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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XP 홈에디션.
윈도 XP 홈에디션. ⓒ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 '끼워팔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결정이 내려졌다.

공정위는 7일 MS에 3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를 분리해 판매하거나 끼워 팔 경우에는 경쟁제품을 동반 탑재해 판매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다음커뮤티케이션의 제소 이후 51개월을 끌어온 이번 공방은 경쟁당국의 제재조치로 결말을 보게됐다. 하지만 MS가 공정위의 심결 결과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하고 항소의 뜻을 밝혀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 결정 내려지기까지

세계 최대 IT기업인 MS에 대한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50개월여의 진통을 겪어야 했다.

지난 2001년 9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MS가 컴퓨터운영체제인 윈도에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를 끼워파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신고를 한 이후 공정위는 3년이 넘게 조사작업을 벌였다. 2002년 11월에는 미국의 리얼네트웍스도 MS의 끼워팔기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조사 끝에 지난 7월 제재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첫 전원회의를 열었고 모두 12차례나 회의를 반복했다. 이는 단일 사건 처리를 위해 가장 많은 회의가 개최된 것으로 제재여부와 수위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정위 심의가 막바지에 이르자 MS는 제재를 피하려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10월말에는 공정위 조사로 한국시장에서 윈도제품을 철수할 수도 있다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 물의를 빚었다.

또 분쟁 당사자 간 합의노력도 벌여 지난달 11일 리얼네트웍스에 7억6100만 달러를 주고 법적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고 이달 초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도 총 3000만 달러에 합의를 봤다. 그러나 공정위는 당사자간 합의와 법위반은 별개 사안이라며 심의를 강행해 결국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번 결정에 따라 MS는 시정명령일로부터 180일 안에 윈도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를 분리한 버전과 경쟁사 제품을 내려받을 수 있는 통로인 미디어플레이어센터 및 메신저센터를 포함한 버전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이미 판매된 윈도에 대해서는 CD공급과 인터넷업데이트를 통해 경쟁사 제품을 소비자들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 윈도 서버 운영체제에서 윈도 미디어 서버 프로그램도 분리해서 판매해야하며 이는 향후 10년간 효력이 지속된다.

향후 파장은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제재 조치를 내린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MS에 큰 짐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징금 규모가 MS 전체 매출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고 시정조치도 한국MS의 시장점유율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디어플레이어의 경우 MS가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현재 영화, 방송프로그램 등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들 대부분은 윈도미디어플레이어 규격에 맞춰 제작되고 있다. 때문에 MS가 공정위의 제재를 계기로 이를 분리해 따로 팔 경우 오히려 MS의 매출만 늘려줄 가능성이 있다.

메신저 시장도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이 이미 MSN메신저를 따돌리고 1위를 지키고 있어 이번 제재조치로 시장구도가 바뀌는 등의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1위 탈환을 노리던 MS의 입장에서는 향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MS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불공정 경쟁행위에 대한 소송에 직면해 있다. 이미 미국과 EU로부터는 제재를 받았고 최근에는 스웨덴과 이탈리아에서도 공정경쟁 위반 혐의로 제소를 당한 상태다.

실제로 '반MS'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각 국 IT업체들은 한국의 결정을 예의 주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EU에 이어 우리나라가 3번째로 MS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MS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PC에 멀티미디어 기능이 크게 강화된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미디어센터 에디션'을 탑재해 TV나 오디오 등 디지털 가전의 자리를 대체하겠다는 MS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MS의 끼워팔기에 제동을 걸 경우 앞으로 개발되는 응용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윈도에 탑재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S "한국의 법과 일치하지 않는다" 강력 반발

MS는 그동안 컴퓨터 운영체제도 휴대폰처럼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진화해나가야 한다는 논리로 끼워넣기를 통한 윈도의 기능 강화를 옹호해 왔다. 이러한 MS의 논리에 대해 전자업계에서는 MS가 컴퓨터 운영체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TV를 비롯한 다른 전자제품의 플랫폼을 장악할 수도 있다고 우려해 왔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이러한 '반MS 진영'의 우려를 일정부분 불식시킨 반면 MS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MS는 즉각 공정위 결정에 불복의 뜻을 밝히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MS측은 "이번 결정은 한국의 법과 일치하지 않고 한국의 기술 혁신 노력을 퇴보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지리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공정위는 MS가 소송을 제기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향후 양측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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