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000원 짜리 한 면. 한국은행총재 직인과 세종대왕, 뒷면 경회루까지 손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1000원짜리도 퇴계 이황이 유난히 말라 있다.
10000원 짜리 한 면. 한국은행총재 직인과 세종대왕, 뒷면 경회루까지 손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1000원짜리도 퇴계 이황이 유난히 말라 있다. ⓒ 김규환
우리나라 화폐를 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현재 1만원이 지폐에서 가장 큰 액수라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종대왕을 배치시켰다니 다소 의외다. 가치가 크니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논리다.

시민이 가장 즐겨 쓰는 돈에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나 인물이 들어가면 어떨까. 액수가 작고 특히 아이들이 자주 쓰는 것일수록 중요한 사람과 문화유산이 들어가면 눈으로 보고 회자되는데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가치가 재조정될 때는 1원이나 10원 또는 100원 등 액수가 적을수록 중요 인물이 배치되도록 하면 좋겠다. 굳이 남의 나라 따를 건 아니지만 미국 1달러짜리엔 국부인 조지워싱턴이 들어가 있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5만원 10만원엔 광개토 대왕, 이순신 장군, 김구 선생, 유관순 열사, 전태일씨, 통일 후에도 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이 큰 독도 및 백두산 천지와 세계문화유산 따위 사람과 자연 등 어떤 것이 등장해도 상관이 없다. 액수에 비례하여 훌륭한 잣대로 쓰지 말자는 것이다.

더불어 1원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1원과 10원, 50원짜리는 사실상 사망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동전 보기를 손바닥 때쯤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으니 대책이 절실하다. 동전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또 얼마인가. 1원까지 받으면서 줄 때는 10원 이하는 절사(切捨)하니 불공정하지 않은가.

차후에 화폐 도안을 바꿀 때는 다음 몇 가지를 부탁하고 싶다.

첫째, 1만 원짜리를 보면 한 면은 세종대왕을 친일 화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넣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세종대왕 초상화를 구할 수 없다면 한국인의 표준형 얼굴을 공모하거나 고증을 거쳐 적당한 사람을 세종대왕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경복궁 경회루는 그 자체로 보면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만 세종대왕과 같은 격으로 쓰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 경복궁에 세종이 살았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경복궁 경회루는 그 자체로 보면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만 세종대왕과 같은 격으로 쓰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 경복궁에 세종이 살았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김규환
둘째, 뒤쪽에 있던 경회루는 세종대왕이 동쪽에서 7년간 간 혹독한 가뭄이 이어지자 친히 누추한 풀집을 지어 기거하며 백성과 고초를 나누고자 하였지만 직접 지은 건축물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높이 살 일이나 얼마 전 의결을 거쳐 세종대왕과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가 한 면에, 다른 면엔 ‘혼천의’와 <용비어천가> 2장이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천의(渾天儀)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바꾼 획기적인 발명품이니 살리고 ‘불휘기픈 남간’(간은 ‘아래아’가 쓰였습니다)으로 시작되는 <용비어천가>는 우리가 자주 배웠던 바라 좋지만 조선건국을 찬양하는 내용이라 논란이 분분할 것이니 차라리 반만년 한민족 문화의 정수인 ‘나랏말싸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을 바탕에 깔아도 될 문제라고 본다.

셋째, ‘총재의인’도 의도적으로 넣었더라도 어법에도 맞지 않는 ‘의’자를 제거해야 한다. 아예 ‘의인’을 빼고 ‘한국은행총재’로 하는 게 맞다. 또한 전각학회가 누차 지적해왔던 일본(日本) 국적인 괴상하게 구부린 도장 글씨를 이번 개정 화폐에도 여전히 쓰고 있어 걱정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글자체로 바로 펴서 새겨야 한다.

굳이 원형이나 사각형을 고집할 게 아니라 암각화 조각 모양이나 고래로 써왔던 불규칙한 형태를 쓰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이 기자의 최신기사역시, 가을엔 추어탕이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