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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어떤 나무는 꼿꼿하게 자란다. 꼿꼿한 나무는 바람이 불면 그에 결연히 맞선다. 그러다 부러지기도 한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에게도 그런 강한 의지가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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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무는 바람이 부는 대로 자란다. 바람은 그 나무의 흥이다. 바람과 손잡고 허리를 휘며 몸을 맡긴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에게도 그런 흥이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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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면서 나무는 듬직함을 갖추기 시작한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도 나이 들면 그런 듬직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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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시 나이 들어 가면서 얻게 되는 연륜의 가장 큰 미덕은 속을 비울 줄 알게 된다는 점인 듯하다. 오래된 고목은 거의 예외없이 속을 비운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도 그렇게 자신을 비워야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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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하늘의 푸른빛이 원래부터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악산을 오르다 보면 종종 나뭇잎을 떨군 가지가 실핏줄처럼 하늘로 번진 것을 볼 수 있다. 대지의 저 깊은 곳에서 푸른 물줄기를 길어 올리면 그것이 처음엔 초록 이파리가 되며, 그 이파리가 지상으로 돌아가고 나면 그때부터는 하늘의 푸른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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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모님의 푸른 젊음을 쪽쪽 빨아먹고 성장하여 젊은이가 되듯 나무도 제 푸름을 하늘에 주고 저는 회색빛 마른 둥치로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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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식이 앗아간 젊음이 늙은 나무의 슬픔은 아니다. 잘 큰 자식은 늙은 나무의 무한한 기쁨이다. 그때면 나무는 춤을 춘다. 산지사방으로 팔을 벌리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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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흥에 겨워 혼자만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 둘이 얽혀 트위스트를 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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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앞에 박수와 환호가 빠질 수 없다. 어떤 나무는 가지 끝의 이파리를 바람으로 요란하게 흔들어 나무들의 춤에 환호를 보낸다. 아울러 나무의 박수와 환호는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산을 오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 산이 설악산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발이 무거워질 때쯤 하늘을 한번 올려보고, 그때 바람이 가지 끝의 이파리를 요란하게 흔들고 지나가면 그 순간 나뭇잎 소리를 그곳까지 올라온 자신에 대한 대대적인 환영 인사로 여기시라. 더더구나 가을에는 한여름 내내 초록 일색이던 그 환호가 노랗고 붉은 환호로 더욱 화려해진다. 분명 다리의 힘이 솟을 것이다.

ⓒ 김동원
어디 그 뿐이랴. 나무는 우리를 사랑으로 맞아준다. 나무가 분명 하트를 만들어 우리 앞에 내밀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설악을 오르면 나무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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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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