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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그는 "상호관계의 선행적 필수조건인 인과관계를 무시하고 오늘과 내일은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에만 관심을 갖고 논의한다는 것은 큰 모순"이라고 전제하면서 "지금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제(APEC) 회의도 마찬가지 관계로 귀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동북아 6자회담에 의한 평화구조와 공동의 번영구축이 주된 의제가 되고 있지만 마치 사상과 이념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망각한 채 곧 내일이면 모든 게 실현될 것처럼 인식하려 들고 있는 데, 자칫 반역사적 뿌리를 받아들이려는 이치와 같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최근 우리 주변 상황을 보면 역사적인 배경은 고려치 않고 마치 유럽연합(EU)처럼 2천년 이상을 종교와 사상, 이념, 생활습관 등 제반 인과관계를 함께 해 온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만 보더라도 동북아 주변 국가들은 이 한 가지 문제만을 놓고도 몇 백 년 더 고민해야 것"이라 말한 그는 개선을 위한 선행 조건들을 사례별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 나치 독일과 유태인 그리고 오늘날의 유태인과 팔레스타인, 아랍권 국가들과 동북아 국가들의 인과관계를 설명한 뒤 이러한 인과관계는 "늘 미국의 폭력적 기능에 귀착 된다"고 강조했다.

즉 미국의 제국주의와 패권주의 세력은 폭력적 기능을 움직이는 온갖 철학과 사상을 아랍에서도, 동북아에서도 적용하고 있음에도 공동체, 평화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북핵문제는 미국의 핵전략 정책문제와 같아"

그는 한반도 문제로 접근하여 "북핵문제라는 게 뭐냐?"라고 물은 뒤 "단지 언어학적 해석으로서 '북한과 관련한 핵문제'로 압축하여 표현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하면서 "북핵문제는 엄격히 말하자면 미국의 대북한 핵전략 정책의 문제가 내포돼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따라서 일부 언론들이 북핵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북한이 핵을 만들어 동북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쳐 보이는 것은 내용과 개념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 것이며 이는 또한 역사적 인과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사고와 사회의 혼란을 가져오게 한 요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특히 "수구 보수언론들이 이러한 명칭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대중의식을 마비시키고 왜곡시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부시 대통령의 명분과 명칭 또한 조작과 왜곡된 경우"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핵문제는 미국의 핵전략과 대북 정책 사이에서 어떤 인과관계로 이어져 왔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그는 1953년 휴전협정 당시의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50여 년 동안 충실히 지킨 게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국제관계에서 취해온 불변의 이치는 철저한 자신들의 이익원칙이 보장되는 것을 강요하고 실천해 왔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북핵 위협, 휴전협정 지키지 않은 미국에도 큰 책임"

"북핵문제는 처음부터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한 그는 "1953년 휴전협정 이래 미국이 휴전협정만 잘 지켰더라도 지금처럼 핵 위협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박정희 군사정권 출범이후 강력한 반공주의를 표방하는 동시에 미국의 핵 전술전과도 같은 '팀 스프리트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북한의 대응태세를 상대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금은 덜하지만 휴전협정 이후 남북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휴전협정을 위반한 사례는 남한이 45만6천건 이상, 북한은 42만4천건 이상 이르렀음이 중립국 감시단의 공식문서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철저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행태를 비판한 그는 "미국은 그동안 부패한 나라 혹은 민주주의와 민중의 이익 또는 인권이 무시되는 나라, 소수의 자본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철저하게 이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져 22개 중남미 국가들이 그동안 미국의 뒤뜰국가에선 이젠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념, 갈등 논란 접고 정신 바짝 차리며 대응할 때"

그는 "최근 열린 중남미국가회의에서 관련국들이 부시대통령을 철저히 무시했다"며 "이라크 침공이후 '부시'는 마치 '세계의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아직도 존경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칠레와 이란, 인도네시아 등에서 취해온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는 촘스키의 지적대로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그는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북핵문제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 또한 중요한 변수임을 그는 아울러 경고했다. 즉 미국과 중국은 서로 반반씩 물려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 자명하지만 양국 사이에서 자국이익을 위해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과 대만 역시 한반도 평화의 중요한 매개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대응할 때"라고 강조한 그는 "한반도 평화는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놓고 갈등과 이념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리사회 내부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낙관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상황은 인식하자"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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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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