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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따사리 서기관과 쉼터 이주노동자 대화 장면
기따사리 서기관과 쉼터 이주노동자 대화 장면 ⓒ 고기복
“먼저, 저는 해외취업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말하겠습니다. 저는 아직 총각이었을 때 취업신청서를 냈었는데, 지금은 애까지 딸린 가장입니다. 그 와중에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저는 원래 촌놈인데, 지금은 주소가 자카르타입니다. 촌놈들 서류는 누군지 모르지만, 만날 아래로 내려놓는 사람이 있어서 출국하기 전에 주소를 옮겼습니다. 덕택에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느릿느릿하면서 또박 또박 털어놓기 시작한 그의 말에 자리에 함께 했던 친구들이 배꼽을 잡고 자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덕택에 자칫 형식적이고 딱딱한 분위기가 될 뻔했던 자리가 사심 없이 인도네시아 송출 관련 비리와 한국노동현장에서의 각종 인권침해 사례 등을 적나라하게 털어놓는 자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하산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래 말이 없고 숫기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던 하산이 달변으로 좌중을 휘어잡을 만큼 느긋하면서도 아주 밝은 성격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산, 너에게 그런 면이 있었니?'라고 묻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불과 닷새도 안 된 사이에 그가 밝은 모습을 되찾은 건, 자신을 때렸던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원래 천성이 밝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요 며칠 옆에서 지켜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고 보면 수많은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외국에 나와 주눅 들어서 그렇지, 고향에서는 나름대로 유머감각도 있고, 친구들과 웃고 즐길 줄 아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이해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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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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