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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유승민 대구동구을 후보를 지원유세하기 위해 대구에 도착해 선거운동사무실에서 유 후보의 운동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회창 전 총재가 유승민 후보 지원을 위해 대구에 내려갔다. 대구에서는 여전히 이 전 총재를 반기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지지자들은 역에 나와 "이회창"을 연호했고, 지나가는 시민들 가운데도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선거일을 앞두고 그래도 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성당 미사에서는 "귀한 분이 함께 하셨다"는 주임신부의 소개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한다. 이 전 총재의 대선패배를 아직도 아쉬워하고 있는 대구지역의 정서가 반영된 장면들이다.

이 전 총재는 대구방문이 정치재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쯤되면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대개 마음이 흔들리게 되어있다. 자신의 정치재개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이 들게되고, 자칫 다시한번 해볼만 하다는 오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전 총재가 대구방문으로 착각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나라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다.

예사롭지 않은 행보

이 전 총재의 대구방문으로 그의 정치재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전 총재 자신은 정치재개와 무관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아니땐 굴뚝에 연기난 것 같지는 않다.

부산 국제영화제 폐막식 참석이야 비정치적인 일이라 하더라도, 보수인사 시국선언에 서명한 일은 정치적 행동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 궐기하여 대한민국을 회생시키자'는 이 선언은 "서로 일깨우고, 다짐하고, 단속해서 오는 2007년에는 2002년과 2004년에 우리가 저질렀던 중대한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할 것을 다짐했고, "성스러운 구국대오에 동참함으로써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침몰하고 있는 나라를 다시 반듯하게 일으켜 세웁시다"는 호소를 하였다.

구구절절이 현정권에 대한 비난과 정치적인 주장으로 채워져있는 이 선언에 이 전 총재가 서명한 것은, 그의 보폭이 정치적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해석을 낳을 언행을 극도로 조심하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여 공개사과까지 받아내면서도 방문은 거절한 장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 전 총재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한나라당 차기 주자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이 전 총재에게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신의 정치복귀를 바라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고, 자신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확인한 이상, 숨겨져있던 '미련'이 자극을 받아 움직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물론 이 전 총재가 차기 대선출마를 시도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인다. '차떼기'의 원죄가 따라다니는 상황에서 그같은 모험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차기 대선정국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려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과거의 '이회창 세력'을 규합하며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성공하면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어내는 일에 앞장서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추론과 가능성 수준의 이야기이지만, 최근 이 전 총재의 행보를 보면 무엇인가 예사롭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정치 재개가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

▲ 이회창 한나라당 전총재가 23일 유승민 대구동구을 후보를 지원유세하기 위해 대구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이회창'을 연호하며 환영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그의 정치재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 정치를 위해서도 그렇고, 그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다.

왜 그가 다시 나서면 안되는 것인가.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해서는 안되는 '죄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권 4수'를 통해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않았던가.

그러나 '정치인 이회창'은 이미 사망했다. 그의 정치적 사망은 두 차례의 선거 패배 때문이 아니라, '차떼기'의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생겨난 일이었다. '세풍'으로 모자라 '차떼기'를 했던 데 대한 총체적 책임자는 누가 뭐라해도 이 전 총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과거'가 따라다니는 사람이 대선출마는 물론이고 대선에서의 영향력을 도모한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차떼기'로 상징되는 정경유착-부패정치에 대한 관용과 사면은 우리 정치의 역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이 전 총재가 혹여라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말에 솔깃하여 정치재개의 길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두번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사회에 대한 기여와 역할을 하고 싶다면, 정치와는 무관한 일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대구에서 터져나온 "이회창!" 연호가 부디 착각을 낳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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