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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방송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추적 60분> 누리집  대문(왼쪽 아래, 12일 방송분 표제는 잉걸아빠가 써넣음).
오랜(?)만에 방송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추적 60분> 누리집 대문(왼쪽 아래, 12일 방송분 표제는 잉걸아빠가 써넣음). ⓒ 이동환
"그 시청자 글은, 확인된 사실이 아닌 것을 일반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이는데, 넌 곧이곧대로 믿니?"
"그럼, 시청자들 얘기가 다 거짓말이라는 말씀이에요?"
"그게 아니라…."

녀석,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품이 분명 의도가 있다. 나를 통해 자기 생각을 확인하고 싶은 거다. 그러나 딱히 할 말이 없다. 법사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 일부가 친일파 후손이 아니라는 증거 또한 나는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참말로 그럴 리야 있겠냐만, 믿고 싶지 않지만, 진정 잉걸아빠도 법사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특별법에 반대하는가?

"특별법에 반대하는 한 국회의원이 이렇게 얘기 하더라고요. 아무리 국민정서에 맞는 가치라 하더라도 더 중요한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요. 무슨 말이에요, 선생님?"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걸? 정말 국회의원이 그랬어?"
"대충…, 제 기억에는 그래요."

특별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에 고 제정구 의원이 '민족정통성 회복 특별법'을 이미 발의했었다. 그러나 14대 국회 때 무슨 이유(?)로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선생님, 제정구 의원 아세요?"
"그럼, 알고말고."
"그분 비서관이었던 분이 출연했는데 그 당시에 특별법을 내놓은 제정구 의원이 국회에서 거의 왕따 분위기였대요.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기득권층 대다수가 친일파 후손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네 말은 조금 위험하다. 그런 식으로 매도할 수야 없지."
"그럼 말씀해 보세요. 친일한 적 없다고, 작위를 받았을 뿐이라고, 헛소리 지껄이는 매국친일파 후손들에게 어마어마한 땅을 상납하는 법은 뭐고, 판사들은 뭐며, 특별법을 가로막는 저 국회의원들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요?"

'을사오적'의 한 사람인 이완용(왼쪽), 친일단체 '일진회' 간부를 지낸 송병준(가운데)과 역시 '을사오적' 중 한 사람인 이근택(오른쪽).
'을사오적'의 한 사람인 이완용(왼쪽), 친일단체 '일진회' 간부를 지낸 송병준(가운데)과 역시 '을사오적' 중 한 사람인 이근택(오른쪽).
학생에게 대놓고 맞장구를 칠 수는 없지만 속 터지기는 잉걸아빠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독일과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반민족행위자와 전범들에게 헌법정신과는 별개로 '예외규정'을 적용해 철저하게 응징했다. 두 번 다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과거청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미래는 과연 밝을까?

이제 와서 과거를 들추면 뭐 하겠냐는 둥, 과거청산 어쩌고 하면 오히려 빨갱이로 몰아붙이면 끝인 줄 아는 썩어문드러진 정신이 아직도 힘을 발휘하는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다. 때로는 자기 위치나 목숨까지도 내걸어야 한다. 그렇더라도, 아닌 것은 아닌 거다. 독립운동유공자 가족 가운데는 밥도 못 빌어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잉걸아빠는, 매국친일파 후손이 못 먹고 못 산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잘못된 과거를 청산해야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과거란 미래의 거울이므로, 훗날에 어긋난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드시 반복된다. 그것이 동서고금을 통한 역사의 준엄한 교훈이다. 그 교훈을, 특별법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헌법보다 높은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것은 바로 지엄한 역사라는 사실을 그들이 직시하기 바란다.

"금년이 가기 전에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재산을 환수하는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을까요?"
"그래야겠지."
"선생님 희망사항 말고, 진짜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너 자꾸 여기 매달리는 이유가 뭐니? 너부터 말해봐. 선생님 지금 들어가 봐야 돼."
"너무 속상해서 이참에 이것저것 조사해본 뒤, 대학생 되기 전에 논문 하나 쓰려고요."
"그랬구나. 진작 얘기하지. 선생님 괜히 말 사렸잖아."

곧 겨울이다. 정말 금년이 가기 전에 이번만큼은,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을까? 지켜봐야겠지.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할 말이 없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 만약에 이번에도 특별법이 들병이 개짐처럼 버려진다면 잉걸아빠는 국회의사당 건물에 침을 뱉으며 다음과 같이 외칠 수밖에 없다.

"참 좋은 나라, 땅 찾는 친일파 후손들 반자이(萬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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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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