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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진 의원 출판기념회를 찾아, 박 의원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건 전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진 의원 출판기념회를 찾아, 박 의원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쟁탈전이 일단 '6파전'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박진 의원(서울 종로·한나라당)은 14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서는 세번째 출판기념회를 갖고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지자와 당원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서 <박진감 있는 돌고래 다이어트> 출판기념회를 갖고 내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0월 27일에 홍준표 의원이 일찌감치 출판기념회를 연 데 이어, 지난 11월 3일에는 이재오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가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박진 의원을 포함한 3인은 서울에서, 그것도 강북에서 지난 총선 당시 휘몰아친 탄핵 역풍을 뚫고 살아남은 몇 안되는 자생력 있는 정치인들이다.

이외에도 출마를 위해 정책위의장을 내놓은 맹형규 의원은 '한강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란 책을 내기로 했으며, 최근 출마의사를 밝힌 진영 의원도 '희망의 정치'란 가제로 정치 칼럼집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역시 출마 의사를 밝힌 박계동 의원만 오는 15일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고 출사표를 던진다.

YS, 이례적으로 참석해 '준비된 축사'로 격려... 이회창 전 총재도 참석

갈수록 내부 경선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래서인지 박진 의원은 이날 출판기념회에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매머드급으로 출동시켜 이들과의 연대와 세력을 과시했다.

우선 출판기념회로서는 보기 드물게 김영삼 전 대통령,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만섭·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희태 국회 부의장,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김진홍 목사(뉴라이트 전국연합 대표), 제프리 존스 전 주한상공회의소 대표 등이 총출동해 축사를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참석해 박 의원을 격려했으나 축사는 하지 않았다.

퇴임 후 모처럼 '정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청와대 있을 때 5년 동안 박 의원과 함께 매일 5시에 일어나 4㎞를 뛰었다"면서 "(자신은) 평소 출판기념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아끼고 좋아하는 박진 의원이어서 기꺼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박진 의원은 누구보다 의지가 굳고 정신력이 강해 돌고래 다이어트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자신과 싸워 승리하는 자는 능히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박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를 격려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박 의원이 정치학 교수와 청와대 비서관, 국제변호사, 국회의원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큰 뜻을 펼쳐나가기를 바란다"면서 "지금 어렵고 고통받는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훌륭한 정치인으로서 큰일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치사했다.

박근혜 대표 "당의 보배"... 이명박 시장 "나를 따라오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등 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진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등 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진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어 축사에 나선 박근혜 대표는 "정치를 하다보면 의정활동에 바빠 책 한권 제대로 읽기도 힘든데 박 의원은 빛나는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책을 썼다"면서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보배와 같은 분이고, 박력 넘치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치인이며, 정책이면 정책, 능력이면 능력 등 모든 것이 부족함이 없는 당의 인재"라고 치사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박 의원을 생각하면 훤칠한 키에 풍채 좋은 모습이 떠오르는데 3개월간 18㎏을 감량해 예전 모습을 찾기 어려워 섭섭했다"고 '섭섭함'을 표시한 뒤에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돌고래처럼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큰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박진 의원은 맹형규 전 정책위의장과 함께 '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된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자신이 서울 종로구에서 정치를 처음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에 "경기고·서울법대를 나온 박 의원은 야간학교를 나온 나와는 출신지와 학력 등 모든 배경이 전혀 다른데 나를 따라오고 있다"면서 "박 의원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목적을 차근차근 달성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말은 박 의원이 자신처럼 종로 국회의원에 이어 서울시장에 도전한 것을 가리킨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서울시장 도전에 성공할 경우 차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된다. 결국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이 시장의 말은 본인의 대권 의지를 간접 피력한 것으로도 들린다.

이어 등단한 박 의원은 "살찐 돌고래에서 '몸짱' 돌고래로 다시 태어난 박진이다"고 인사한 뒤에 "다이어트라는 자기 도전과 개혁으로 정신이 달라지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면서 강력한 도전의지를 드러냈다.

박 의원은 또 "청계천 복원은 환경과 인간을 분리한 개발이 아니라 환경과 인간이 하나 되는 융화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면서 "이명박 시장이 닫혀있던 청계천에 광명의 빛을 열었다"고 청계천 모델을 추켜세웠다.

청계천 복개와 청계고가도로는 70년대 개발독재의 상징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계고가도로와 경부고속도로로 상징되는 개발독재·산업화의 '그랜드 디자이너'라면,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명박 시장은 그 그랜드 디자인을 충실히 이행한 시공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닫은 청계천의 '뚜껑'을 열었으며, 이 시장의 새로운 청계천 모델과 이 시장의 길을 따르려는 박진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된다.

맹형규·박진·이재오·홍준표 4인이 서울시장 후보 '빅4'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진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진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맹형규·박진·이재오·홍준표' 4인이 서울시장 후보 '빅4'로 꼽힌다. 이 가운데 주류로 분류되는 맹형규 의원과 박진 의원은 '친박'이자 당내 최대 계파인 '국민생각'의 전·현직 회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에 홍준표 의원과 이재오 의원은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우열이 가려지면 '친박'(친박근혜)의 '맹·박' 진영과 '친이'(친이명박)의 '이·홍' 진영이 서로 후보 단일화를 해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박 의원은 주변에서 3개월에 18㎏을 감량한 자신을 '독종'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한 뒤에 "다이어트가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작은 도전이었다면, 이제는 주변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더 큰 도전을 하고 싶다"면서 "젊은 서울, 푸른 서울, 그리고 작지만 강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독종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서울시장 경선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한 엘리트 정치인이 '비만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체험기를 기록한 <박진감 있는 돌고래 다이어트>는 철저히 기획된 '상품'이다. 어쩌면 다이어트 자체가 책을 쓰기 위해 기획된 것이며 책 쓰기와 출판기념회는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획'을 잘해도 3개월에 18㎏ 감량이라는 초인적인 인내와 실천이 없었다면 책 쓰기도, 출판기념회도, 그리고 서울시장 출사표도 없었을 것이다. 그점에서 그의 다이어트 체험기는 다른 정치인들의 책처럼 공허하지 않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YS는 9선이고 나는 8선 의원인데 국회의장만 두번 하고 대통령은 못했다"고 전제하고 "YS와의 차이점은 내가 (대통령) 의지는 있는데 인내심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3개월에 18㎏을 감량한) 박진 의원은 의지와 인내심을 모두 갖췄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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