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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에게 잡힌 도마뱀.
아들 녀석에게 잡힌 도마뱀. ⓒ 김준회
22일 오늘 아이들과 민통선 지역으로 고구마를 캐러 갔습니다. 시골에 살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데다 아이들도 자연과 동떨어져 컴퓨터에만 의존하며 놀이문화를 키워가는 모습이 항상 맘에 들지 않았거든요.

마침 파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말프로그램 중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위치한 감악산 등산과 고구마캐기 체험이 있어 일찍부터 아이들을 깨워 나섰습니다. 감악산은 '경기 5악' 중 하나로 꽤 유명한 산이기도 합니다.

어린 자녀들도 있어 정상을 오르지 못했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땀이 조금 날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하산을 했습니다.

그리고 찾은 곳이 민통선 지역인 진동면 동파리 해마루촌. 실향민들을 위해 조성된 민통선 내 마을입니다. 이곳은 토질이 마사토로 물빠짐이 잘 돼 고구마가 자라기에는 참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기도 합니다.

ⓒ 김준회
ⓒ 김준회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고구마를 캐고 있는데 11살짜리 아들 녀석이 한참을 뭔가 궁시렁거리더니 "도마뱀"이라고 소리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도마뱀. 너무 오랜만에 들어 보는 "도마뱀" 소리에 참석자들이 우르르 모여 들었습니다.

고구마를 캐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다른 아이들도 모두 호미를 팽개친 채 아들 녀석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작은 도마뱀 새끼를 아들 녀석이 장갑 낀 손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도마뱀이 빠져나가려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죠.

도마뱀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꼬리를 스스로 자르고 도망을 간다고 하는데 이 녀석은 아이들에게 자연 교육을 시켜주기라도 하듯 꼬리를 잡아도 도망가지 않고 그냥 있는 것이었습니다.

도마뱀은 어릴적 많이 봤는데 요즘엔 보기 힘들어 졌습니다. 아들 녀석이 집에 가져가고 싶다는 것을 놔주고 돌아왔습니다. 엄마 찾아가서 살라고, 집에 가져오면 죽는다고, 그리고 이놈도 자연 생태의 한 고리를 차지하고 있는 놈이니까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그랬더니 아들 녀석도 "맞아, 도마뱀이 무엇을 먹는지도 모르는데 가져가면 죽이겠지"하면서 놔주더라구요.

요즘 우리는 경쟁 사회 속에서 생존의 벽을 넘기 위해 아둥바둥 살기에만 바빴습니다. 아이들과 자연의 품으로 나와 함께 뒹굴며 심호흡을 하는 것조차 잊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개발의 압력에 밀려 자연의 생태와 환경이 하나씩 파괴돼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릴 적, 가재와 버들붕어, 송사리 등 맑은 물 속에서 손만 넣으면 잡을 수 있었던 그 많은 생물들이 이제는 그 개체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오늘 본 도마뱀도 그래서 그렇게 반가웠나 봅니다.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자연이 살아있다는 안도감에서요.

ⓒ 김준회
ⓒ 김준회
평소 사느라 바빠서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소중함을 또 한 번 느낍니다. 인간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생태계의 한 고리 역할을 하는 작은 생명체고 미물이지만 오늘따라 꽤 크게 느껴집니다.

고구마는 캐서 가져왔지만 도마뱀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돌아오면서 자연의 한 일부분을 지켜주고 왔다는 생각에 아들 녀석도 뿌듯한 모양입니다. 도마뱀에 대한 아쉬움을 전혀 나타내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자신과 자녀들에게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어, 그래서 '긴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자연은 우리들이 꼭 지켜야 하는 친구이고, 또 자식들에게 잘 쓰고 물려 줘야 하는 유형의 자산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느끼고 돌아오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김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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