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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 본고장 남도엔 밥을 올리지 않아도 상다리가 휠 지경이다. 갖가지 젓갈과 밑반찬, 나물, 김치가 수십 가지나 된다. 종합예술을 보는듯 하다.
한정식 본고장 남도엔 밥을 올리지 않아도 상다리가 휠 지경이다. 갖가지 젓갈과 밑반찬, 나물, 김치가 수십 가지나 된다. 종합예술을 보는듯 하다. ⓒ 김규환
'대동 맛 지도' 따라 가는 길

우리나라 맛 지도를 작성하라면 나는 횡축으로 먼저 네 줄을 긋는다. 다섯 등분이 되었다. 맨 오른쪽엔 동해안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다음은 백두대간 본 줄기다. 서쪽으로 오면서 하나씩 더 그어나가다 보면 서해에 이르게 되는데 큰 줄기 서쪽 깊은 산간도 제외한다. 그 다음이 바로 음식 맛도 좋고 다양한 산물을 얻을 수 있는 최적지다.

그 다음 평야와 서해안 지대는 기온이 너무 높을 뿐만 아니라 종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사람살이엔 별로 이롭지 않다. 또한 서해안은 해산물이 주종을 이룬다. 요즘이야 신선한 생선을 최고로 치지만 예전엔 어부들은 잡는 데는 열중이었지만 사실 자신들이 먹기보다 내다팔기 급급한 여건이었다. 또한 육지에서 나는 육류와 나물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맛의 고장을 찾기에 앞서 나는 다섯 블록으로 나누고 좌에서 한번은 거르고 우측에서 세 구역을 뺐다. 간단히 말하면 서쪽 끝과 동쪽 끝에서 각각 두 지역을 넘고 한 번 더 접근해 오면 그곳이 대한민국, 조선반도, 대동 맛 지도를 작성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먹어보면 색다른 맛,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깊고 그윽한 맛이 있다.

자, 그럼 찬찬히 여행 삼아 길을 떠나보자. 주변 거들떠보지 말고 일제시대에 그어놓은 국도 1호선에서 출발하리라. 묘향산-평양-해주-개성을 지나 서울-수원-천안-공주-전주를 거쳤다. 주의할 점은 일제시대 신흥도시인 대전에 들르면 안 된다.

이젠 졸지 말고 전주에 이르러 전주콩나물국밥이나 비빔밥을 먹고 쥐눈이콩 생산기지 임실을 빠져나가 순창-곡성에서 27번 국도를 타고 구례로 빠지다가 벌교로 틀자. 약간 담양으로 삐쳐나가도 상관이 없다.

오방색(五方色)의 조화로운 궁합의 대명사 전주비빔밥, 발효음식의 쌍벽을 이루는 된장과 고추장, 밭의 쇠고기 콩과 취나물 등 산나물, 맛이 간 듯 만 듯한 발효된 생선, 나물과 젓갈이 어우러진 전통 한정식의 본고장이다.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남도 맛 별천지다.

두들겨 만든 방짜 놋그릇은 농약과 화학조미료, 식품첨가물을 귀신같이 알아낸다. 살균 살충 효과가 탁월하다. 전주 비빔밥 색깔이 참 곱다.
두들겨 만든 방짜 놋그릇은 농약과 화학조미료, 식품첨가물을 귀신같이 알아낸다. 살균 살충 효과가 탁월하다. 전주 비빔밥 색깔이 참 곱다. ⓒ 김규환
전주 아래 27번 국도변은 발효식품 천국

현대 의학에서는 짠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염분섭취량은 기후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같은 양을 먹어도 육체노동을 하는 농촌지역과 날씨가 따뜻한 지역은 더 짜게 먹어야 한다. 왜냐면 시골사람들과 건설노동자들은 먹었던 염분을 도시사람에 비해 땀으로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염전이 먼 관계로 집집마다 소금을 장독에 2, 3년 넣어둘 정도로 금처럼 귀하게 여겨 조금씩만 먹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조절할 능력을 스스로 갖추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몸에 이롭지 않은 나트륨을 덜어내는 효과까지 겸비하고 있다.

