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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공항에서 찍은 울 엄마와 우리 식구 사진이에요. 딸아이 민주도 좋아하지만 울 엄마도 무척이나 흐뭇해 했어요.
광주 공항에서 찍은 울 엄마와 우리 식구 사진이에요. 딸아이 민주도 좋아하지만 울 엄마도 무척이나 흐뭇해 했어요. ⓒ 권성권
그런데도 내 딴엔 먼 여행길이라고 고집 피우고 싶다. 또 긴긴 여행길이라고 눌러대고 싶다. 그것은 울 엄마가 여태껏 며칠씩 집을 비우며 변변찮게 놀러 다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칠남매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그저 논과 밭에 매달려 죽자 살자 일해야만 했다. 더욱이 작년 들어서는 수술을 해야 했고, 그 뒤로는 다리마저 맘대로 따라 주지 않으니 마음 편하게 어느 곳 하나 즐길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니 이 번 길이 울 엄마에겐 먼 여행길일 수밖에 없고 또 긴 여행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도 '신안 앞바다'에서 올라온 울 엄마를 만난 곳은 광주에 사는 형네 집이었다. 형도 교회 사람들을 돌보느라 넉넉지 않은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 형편이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은 엄마와 함께 우리 식구들은 광주 공항으로 옮겨갔다.

"우리 삥아리(병아리) 새끼들 왔네."
"엄마, 잘 지내셨어요?"

"느그들도(너희들도) 잘 살았냐?"
"그렇지요. 어디 아픈 데는 괜찮으세요."

"나야 똑 같제이(같지). 그냥 냅(놔) 두랑께(두라고 하니까) 한사코 갈라고 그라냐(그러냐)?"
"이번에 가지 않으면 영영 못갈 수도 있잖아요."

비행기 창문 너머로 뭉게구름 하늘을 계속 쳐다 보는 울 엄마 모습이에요. 이 모습을 보니 그저 후회가 막급했어요. 좀더 젊으신 나이에 비행기를 태워 드렸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 뿐이었지요. '엄마! 죄송해요.'
비행기 창문 너머로 뭉게구름 하늘을 계속 쳐다 보는 울 엄마 모습이에요. 이 모습을 보니 그저 후회가 막급했어요. 좀더 젊으신 나이에 비행기를 태워 드렸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 뿐이었지요. '엄마! 죄송해요.' ⓒ 권성권
엄마와 우리 식구들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울 엄마는 '삥아리'란 말을 아직도 잊지 않고 한다. 그 '삥아리'란 다른 게 아니다. 그건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어렸을 때에 너무도 허약해서 제대로 크지 않을 것 같고, 또 군대에 가서도 제대로 군 생활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삥아리'라 붙인 것이다.

그 삥아리 되는 내가 자식들을 낳아서 기르고 또 데리고 왔으니, 만날 때마다 울 엄마는 '삥아리 새끼들 왔네. 삥아리 새끼들 왔네'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자(이제) 들어가면 된대야(되는 것이냐)?
"그럼요? 저쪽으로 가시죠."

"와따매(우와) 문 놈에(무슨) 사람들이 저러코롬(저렇게나) 많아 분대이(많을까)?"
"저 사람들도 다 여행 가는가 보죠?"

"근다고 저러코롬 많아분대?"
"또 아요? 다른 데 가는지."

드디어 비행기에 올라탔다. 하지만 우리가 탄 시간은 예정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었다. 아마도 그것이 국내선이라 그런 것 같았다. 만약 국제선이라면 기상이변이 없는 한 정각에 떴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그만큼 시간은 둘도 없는 신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은 나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내 딴엔 이 짧은 여행길을 알차고 금쪽 같이 보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던 것이다.

울 엄마와 딸아이 그리고 나와 아내는 나란히 날개달린 쪽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안내 방송에 따라 벨트를 매고 곧바로 하늘을 향해 올라 떴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울 엄마도 그런대로 태연한 것 같았다. 울렁거리는 기색도 없이 평온해 보였다. 그리곤 울 엄마는 비행기 창문 사이로 펼쳐져 있는 뭉게구름 하늘을 자꾸자꾸 쳐다보고 있었다.

칠순 넘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보는 울 엄마
비행기 창문 너머로
뭉게구름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울 엄마
그리곤 종종 웃으시는 울 엄마
그런 울 엄마를 바라보는 나는
그저 송구하여 마른 눈물을 삼킨다
좀더 이른 나이에 태워드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지없는 후회가 밀려든다
아! 어머니,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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