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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의 선택은? 지난 11월 24일 서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황우석 교수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황 교수의 선택은? 지난 11월 24일 서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황우석 교수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구분하자. 실증 대상과 논란 대상은 가려야 한다. 지금은 그런 국면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넷 글을 계기로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문제가 이슈가 됐다. 그로부터 닷새.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기사의 대부분은 "~알려졌다"나 "~라고 하더라"로 끝맺고 있다. 미확인 첩보이거나 특정인의 입장이 그대로 기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사를 쏟아낼 국면이 아니다. 핵심 쟁점은 배아줄기세포가 진짜인가 가짜인가 하는 문제다. 이 문제에는 특정 입장을 끼워넣을 여지도 없고, 논란을 벌일 이유도 없다. 그저 실증을 하면 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 또다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실증 방법을 둘러싼 논란이다.

MBC < PD수첩 >은 황 교수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줄기세포주 5개를 민간기관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1개의 유전자 형질이 논문에 나온 것과 달랐으므로 2차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재검증을 의뢰했고, 애초 1차 검증에서 논문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1주 안에 2차 검증을 하기로 황 교수팀이 합의서까지 썼는데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황 교수팀은 < PD수첩 >의 검사 결과와 검사 방법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DNA 검사를 할 때 한 샘플의 DNA를 여러 벌 증폭시켜 한번에 검사하게 되므로 한번의 검사에서는 어느 쪽이든 결과가 같아야 하는데 < PD수첩 >의 의뢰를 받은 기관의 검사결과는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참관자 두명은 어디로 갔을까?

양쪽의 공방을 지켜보며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나타난다. < PD수첩 >과 황 교수팀은 애초에 검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황 교수팀에서 변호사와 과학자 각 한 명을 검사에 참관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양쪽의 공방에선 변호사와 과학자의 참관 내역, 그리고 참관 이후의 발언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 두 사람이 나서서 양쪽의 주장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 교통정리가 될 텐데도 두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황 교수팀은 < PD수첩 >의 조사결과 부실을 지적하면서 '한 법의학자'의 소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법의학자가 바로 그 '참관 과학자'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양쪽 모두 쉬운 길을 놔두고 구불구불 자갈길로 에둘러가는 이유가 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지만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공방은 얽히고 상황은 꼬이고 있다. 여기에다가 언론마저 저마다의 입장을 갖고 뛰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SBS는 어제 황 교수팀의 주장에 결과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내용을 보도했다. < PD수첩 >이 한 민간업체에 황교수팀의 줄기세포 DNA 검사를 의뢰했지만 대부분 검사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 아울러 "이 민간업체 관계자가 (< PD수첩 >이) 처음에는 제대혈 세포라고 했다가, (나중에) 줄기세포라고 하는 등 얼버무리고 넘어갔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 민간업체는 15개 시료 가운데 줄기세포가 몇 개인지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반면 <한겨레>는 오늘자에서 황 교수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하나 실었다.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DNA검사를 국과수에 의뢰했다고 밝혔지만, 의뢰기관은 국과수 본원이 아니라 지방 분소였으며, 제출한 것도 시료가 아니라 시료를 처리해 얻은 DNA였다고 보도했다. 결국 "통상적인 절차는 아니"었다는 내용이다.

누구도 시비 못 거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재검증만이 답이다

< PD수첩 >과 황 교수팀, 그리고 언론이 뒤엉켜 벌이는 공방은 대단히 소모적이다. 어차피 결론이 나질 않을 입씨름만 계속 하면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끊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논문 진위를 가릴 것인가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사안이기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위를 판별해내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애초 논문의 진위 문제를 제기한 < PD수첩 >이 '가짜 의혹'을 방송해야 하며, 이 의혹을 그 누구도 시비를 걸지 못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재검증하는 도리밖에는 없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언론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가 검토한 후 과학기술부나 보건복지부가 공신력있는 기관을 지정해 재검증을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보도가 무질서하게 엇갈리는 와중에서도 그나마 의견 일치를 보고 있는 유일한 사항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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