곡간에서 인심이 나듯 맛과 건강은 장독대에 있었다. 어딜 가나 항아리가 마당 한 쪽에 버티고 있지만 특별히 이곳 장독대엔 두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장독대 서쪽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어 음식이나 몸에 전혀 이롭지 않은 여름철 긴긴 서녘 햇살을 가려준다. 순창고추장은 여기에 원적외선이 풍부한 황토가 바닥에 깔려 있는 게 특징이다. 연평균 기온 12~13도가 알맞게 삭히는 데는 최적지인 셈이다.

발효음식 발전소, 천국이 이곳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과 장아찌가 즐비하다. 장아찌는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 넣거나 간장, 소금에 절여 철 지난 나물을 넣어 다음해에 즐긴다. 여기엔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하다.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 균마저 죽이는 묵은 김치가 빠지지 않는다.

덧붙여 생선은 소금으로 짭조름하게 절여서 먹었고 젓갈이 상에 사라지는 법이 없다. 소금을 과다섭취하지 않은 예로 실제 염분이 훨씬 많고 진한 찌개보다 국을 먹는 전통이 오래 남아 있다.

밥은 잡곡밥을 따지지 않고 쌀밥 중심으로 먹고 싶을 양을 먹는데 끼니를 거르지 않고 제때 먹는다. 세 끼가 기본이요 간식을 즐기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나물 위주의 반찬이라는 점이다. 생으로 먹었을 때보다 먹는 양이 대폭 늘어나 서양인보다 장이 길어진 것도 작용한다.

구절판에 장아찌가 아홉가지 차려져 있다. 이보다 더 짭쪼름하면서 맛난 밥도둑이 있을까. 다음부터 순창에 갈 땐 식은 밥을 싸가지고 가야겠다.
구절판에 장아찌가 아홉가지 차려져 있다. 이보다 더 짭쪼름하면서 맛난 밥도둑이 있을까. 다음부터 순창에 갈 땐 식은 밥을 싸가지고 가야겠다. ⓒ 김규환
나물과 고기는 반드시 삶아서 먹는다

나물도 반드시 삶거나 데쳐서 먹음으로써 두 가지 위험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얻었다. 기생충 감염률이 현저히 줄 뿐만 아니라 산나물 고유의 독성을 덜어내기도 했다. 어떤 나물과 약초가 어디 어디에 좋다고 하면 단방약이라고 마구 먹어대는 일반인들은 감초(甘草)로 해독이나 중화를 하지 않는다면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요리를 할 때도 들기름과 참기름 치고 조물조물 무쳤을 뿐 콩기름 따위의 식용유로 튀긴 음식이나 오염된 밀가루를 먹지 않았다. 동시대에 출연한 화학조미료도 명절 때나 선물 받아 조금 먹었을 뿐이니 천연조미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고 있을까? 자급자족 방사에 가깝게 사육한다. 가장 주목할 가축은 닭이다. 수십 마리가 마당에 뛰놀아 언제든 요긴하게 쓰였다. 염소와 식용 개, 돼지를 잡아 이웃과 잔치를 벌인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반드시 고기도 된장을 넣고 푹 삶아 먹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장수 지역으로 꼽히는 오키나와와 닮지 않은가. 여기에 남원 섬진강변과 영산강 상류의 기후와 민물고기도 한몫을 한다.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 본고장이 잇닿아 있다. 다슬기와 재첩, 참게, 민물새우 토하(土蝦)가 거든다.

채소라고 해서 시장에 사다가 먹는 일이 별로 없고 텃밭이나 자신의 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를 쓰는 지역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들이 먹는 채소는 밭에 조금 기른 양질의 푸성귀와 주변에서 나는 산나물이었다. 비닐하우스에 웃자라게 하지 않으며 땅을 피복하지 않고 느긋하게 키운다. 자연도 해와 맑은 공기, 자연의 이슬을 먹고 자란 일등품 채소로 보답한다.

이곳은 요즘 현대의학이나 언론에서 장수비결의 하나로 꼽는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과일을 눈 씻고 찾아봐도 구할 수 없는 여건 아니었던가. 따라서 산과 들에 있던 나물을 먹고 부지런히 움직인 대가일 뿐이다. 게다가 화학비료와 농약에 절은 과일이 무슨 소용일까 보냐. 장수 비결은 오히려 요즘 시장에 나오는 오염된 과일을 멀리한 데서 찾아야 한다.

