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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희(66) 전 계명대 총장이 26일 이사장에 취임해 학교 사유화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계명대는 신 전 총장이 지난 12일 계명기독학원 제26대 이사장에 선임돼 이날 취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21년간 계명대 총장을 지낸 신 전 총장은 작년 7월 이후 총장과 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1년여만에 이사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신 전 총장의 이사장 취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후에도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학교 사유화 논란 등 안팎의 비판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신 전 총장의 이사장 선임은 당초 이사 연임을 거부한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 김진홍 전 이사장의 임기만료와 때를 맞추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26일 취임식을 계기로 이사장으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겠느냐"며 "이로써 신 전 총장의 학교 사유화가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병제 대구경북민주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모든 재산을 출연했더라도 사적 재산이 될 수 없다"며 "(신 전 총장은) 더구나 설립자도 아닌데 마치 설립자인양 학교를 사유화하고 나아가 세습화 우려까지 낳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신 전 총장은 지난 2004년 6번째로 총장 연임을 시도했지만 교수들의 반발 등 강한 비판여론 탓에 이를 포기하고 대신 이사 연임을 시도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신 전 총장이 학교 운영과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았고 교육부 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는 점 등을 들어 이사 임기 연장을 거부했다.

당시 계명대 교수협의회는 신 전 총장이 2003년 1월 대법원에서 벌금 900만원을 선고받았고, 각종 감사에서 부정이 드러났다며 재단이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전 총장은 이 같은 교육부의 행정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이를 재단의 자율권 침해로 본 법원이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신 전 총장은 1978~82년, 1988~2004년 7월까지 모두 21년간 총장으로 재임해왔으며, 이에 앞서 1961년 아버지인 고 신태식 명예총재가 계명기독대학 학장이 된 이후 40년 가까이 신씨 부자가 총ㆍ학장을 맡는 등 사실상 학교를 지배해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신 전 총장은 지난 96년 임기만료를 앞두고 직선제를 폐지하고 연임 약속을 어긴 채 4번째 총장에 취임해 극심한 학내 분규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이호형, 이형득, 최명주 교수 등이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ㅇ교수가 정직 3개월을 받는 등 교수 36명이 무더기로 제재를 받았다.

이후 2004년 신 전 총장은 6번째 총장 연임을 시도하다가 교수협의회와 비판적인 지역 여론에 밀려 이를 포기했으나 측근으로 알려진 이진우 교수가 총장에 선임됐다. 신 전 총장 자신은 이사 연임에도 실패했다.

당시 계명대 교수협의회와 계명문화대 교수협의회, 대구지역시민단체들은 "사학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대학관계자들이 저지른 각종 재산상 비리와 부정을 밝혀내 환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신 전 총장은 지난 96년부터 학교법인 계성학원의 재단이사장도 맡고 있다.

21년 총장 역임, 신일희 이사장은 누구?

신일희 이사장은 작년 7월 총장에서 물러나기까지 지난 1978년 이후 5차례에 걸쳐 21년간이나 총장직을 맡아왔다. 신 이사장의 아버지인 고 신태식 전 명예총장의 재임기간까지 합치면 무려 40년 가까이 계명대를 지배해온 셈이다. 이에 따라 계명대는 대학의 사유화와 세습 비판에 줄곧 직면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교수들이 쫓겨나는 등 극심한 분규를 겪기도 했다.

계명대는 미국 예수교 북장로파 대한선교회와 대한예수교회 경북노회 등 대구지역 교인들과 선교사들이 설립한 학교다. 하지만 1961년 계명기독대학 학장이 된 신 전 명예총장은 1954년과 1971년 정관을 변경해 경북 노회가 설립자라는 조항을 삭제해 이사회를 사실상 장악했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신 전 명예총장은 경북노회와 선교사들이 설립한 대학을 사유화하고 그의 아들인 신 전 총장에게 물려줬다"고 말했다.

1992년에는 다음 총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해 총장으로 선출됐고 1996년에는 임기만료 두 달을 앞두고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4번째로 총장을 맡았으며 이때 극심한 분규가 벌어져 교수 해직사태가 일어났다.

2000년에는 또다시 이사회를 통해 5번째 총장으로 취임한 뒤 2004년 6번째 총장연임을 시도했지만 교수협의회의 반발 등에 부딪혀 좌절됐다.

신 전 총장은 이사 연임을 교육부가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과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교육부가 상고를 포기했다. 이에 앞서 신 전 총장은 총장에서 물러난 뒤 지난 8월 명예총장으로 취임해 총장과 비슷한 위상을 유지해왔다고 학교 관계자는 밝혔다.
/ 박창원 기자

덧붙이는 글 | 박창원 기자는 <대구경북시민신문>(daegunews.com)에서 정치와 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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