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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고 오물이 묻은 신문
찢어지고 오물이 묻은 신문 ⓒ 유성호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난다. 양치와 세수를 마치고 꺼칠한 얼굴에 화장품을 찍어 바를 즈음인 50분경에 창문 너머로 스쿠터 소리가 들려오다 곧 멈추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뒤이어 '턱'하는 소리가 현관 앞에 들린다.

일요일을 빼고 새벽마다 규칙적으로 듣는 이 소리는 신문이 떨어지는 소리다. 동네 신문 배달원은 작은 스쿠터 앞뒤로 신문을 싣고 집 앞에 선다. 그리고는 불과 아홉 칸짜리 계단 오르기가 번거로운지 아래쪽에서 현관 앞으로 신문을 집어 던진다.

요즘 신문은 각종 섹션과 광고전단으로 두 번 접으면 웬만한 책 두께가 된다. 이 때문에 접혀서 날아오는 무게감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문제는 그 소리가 아니다. 묵직한 신문뭉치가 떨어지는 곳은 위층 주민들이 항상 지나다니는 연립주택의 1층이란 점이다.

수많은 주민들의 발길이 지나치는 곳이라 때로는 신발 밑창에 묻어있던 각종 오물이 이곳에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항상 빗물이 흥건히 젖어 있음은 두 말 할 나위없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문은 언제나 같은 장소에 같은 방법으로 떨어져 있다. 간혹 팽개쳐진 듯한 모습으로 '속살'을 내보이고 제멋대로 놓여 있을 때도 있다. 이 모두 배달시간을 아끼려는 배달원의 손끝에서 빚어진 것이다.

급기야 이날 아침에는 시커멓게 오물이 묻은 데다 기사 본문이 뭉텅 찢어진 신문을 받았다. 이런 신문을 보자니 새벽의 신선한 기분이 모두 가셨다. 가뜩이나 신문인지 구문(舊聞)인지 아쉽던 차에 이참에 구독중단을 해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신문에 끼어서 배달되는 각종 광고 전단지
신문에 끼어서 배달되는 각종 광고 전단지 ⓒ 유성호
게다가 신문 사이에는 각종 광고전단이 수북이 들어있다. 일전에 전단지는 빼고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나흘이 지나자 흐지부지되고 종이 쓰레기만 늘고 있다. 학원가 밀집 지역이라 각종 학원 수강생 모집 광고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인근 대형 할인매장과 백화점 광고지다. 모두 해서 보통 10여종에 이른다. 전단과 신문 폐지를 일주일만 모으면 라면 박스로 하나 가득이다.

신문사 지국이 전단지 간지 수입으로 어느 정도 수익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독자는 신문을 구독하는 것이지 전단지를 구독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전단지를 신문에 넣어 돌릴 때는 구독자의 동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차제에 신문사는 구독신청 단계에서 전단지에 대한 투입여부를 독자에 물어야 할 것이며 또한 자사의 상품인 신문을 집어 던지는 행위에 대해서 구독자 처지에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덧붙여 신문을 투입하는 시간대까지 독자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인터넷 정보시대에 인쇄매체인 신문이 사는 방법은 대독자 서비스를 강화하는 길임을 신문사는 잘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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