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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오늘 또 경기도 양주시 회암동에 있는 천보산에 등산을 했다. 차고 냉랭한 바람이 암벽등반을 위해 박아놓은 밧줄을 맨손으로 잡기엔 벌써 손이 시리다.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하산 길에 큰아이가 “아빠 왜 사람들은 산의 고마움을 모르고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우리가 주워가요” 하였다. 큰아이의 쓴 소리에 녀석이 어느새 저렇게 커 어른다운지 대견스러워 혼자 미소를 지으며 녀석을 바라보는데 쓰레기를 주워담던 큰아이가 “아빠 이게 뭐예요” 다가가 보니 베짱이였다.
“아빠 베짱이가 왜 움직이지 안죠, 죽은 거 아녜요?”
살펴보니 정말 움직이질 않는다. 불쌍하게 사람의 발에 밟혀 죽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것 같다.
“아빠 여기도 있어요, 얘도 죽은 거 같아요” 그랬다, 이제야 녀석들이 죽어가는 이유를 알았다.
천보산엔 벌써 단풍이지고 녹색의 풀이라고는 한 포기도 없다. 바싹 마른 갈잎 낙엽만 수북하다. 날씨가 춥고 먹이가 없으니 죽어가는 것은 당연 논리인 것 같았다.
순간 교과서에서 보던 베짱이와 개미 우화가 떠오른다. 여름내 노래만 부르며 놀던 베짱이는 더위에 땀을 흘리며 겨우살이 준비에 한창인 개미에게 일 밖엔 모른 바보라고 놀려 대다가 눈보라 치는 한겨울에 배가 고파 후회하며 이곳저곳 먹이 구걸을 다닌다는 이야기….
바로 이 녀석이 여름내 노래만 부르다가 배가 고파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죽어가는 것을 눈앞에 보며 애처로웠다. 쓰레기를 줍는 큰아이가 아빠 여기도 베짱이가 또 죽었어요, 할까 은근히 겁이나 서둘러 내려가자고 독촉하여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청미래덩쿨(맹감)를 만나 가을을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잠시 베짱이의 미련스러움을 잊을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