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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반야 바라밀다……" 인터뷰 약속을 위해 임윤수 기자에게 전화를 걸자 나오는 독특한 컬러링 소리다. 스님보다 더 스님 같은 분위기의 글과 그만의 사색으로 독자층이 두터운 그는 작년과 올해 <걸망에 담아온 산사 이야기1, 2>(가야넷)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다. 그의 산사 기행 연재 가운데 첫 기사로 다룬 충북 진천의 보탑사를 함께 돌아보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자신의 산사 기행 첫 기사로 다루었던 보탑사를 들어서며 유래며 건축적 특징을 설명하는 임윤수 기자.
ⓒ 심은식
그와 불교의 묘한 인연

산사 기행을 한다니 사람들은 임윤수 기자가 불심이 깊은 신자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불교도는 아니다.

▲ <걸망에 담아온 산사 이야기> 책 표지.
ⓒ 가야넷
"어머니가 불교 신자이기는 하셨지만 저 같은 경우 꼭 불교 신자라고 할 수는 없었어요. 얼마 전까지는 절에 가서 절도 안 했으니까요. 전 불전함에 돈도 안 넣어요. 대신 스님들 사진을 찍어 드리는 사진 보시는 자주 해요."

건강을 위해 산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산사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오마이뉴스>에 접속해 시민기자로 가입했고 당시 새만금 살리기 3보1배를 하던 수경 스님의 사진을 올리면서 산사 기행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산사를 돌아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우리 나라 절은 다 다녀 보겠다고 결심했지요. 하지만 그게 건방진 생각이었던 게 알고 보니 전통 사찰로 지정된 곳만도 3000곳이 넘더라구요. 이제 겨우 700곳 정도 돌았으니 아직도 2300개나 남은 셈이네요."

그가 산사를 아끼고 돌보는 마음은 평범하지 않다. 함께 둘러본 보탑사에서 그는 마당에 화초처럼 심어진 배추들이 몇 포기인지, 이곳의 어디에 가면 조용히 쉴 수 있는지 줄줄이 알고 있었다.

▲ 임윤수 기자가 '해탈 배추'라고 이름 붙인 마당의 배추들. 그는 배추가 212포기라고 스님도 모를 사실을 말해 주었다. 이런 작은 부분에 대한 애정과 관찰력이 그의 기사를 맛나고 생동감 있게 하는 게 아닐까.
ⓒ 심은식
예측불허의 그 남자, 임윤수

그가 다루는 주제가 산사이어서가 아니라도 임윤수 기자를 떠올리면 아주 단정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가 말해준 자신의 과거는 가출과 커닝, 상상을 초월하는 결석 일수에, 군대 있는 동안 받은 수천 통의 편지, 복잡한 서울이 싫어 서울 사는 친구들을 만나려면 교외로 불러내서 만난다는 얘기까지, 깜짝 놀랄 만큼 자유분방한 기행이 줄줄이 이어졌다.

▲ 임윤수 기자의 부지런한 신발과 10년째 사용 중이라는 등산용 지팡이.
ⓒ 심은식
예를 들어 작년에는 365일을 하루도 안 빼고 꼬박 108배를 했다고 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뛴 날에도, 상가집을 다녀오다가도 그날 분의 절을 하기 위해 자정 30분 전 차에서 내려 길가에 담요를 깔고 절을 했다고 한다. 그는 도대체 왜 그런 힘든 일을 하는 것일까?

"나이가 드니까 의지력도 약해지고 그렇더군요. 뭔가 약속을 정해서 자신을 추스르는 의미예요."

담배를 끊은 지 18년, 술 끊은 지 3년, 마라톤 완주 메달 30여 개, 올해의 주제는 오후 3시 이후 불식수행이라 그 시간 이후로는 물만 마신다는 그의 얘기에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올 11월 30일이면 꼭 1년의 금식 기간이 끝난다는 그에게 그럼 다음 번 목표는 뭐냐고 묻자 아직 생각 안 해 봤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역시 임윤수 기자는 스님보다 더 스님 같았다.

그러나 그런 기행들 뒤에는 모두 사연과 반성이 담겨 있다. 그의 기사가 많은 이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런 남다른 의지와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려지는 게 싫어 책을 낼 때도 저자 인터뷰를 안한다는 조건을 걸고, 책이 나온 후로는 산사를 가도 더 조심해서 슬그머니 다녀온다는 임윤수 기자. 그의 소박한 걸망에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지 사뭇 궁금하다.

▲ 차 뒤에는 우비, 예비용 등산화, 버너 등 여행 준비가 항상 갖춰져 있다.
ⓒ 심은식

임윤수 기자가 말하는 '인간 임윤수'

ⓒ심은식

첩첩산골 충북 괴산에서 1960년에 태어났습니다. 죽을까 봐 그랬는지 출생 신고를 늦게 하여 주민등록상엔 61년 생으로 되어 있답니다. 역마살이 낀 데다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말을 그대로 믿어서인지 어릴 때부터 지금껏 돌아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좋은 산 좋은 곳에 가면 산사가 있기에 다녀온 흔적으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짊어진 걸망은 카메라와 기억력인 듯합니다. 4년 동안 산사 찾아다니며 마음을 비우진 못했어도 과체중이던 육신의 무게는 14kg이나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정말 혼자이고 싶을 때는 산사를 찾거나 100리 길 달려야 하는 마라톤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실로 30여 개의 완주 메달과 제 이름을 넣은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매일 돌아다니기만 하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충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공학 박사로 전공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상변태를 전공했지만 삶적으로는 심변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낙엽은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고 인생은 올 때 그랬듯 빈손으로, 흙으로 간다는 것을 알기에 넉넉한 마음으로 허허거리며 살려고, 그 여유를 탁발하러 산사를 찾아다닙니다. 뭔가 모자란 듯한 생각이 들면 담길 것 없는 걸망 하나 둘러메고 산사 풍경 소리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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