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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책 표지
<연탄길> 책 표지 ⓒ 삼진기획
이 책을 보면 그러한 사연들이 많이 나온다. 아들의 학비를 위해 항상 시장에 쪼그리고 앉아 밥을 드시는 어머니와 설탕 대신 소금이 들어간 율무차를 접대 받고서도 맛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시면서 드시는 청소부 아주머니, 아무런 고민 없이 불쌍한 남매에게 자장면과 탕수육을 내주는 중국집 아주머니까지 그들은 스스로 어둠이 되어 누군가를 빛내주는 사람들인 것이다.

우리는 항상 살아가면서 빛이 되기만을 소망하고 바란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우리가 빛이 됨으로 인해 어둠이 되는 사람들을 잊고 있다. 나는 우리 스스로 어둠이 되어 빛을 내어 줄 수도 있는 그런 청소년이 되었으면 한다.

청소년기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고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다. 이러한 시기에 가슴이 찡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연탄길>을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아니 꼭 읽어보라고 명령하고 싶다.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꼭 갖추어야 할 것들이, 돈과 명예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 책을 읽는다면 사람들의 마음에 조그마한 사랑과 정이 싹틀 것이라 믿는다. 그 사랑과 정으로 빛을 보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그 사랑과 정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우리 사회를 살맛나는 사회로 바꾸는 조그마한 새싹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한 구절.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북경한국국제학교 고등부 1학년 임철현)

임철현 학생이 쓴 독후감을 읽으면서 흔히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그리고 인간미가 없다고.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들 수 없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말하는 기성세대들도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말을 수없이 듣고 자라지 않았는가? 그리고 누가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인가? 그 책임을 아이들에게만 물어야 하나?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친 지도 20여년이 되어 간다. 가끔 나도 요즘 아이들 하면서 아이들의 행동이 못마땅할 때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거기에는 내 안일함이 묻어 있다.

아이들의 삶을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우리 아이들은 친구들이 힘들어 할 때 먼저 손을 내밀 며, 친구들이 마음 아픈 일이 있을 때는 함께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자기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남모르게 다가설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사랑과 정을 나눔에서 있어 나보다 훨씬 더 순수하다. 거기에는 어떠한 계산도 없다.

몇 년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가르친 아이가 대학 특수교육학과로 가려고 하니, 그 어머니께서는 왜 네가 그렇게 힘든 일을 해야 하느냐 하면서 말려 결국 영어교육학과로 진학한 일이 있었다.

철현이는 스스로 어둠이 되어 다른 이에게 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랑과 정이라는 것을 안다. 그 사랑과 정이 우리 사회의 희망임을, 그리고 힘든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안다. 아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어둠 속에서 빛을 드러내어 주는 그런 삶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한다.

요즘 아이들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는 가을 하늘처럼 맑고 깨끗하다. 누가 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하는가? 아이들의 가슴에 있는 사랑과 정을 누가 슬며시 가지고 달아나는가?

철현이가 책에서 받은 인상 깊은 구절.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우리는 아이들에게 뜨거운 부모로 교사로 기억될 수 있을까? 되돌아 볼일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이들은 나에게서 배우는 것보다 이렇게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것이 훨씬 많다.

철현이의 독후감을 읽으면서 사랑과 정의 뜨거움을 배웠다. 그동안 나에게서 사라졌던 그 뜨거운 사랑과 정이 다시 움트길 바란다. 내일 아침은 겨울 날씨답지 않게 참으로 포근할 것이다.

연탄길 1~3 세트 - 전3권

이철환 글.그림, 생명의말씀사(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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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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