된장과 생강, 대파 따위를 넣고 고기를 삶으면 여름에도 배탈이 나지 않아 체 내릴 염려가 없다.
된장과 생강, 대파 따위를 넣고 고기를 삶으면 여름에도 배탈이 나지 않아 체 내릴 염려가 없다. ⓒ 김규환
음식이 가장 맛있는 곳이자, 뭐든 삭혀 먹는다

아프지 않고 활달하게 오래 살려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말이다. 100세를 넘고도 왕성한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순창, 곡성, 담양, 구례로 이어지는 장수벨트와 예천, 안동지역의 공통점을 찾으면 답이 나온다.

중산간지역인 이 지역사람들은 운동이랄 게 특별히 없다. 운동과 일이 통합되었다는 말이다. 일을 즐기되 산과 들을 오가는 거리가 남들보다 길고 산에 오르더라도 요즘 강조되는 유산소 운동 효과의 한 징조인 등에 땀이 송글 송글 날 정도여서 밋밋한 평지를 걷거나 항상 산에만 있는 경우보다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이 가장 맛있는 곳과도 일치한다. 백두대간 동쪽에서는 경북 안동지역이 무난히 먹을 만하다. 서쪽 순창 일원은 고추장과 장아찌, 곡성과 담양으로 이어지는 27번 국도변은 전통 한과의 고장이다. 여기서는 식혜를 달여 만든 조청과 엿으로 맛을 가미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홍어채, 홍어무침을 먹었다. 무침은 적당히 삭히고 식초를 듬뿍 넣혀야 제맛이다. 홍어회는 무지막지하게 삭히지 말고 씹을수록 은근히 향기가 나도록 지그시 삭혀야 한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홍어채, 홍어무침을 먹었다. 무침은 적당히 삭히고 식초를 듬뿍 넣혀야 제맛이다. 홍어회는 무지막지하게 삭히지 말고 씹을수록 은근히 향기가 나도록 지그시 삭혀야 한다. ⓒ 김규환
또 학자들이 밝혀내지 못한 결정적인 두 곳의 공통점이 있다. 주로 생선도 삭혀서 먹는다는 점이다. 안동 간고등어가 그러하다. 이곳 또한 소금단지에는 고등어가 오랜 세월 들어 있었다. 다만 안동 간고등어와 비교되는데 상품화에 성공했느냐 그냥 가족끼리 먹었느냐 차이일 뿐이다.

순창-곡성-담양-구례에서는 잔칫상에 결코 빠지지 않는 홍어를 집에까지 가져가려면 적지 않은 시일이 걸렸다. 뱃길 따라 올라와 팔다 남은 홍어는 영산포 현지에서 1차 삭혀지고 육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삭혀진다.

뿐만 아니라 가져와서도 민숭민숭한 생물 홍어를 먹는 게 아니라 막걸리나 아이에게 오줌을 누게 하여 두엄자리에 파묻어 푹 삭힌 다음 무치거나 찜으로 해서 먹었다. 봄, 가을 상온에서 일주일 전후가 효험이 제일이라는 검증결과에 가장 가깝다.

여기서 지형조건이 비슷한 장성군 일대가 빠진 것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리가 있는 정보가 있다. 장성은 영산포가 있는 나주와 가까워서 아직도 삭힘 정도는 이 내륙지역을 따라오지 못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산 버섯이 많은 지역이라는 특징도 있다. 치아가 튼튼한 것도 장수 요건에 빠질 수 없다.

송강 정철, 면앙정 송순 등 정자문화가 발달한 옛 창평현엔 한과, 엿, 조청 맛이 뛰어나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나들목에서 옥과, 석곡까지가 입에 하나도 남지 않도록 사르르 녹는 유과 집산지이다.
송강 정철, 면앙정 송순 등 정자문화가 발달한 옛 창평현엔 한과, 엿, 조청 맛이 뛰어나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나들목에서 옥과, 석곡까지가 입에 하나도 남지 않도록 사르르 녹는 유과 집산지이다. ⓒ 김규환
장수지역과 'HAPPY 700' 재해석

