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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5년 11월 6일 저수지 위의 단풍
2005년 11월 6일 저수지 위의 단풍 ⓒ 김환희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출하였다. 올해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과 단풍 구경 한번 제대로 다녀온 적이 없는 터였다. 벌써 단풍은 중부지방을 거쳐 남부 지방으로 내려간 지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아파트 주위의 나뭇잎은 어느새 낙엽이 되어 뒹굴고 있다.

2005년 11월 6일 감나무 까치밥
2005년 11월 6일 감나무 까치밥 ⓒ 김환희
이 가을이 겨울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가족에게 작은 추억이라도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해서 쉬는 날 외출을 잘 하지 않는 내가 아침부터 산행을 서두르는 모습이 믿어지지가 않은 듯 아내는 연실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랜만에 남편과 외출하는 것이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였다.

2005년 11월 6일 억새풀
2005년 11월 6일 억새풀 ⓒ 김환희
차창으로 펼쳐 보이는 산과 들은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한 폭의 동양화를 자아내고 있었다. 수확을 끝낸 논과 밭에는 한 해의 결실을 말해주듯 그 어떤 풍성함이 넘쳐나고 있었다. 저수지 위로는 오색찬란한 단풍이 물위를 아른 거려 오로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날아 온 겨울 철새들이 겨울나기를 위한 둥지를 틀기 위해 비행을 한다.

2005년 11월 6일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하루
2005년 11월 6일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하루 ⓒ 김환희
드문드문 보이는 억새풀의 군더더기는 산신령들이 놀다가 갔는지 하얀 수염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어느 시골 농가를 지나치노라니 앙상한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감 하나가 가는 가을을 못내 아쉬워하듯 버티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기까지 하다.

2005년 11월 6일 이렇게 붉을수가
2005년 11월 6일 이렇게 붉을수가 ⓒ 김환희
철 지난 바닷가로 굽어드니 제철을 만난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푸른 바다에 드리우고 세월의 시름을 잊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고기 한 마리가 낚시에 걸리면 신바람이 난 듯 고요한 낚시터에 생기가 감돈다. 그러면 바다 위에서 자맥질을 하며 놀던 갈매기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중 곡예를 하며 묘기를 부린다.

2005년 11월 6일 단풍과 어우러진 농가
2005년 11월 6일 단풍과 어우러진 농가 ⓒ 김환희
산사에서 들리는 목탁 소리가 유난히도 청아하게 들린다. 대웅전에 내걸린 종이로 만든 연꽃 위로 수능을 앞둔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마음을 표현하듯 온갖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법당 앞에 세워진 석탑에는 몇 몇 여승들이 합장을 하고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잠시나마 내 안에 있는 속세의 때를 벗어버리고자 탑돌이를 해 보았으나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2005년 11월 6일 산사의 가을 하늘
2005년 11월 6일 산사의 가을 하늘 ⓒ 김환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피곤한 탓인지 뒷자리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아내는 오늘 하루가 즐거운 듯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2005년 11월 6일 어느새 아내는 가을을 닮아가고 있었다
2005년 11월 6일 어느새 아내는 가을을 닮아가고 있었다 ⓒ 김환희

2005년 11월 6일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불심
2005년 11월 6일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불심 ⓒ 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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