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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여의도 둔치에 모인 여성농민들이 쌀개방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한 고 오추옥씨의 영정을 들고 국회앞으로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21일 오후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여의도 둔치에 모인 여성농민들이 쌀개방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한 고 오추옥씨의 영정을 들고 국회앞으로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여의도 한강둔치 청소년광장에서 '고 오추옥 열사 추모 및 우리 농업살리기 전국농민총궐기 대회'를 개최한 농민들이 국회를 향해 행진을 벌였으나 마포대교 아래쪽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여의도 한강둔치 청소년광장에서 '고 오추옥 열사 추모 및 우리 농업살리기 전국농민총궐기 대회'를 개최한 농민들이 국회를 향해 행진을 벌였으나 마포대교 아래쪽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3신 : 21일 오후 6시 35분]

가로막힌 농민 행진 "아이들에게 민족의 밥을"


농민들은 21일 오후 4시20분께 궐기대회를 마치고 국회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대열의 맨 앞에 선 것은 고 오추옥씨의 영정과 만장이었다.

경찰이 강변도로로 올라가는 입구를 막고 있어 농민들은 도로 아래에 있는 한강 둔치를 따라 행진했다. 그러나 행진을 시작한 지 15분 만에 농민들은 대기하고 있던 경찰 병력에 가로막혔다.

농민들은 국회로 나아가는 길을 열 것을 요구하며 몸으로 경찰 대오를 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15분 정도 몸싸움을 벌였음에도 길이 열리지 않자 농민들은 행진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정리집회를 열었다.

윤금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회장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농민들이 비통한 심정으로 이 곳에 오고자 했으나 경찰은 원천봉쇄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쌀 협상 비준안'을 23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오늘은 집회를 봉쇄당했지만 이 땅 가난한 이들의 항거는 계속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빈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어머니, 아버지들을 이렇게 내몰아도 되는 건가"라고 물은 뒤 "정부는 농민말살 정책을 당장 그만두고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 민족의 밥을 먹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농민들은 정리집회를 마친 뒤 오후 5시30분께 해산했다.


쌀개방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한 고 오추옥씨의 남편이 울먹이며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쌀개방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한 고 오추옥씨의 남편이 울먹이며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 오추옥 열사 추모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상복을 입은 여성농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오추옥 열사 추모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상복을 입은 여성농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의 원천봉쇄로 인해 3만명을 예상했던 집회가 400여명으로 축소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차가운 강바람에 농민들이 잔뜩 움추려 있다.
경찰의 원천봉쇄로 인해 3만명을 예상했던 집회가 400여명으로 축소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차가운 강바람에 농민들이 잔뜩 움추려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 21일 오후 4시 5분]

"오추옥씨, 마지막까지 쌀 걱정"... 경찰, 해산 경고


차가운 강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지만 쌀협상 비준저지를 촉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쌀비준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10년 내에 350만 농민 중 200만명이 사라질 것"이라며 "열사들의 뜻을 받아 끝까지 통과를 막아내자"고 말했다.

이정주 한국생협연합회장은 "여러분들이 정성껏 생산한 농산물을 감사히 먹고 있는 소비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농업문제를 농민들만의 문제로 생각하는 무책임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이어 이 회장은 "그러나 지난 10월 30일 우리농업살리기 소비자 1만인대회를 연 데서도 알 수 있듯 소비자들도 식량주권 수호에 나섰으니 농민 여러분들은 너무 절망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농민들은 "쌀개방 안 돼" "쌀개방 박살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문화공연을 위해 무대로 올라온 노래패 '우리나라'는 "오추옥 농민의 정신을 이어받자"고 외쳤다.

이런 가운데 고 오추옥씨의 형부 김상곤(46)씨와 남편 이용식(44)씨가 무대로 올라왔다. 형부 김씨는 "식량은 핵보다 더 무서운 무기이고 쌀은 그만큼 중요한 물품이기에 고인은 떠나는 순간까지 쌀 문제를 걱정했다"며 "쌀을 끝까지 지키자"고 호소했다. 김씨와 함께 무대에 올라온 남편 이씨는 목이 메이는 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내려갔다.

경찰은 오후 3시 50분께 농민들을 향해 '불법집회를 즉각 해산하라'는 1차 해산 경고방송을 했다.


농민집회에 사용할 대나무 만장을 경찰이 압수하고 있다.
농민집회에 사용할 대나무 만장을 경찰이 압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여의도 둔치앞을 지나는 관광버스를 경찰이 검문하고 있다. 이 버스는 KBS 견학을 가는 차량으로 밝혀졌다.
여의도 둔치앞을 지나는 관광버스를 경찰이 검문하고 있다. 이 버스는 KBS 견학을 가는 차량으로 밝혀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청와대를 풍자하는 그림이 집회장 부근에서 경찰에 압수당하고 있다.
청와대를 풍자하는 그림이 집회장 부근에서 경찰에 압수당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신 : 21일 오후 3시 20분]

쌀 관세화 상정 앞두고, 연일 농민단체 시위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이 23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농민단체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합(전농),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등 쌀협상 국회비준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농민단체들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변 청소년광장에서 '고 오추옥 열사 추모 우리 농업살리기 전국농민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날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각 지역에서 올라온 농민 700여명은 "쌀협상 국회비준 반대" "농민집회 원천봉쇄하는 경찰규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업회생의 근본 대책이 전혀 없는 정부와 정치권의 쌀협상 국회비준 강행을 온몸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정치권은 쌀 대란 해소 대책마련에 성의를 기울이라"면서 "음독자결로써 농정실패상을 폭로해야 했던 정용품, 오추옥, 한상민 농민의 희생과 피눈물에 반드시 화답하라"고 촉구했다.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는 "오추옥 열사는 WTO와 신자유주의에 의해 사형집행을 당한 것"이라며 "오추옥 열사뿐 아니라 많은 농민들과 노동자들도 쌀 문제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순간 같은 처지에 놓이는 게 요즘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주최 측은 무대 오른편에 고 오추옥씨 영정과 분향소를 마련했다. 현재 경찰은 행사장으로 향하는 입구를 겹겹이 둘러싼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시위용품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 반입 자체를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농민들이 여러 차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농민들은 대회를 마친 뒤 오후 4시를 전후해 국회 방향으로 진출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이를 가로막을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한편 비대위 관계자들은 "오늘 전국적으로 5만명 이상이 올라올 예정이었으나 각 지역마다 경찰이 농민들의 출발을 원천봉쇄해 서울에 올라오지 못한 농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집회와 관련, 농민단체들에게 집회금지 및 원천봉쇄의 뜻을 거듭 밝혀왔다. 경찰은 'APEC 반대집회' 등과 같은 폭력집회를 우려한다면서 '21일 농민대회는 정상적으로 신고가 돼 있지만 24시간 전에만 '집회금지' 통보를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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