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김동원
산을 가면 우리는 헉헉 숨을 몰아쉬며 길을 오르지만 단풍은 그 길에서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길은 그것이 산에 있어도 가야할 걸음을 바쁘게 하는 경향이 있지만 설악의 단풍 앞에선 모두가 그 분주한 걸음을 멈추고 주저없이 단풍에 시선을 내준다.

ⓒ 김동원
나무는 아득하다. 왜냐하면 때로 나무는 자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향하여 날아오르기 때문이다. 세상에 제자리 걸음이 있고, 제자리 뛰기가 있다면 나무에겐 제자리 날기가 있다.

ⓒ 김동원
설악은 어디로 오르나 만만한 곳이 없다고 한다. 한계령에서 시작한 길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약간의 높이를 확보하자 봉우리 하나가 손끝에 걸릴 듯하다.

ⓒ 김동원
조금 더 높이를 확보하니 봉우리가 저만치 밀려간다. 내가 오르는 것인지 봉우리가 내려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 김동원
높이를 확보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아래쪽으로 밀려가는 산의 풍경이 바로 산을 오를 때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산을 오를 때 우리는 항상 아득하던 저 높은 곳의 산에게 낮은 곳으로 임할 좋은 기회를 선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산이 우리에게 높이를 내주고 저는 주저 없이 낮은 곳으로 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김동원
설악산 다람쥐. 나무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긴 것일까. 헤, 그래도 꼬리는 다 보이는데.

ⓒ 김동원
바위는 육중하다. 구름은 가볍다. 바위는 변함이 없다. 구름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러나 그 둘이 엮는 풍경은 조화롭고 아름답다.

ⓒ 김동원
저 아래쪽에 있을 때는 구름이 햇볕을 가릴 때, 항상 그늘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득한 높이를 가지자 그것은 그늘이 아니라 구름의 그림자가 되었다. 하늘에선 구름이 흘러가고 저만치 설악의 봉우리 사이에서 그들의 그림자가 흐른다.

ⓒ 김동원
한계령으로 오르는 길의 가장 좋은 점은 어느 순간부터 대청봉이 저만치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눈에 들면 그 순간부터 없던 힘도 솟기 시작한다.

ⓒ 김동원
단풍은 설악의 정상에서 시작하여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바로 우리네 사는 곳으로. 단풍의 본래 뜻은 높은 곳에 고고하게 살다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그 아름다움으로 물들이며 내년에 그 아름다운 만남을 다시 기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