아! 역사는 왜 이리 사람을 가지고서 논다는 말인가. 안동포 못지않은 석곡(石谷) '돌실나이'라는 삼베의 주산지마저 같다고 야단이다. 뿐인가 안동이 서원 밀집 지역이었다면 전남북 인접지역은 양반들의 유배지였으므로 그로 인해 궁중 수라간 솜씨가 전해져 음식문화가 찬란히 꽃피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촌지간인 헛제삿밥과 비빔밥을 즐겨 먹는다는 공통점까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또 문화적으로 도시생활을 벗어난 지역이다. 위에서 열거한 두 지역과 강원남부, 남성 장수인이 많은 강원북부 인제, 무진장으로 불리는 무주 진안 장수 등 네 곳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태우 후보 쪽에서 낙후지역으로 꼽아 최소한의 개발을 약속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세상과 담쌓고 살던 지역이니 두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전기가 늦게 들어가 지금도 밤에 별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여건이니 해만 떨어지면 잠을 자고 해 뜨면 일어나는 생체리듬에 맞는 기본 원칙을 지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상 걱정할 것 없이 낮잠 한숨 푹 자두면 더할 나위 없다.

냉장고를 뒤늦게 받아들여 차가운 음식을 늦게 접한 것도 한 요인이고 잡균을 죽이는 놋그릇을 오랫동안 쓰며 플라스틱 식기를 제일 늦게 접했던 때문이기도 하다. 한때 장수촌이었던 진도 등 해안과 제주 전 지역도 고립된 측면이 강하다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시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강원도 평창군이 'HAPPY700’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평지 해발 700m대는 기압과 기온이 식물에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기는 하나 실제 사람이 일상에서 거주하기에는 여름이라면 모를까 다소 무리가 따른다. 자연의 힘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곳은 겨울이 무척 길고 추위가 보통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700m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바로 700~800m대의 중산간에 위치한 200~300m대에 논밭이 있고 주거지가 250m 언저리에 놓여 있어야 한다. 산골짜기가 다닥다닥 이어진 구릉이 전원생활, 즉 장수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런 곳이라면 전통 한식에서 구하고자 하는 별의별 농작물이 다 있다. 논밭엔 풍족하지는 않지만 쌀과 몇 되 남짓한 갖가지 잡곡이 있고, 들과 산에는 나물이 없는 게 없다. 또 우마차가 지나기에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생선과 해초 등 해물이 전래되기에 충분하다.

위에서 거론한 지역 대부분은 여성장수지역이다. 무진장지역은 생선과 젓갈 유통이 수월치 않음에 따라 제외되는 게 당연하다.

강원도 인제 사람들이 즐겨 먹는 나물이다. 두릅은 전국에 분포하지만 오갈피싹과 그들이 최고로 치는 개두릅 엄나무는 쓰지만 시원한 느낌이다.
강원도 인제 사람들이 즐겨 먹는 나물이다. 두릅은 전국에 분포하지만 오갈피싹과 그들이 최고로 치는 개두릅 엄나무는 쓰지만 시원한 느낌이다. ⓒ 김규환
남성과 여성 장수 조건이 과연 다를까?

인제군은 남성장수지역이다. 여성과 남성 장수지역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두 지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인체는 신비하다. 여성과 남성은 몸 자체가 이미 달라 받아들이는 음식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여성은 혀끝에서 단맛을 요구하고 남성은 쓴맛을 언제고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쓴맛을 뱉어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남성들은 주로 쓰디쓴 더덕, 만삼, 도라지 등 뿌리와 옻순, 오갈피순, 두릅과 개두릅이라는 엄나무순을 채취하는 순간 생으로도 쓴 줄도 모르고 먹는다. 여기에 인제지역 남성은 오래 전부터 수렵생활의 한 근거인 채집생활을 위해 강인한 심폐기능과 관절을 갖추고 있다. 1500m대 높은 산을 오르내리기에 적합하다.

장수와 단명의 엇갈림은 심폐기능에 달려 있는데 단련된 관절이 작용한 측면이 강하다. 유독 그 지역 남자들은 여타 지역에 비해 살림의 끈을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요컨대 심마니는 수렵과 함께 깊은 산중생활에 적응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자연 상태로 남아 남성중심 사회를 구축할 수 있었던 데 기인한다.

