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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의장과 농민연대 대표들이 면담하고 있다. 정 의장은 끝내 이들과 손을 잡지못했다. 정 의장이 쓴 웃음을 짓고있다.
정세균 의장과 농민연대 대표들이 면담하고 있다. 정 의장은 끝내 이들과 손을 잡지못했다. 정 의장이 쓴 웃음을 짓고있다. ⓒ 광주드림 이광재
이날은 공교롭게도 '농업인의 날'이자 열린우리당 창당 '2주년 기념일'이다. 창당 2주년을 맞이한 열린우리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전남에서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7일부터 전농 광주전남연맹 등 광주전남농민연대는 쌀 1만여 가마를 도청 주변에 야적하고, 허연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 등 5명이 삭발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 한 바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개청식 참석이 무산되자 농민연대는 3당 대표들에게 면담을 요청해 이날 개청식 전후에 면담 자리가 마련됐다.

농민연대의 면담 장소와 과정은 농민들의 각 정당에 대한 입장을 그대로 드러냈다. 농민연대 대표들은 '16일 쌀협상 국회 비준안 본회의 상정'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 대표와 민주당 한 대표의 면담을 농성을 하고있는 천막에서 진행했다. 면담을 마친 이들 대표들이 악수를 청하자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그러나 정세균 열린우리당 임시의장에게만은 찬 바람이 불었다. 농민연대는 정 의장 일행을 천막이 아닌 나락이 야적해 있는 노상에서 맞았다.

그것도 처음에는 "면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가라"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정 의장은 애초 천막에서 면담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으나 농민연대가 노상에서 면담을 진행하려하자 "약속이 틀리다"며 "이러면 못하겠다"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에 대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곽길성 농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쌓여있는 쌀을 보라"며 "가라, 어차피 농성장이 쌀이다, 쌀이 무서우면 집권을 안해야지, 싫으면 가버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 의장은 도청 입구 등에 야적돼 있는 나락 가마 앞에서 농민연대와 면담했다.

하지만 면담을 끝낸 정 의장의 손은 민망했다. 농민연대 대표들이 "이런 고생않하도록 하겠다"며 악수를 청하려는 정 의장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민연대 대표들은 "농민을 다 죽이겠다는데 무슨 놈의 악수냐"고 거절했다.

박근혜 "14일 의총서 논의", 한화갑 "막겠다", 정세균 "억지 소리"

농민연대는 정세균 우리당 의장과는 달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을 천막 안에서 진행했다. 박 대표와 한 대표는 각각 14일 의원총회와 대표단회의에서 '처리 연기'에 대한 당론채택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농민연대는 정세균 우리당 의장과는 달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을 천막 안에서 진행했다. 박 대표와 한 대표는 각각 14일 의원총회와 대표단회의에서 '처리 연기'에 대한 당론채택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광주드림 이광재
농민연대 대표들은 이날 면담 과정에서 3당 대표들에게 '쌀 협상안 국회비준안 16일 본회의 처리 연기'와 '추곡수매제 부활'을 요구했다. 특히 쌀 협상 비준안 처리에 대해 '처리 연기에 대한 당론' 채택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국가간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여유를 갖고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 16일 처리 연기를 당론으로 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론은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최대한 노력하겠다, 다음주 월요일(14일) 의원총회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밝히고 "농민들의 입장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당직자로 보이는 한 관계자는 "의사일정은 여야간 협의된 사항이다"며 "의사일정을 의논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기도했다. 이에 따라 14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처리 연기냐' '처리 여부 당론채택이냐' 등 논의 수위와 결과에 따라 쌀 비준안 처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비준안 처리에 대해 자유투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화갑 대표는 더 나아가 "쌀 협상을 다시해야 한다, 미국과 앉아서 '예, 예'만 했다"고 정부의 협상력을 비판하고 "민주노동당과 함께 비준안 상정을 막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당론 결정'여부에 대해 "14일 대표단 회의에서 결의해 빨리 발표하겠다"고 확약했다.

반면 정세균 의장은 추곡수매제와 직불제 문제, 쌀 협상안 등에 대한 농민연대 대표들의 주장에 "억지 소리를 하느냐, 상황을 잘 알지않느냐"며 "원래 관세화유예는 10년이었다, 모든 나라와 협약했는데 우리가 추궁받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처리를 강행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논의하고 있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당론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유선호 의원과 정 의장은 '전남서부권당원협의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쌀 협상안 국회 비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유선호 의원(열린우리당 전남도당위원장)은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 결과를 지켜보자고 하는데 이번에 연기되면 지금의 혼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혼란이 눈에 뻔하게 보인다"며 "정략적으로 이용해서 더욱 더 큰 아픔을 농민들에게 주면 안된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을 겨냥했다.

한편 면담 과정을 지켜본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광주전남지역에서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돌아서지 않고있는데 면담 과정이 꼭 당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개청식 행사 후 '평화와 번영의 떡'을 절단 후 참석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이날 개청식에는 3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정관계 인사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외쪽부터 박광태 광주시장,한화갑 대표, 박근혜 대표, 박준영 전남지사, 박 지사의 부인, 정세균 임시의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개청식 행사 후 '평화와 번영의 떡'을 절단 후 참석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이날 개청식에는 3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정관계 인사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외쪽부터 박광태 광주시장,한화갑 대표, 박근혜 대표, 박준영 전남지사, 박 지사의 부인, 정세균 임시의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 전남도청
한편 이날 개청식에는 3당 대표와 손학규 경기도지사, 이명박 서울시장,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등 정관계 인사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농민시위 등을 우려해 개청식에 참석하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은 축하메시지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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