 할머니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노인정으로 향하는 소수엽(93) 할머니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 김학수
12월 순천만에서 불어오는 갯바람이 차가워서일까? 그동안의 추억을 회상하듯 할머니의 눈 주위가 촉촉해진다. 할머니에게는 친구와 함께 할 수 없는 노인 대학의 졸업장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몇 남지 않은 친구들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지셨을까? 자동차로 모셔다 드리겠다는 말을 한사코 뿌리치시며 노인정으로 향하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

급격하게 고령화 되어가는 현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2004년 순천시는 '평생학습 도시'로 지정하면서 각 읍, 면, 동사무소에 노인대학을 설치해 운영해 오고 있다.

순천시 대대동에 위치한 대대교회의 '대대 노인대학' 전경
순천시 대대동에 위치한 대대교회의 '대대 노인대학' 전경 ⓒ 김학수
순천시 24개 동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 중에서 '대대 노인대학'은 학습효과가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 주민과 교회가 하나 되어 모든 노인들이 기쁨을 누리고 즐거워 할 수 있는 행복을 안겨 드리고 싶다"는 취지로 '공학섭(50) 목사(대대 노인대학 학장)'는 1993년 이곳에 처음 계절 노인학교를 개교하였다.

(좌)우길호 순천 도사동장, 김연풍 순천 보건소장, 김기태 순천시의원등이 행사를 빛내기 위해 참석했다.
(좌)우길호 순천 도사동장, 김연풍 순천 보건소장, 김기태 순천시의원등이 행사를 빛내기 위해 참석했다. ⓒ 김학수
2004년 순천시의 행정지침에 따라 '대대교회 계절 노인학교'가 대대동을 대표하는 '대대 노인대학'으로 지정이 되었다. "노인대학 이라기보다는 내 부모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운영해 온 결과 지역주민과 노인들이 노인대학의 존재를 기쁘게 즐기고 계신다"고 말하는 공학섭 학장(목사)는 젊은 딸 같은, 아들 같은, 사람들의 가르침을 즐겁게 받아주시고, 때로는 기쁨에 못 이겨 박수로 환영해 주시고, 행복한 마음들을 여과 없이 표현해 주시는 노인 분들을 볼 때마다 봉사의 기쁨을 안겨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식을 마치고 대대 노인대학은 이제 기나긴 겨울방학을 맞았다. 새봄이 오고 다시 대대 노인대학이 새로 개강할 때까지 모든 노인 분들이 건강하게 겨울을 지내고 다시 즐겁게 활짝 웃으며 만나 뵐 수 있기를 마음속 깊이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순천시청 홈페이지:www.suncheon.jeonna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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