순창 등 전라남북도 경계지역은 고추장을 쑬 때 엿기름을 넣은 고추장 메주를 따로 만든다. 또한 그냥 찹쌀 가루가 아닌 떡메로 치댄 끈적끈적한 인절미를 주물럭거려 고춧가루를 넣는 게 특징이다. 찹쌀고추장 맛 일품이다.
순창 등 전라남북도 경계지역은 고추장을 쑬 때 엿기름을 넣은 고추장 메주를 따로 만든다. 또한 그냥 찹쌀 가루가 아닌 떡메로 치댄 끈적끈적한 인절미를 주물럭거려 고춧가루를 넣는 게 특징이다. 찹쌀고추장 맛 일품이다. ⓒ 김규환
반면, 중산간 지대 여성은 다르다. 전남북 접경은 상대적으로 관절이 약한 여성들이 움직이기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리가 가지 않는다. 여성에게 화목한 가정이 오래 사는 비결의 첫째 요소이면서도 대체로 가부장적인 남편과 오래 전 사별했을 때 오히려 장수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꽉 옥죈 생활보다 자유로운 행복추구가 오래 살도록 돕는다고 봐야 한다.

남부지방엔 찰떡으로 고추장을 담그니 단맛이 더 강하다. 깊은 산에 있는 나물보다 국화과(科) 들나물이 주종을 이루고 요리법도 인제지역과 달라 데쳐서 쓴물을 쪽 빼고 손이 한 번 더 가서 주물러준다. 마지막에 빠트리지 않고 식초 한 방울을 똑 떨어뜨린 건 신맛을 좋아해서라기보다 살균처리가 식생활에서 몸에 밴 까닭이다.

덧붙여 호남 여성 생활력은 둘째가라 하면 서럽다고 한다. 일이라면 남성 못지않게 하고도 꼭 집에 돌아와서는 재래식 부엌에서 부인병 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군불을 손수 때며 밥을 함으로써 병을 물리친 측면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다산(多産)으로 뼛골이 빠질 성 싶지만 여성이 최대 10년에서 최소 5, 6년을 더 사는 건 출산을 통해서 몸 밖으로 노폐물을 배출하고 생태적으로 모든 걸 수용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바 크다.

소나무나 잣나무, 전나무를 여름 해가 지는 오후 6시 이후 방향에 심어놓으면 더 맛나게 된장과 간장, 고추장이 익는다.
소나무나 잣나무, 전나무를 여름 해가 지는 오후 6시 이후 방향에 심어놓으면 더 맛나게 된장과 간장, 고추장이 익는다. ⓒ 김규환
WTO 비만대책위원장의 권고와 한식

필립 제임스(Philip James) 세계보건기구(WHO) 비만대책위원장의 권고는 눈여겨 볼만 하다. 그가 우리나라에 와서 행한 발언요지는 한국전통식단에 비만해결을 위한 답이 있으며 비빔밥을 예로 들며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했다.

식단의 서구화와 도시생활은 비만으로 직결되고 건강의 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적북적한 아파트밀집 지역에서 참살이를 찾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행복지수와 장수요건은 문명의 발달과 반대로 가고 있다.

현대 도시생활이 바쁘다고 사다먹는다든가 남에게 식단을 의존해서는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냉장고 믿고 있다간 큰 코 다친다. 지금 내가 수박 겉핥듯이 지나친 곳이 우리들 눈으로는 가장 살기 어렵다지만 반대로 이런 촌구석이 우리 몸에는 제일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니 우리네 상식은 괜한 욕심일 뿐이지 않을까.

순창, 곡성, 담양, 구례 인근이 우리나라 최장수 지역이다. 웰빙 장수 벨트 여행 괜찮은 여행 상품인듯 하다. 지도에서 왼쪽 아래쪽 '전라남도' 글자 중에 '라' 바로 위 원리 안쪽이 전남 화순군 북면 백아산이 바라보이는 내가 태어난 양지마을로 산채원을 만들기 위해 귀향을 준비하고 있다.
순창, 곡성, 담양, 구례 인근이 우리나라 최장수 지역이다. 웰빙 장수 벨트 여행 괜찮은 여행 상품인듯 하다. 지도에서 왼쪽 아래쪽 '전라남도' 글자 중에 '라' 바로 위 원리 안쪽이 전남 화순군 북면 백아산이 바라보이는 내가 태어난 양지마을로 산채원을 만들기 위해 귀향을 준비하고 있다. ⓒ 김규환

덧붙이는 글 | 얼마 전 서울에서 출발하여 국도만 타고 장수벨트를 다녀왔다. 곧 기사로 쓸 예정이다.

김규환 기자는 인터넷고향신문 www.고향i.com을 이달 말께 선보인다. 이 기사 원고료는 신문을 만드는데 보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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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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