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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꽃> 표지
<사막의 꽃> 표지 ⓒ 선앤섬
그런데 그 할례란 것이 내 상상을 초월했다. '할례'는 지금도 '아프리카 28개국의 여성들에게 행해지는 의식'으로, 이 책에 의하면 '할례'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보다 적합한 용어는 여성성기절제술(FGM)). 즉 '절제술'과 '봉쇄술'이다. 절제술은 여성 외부생식기의 중요한 한 부분만을 절제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봉쇄술은 소말리아 여성의 80%에게 행해지는 것으로 여성의 외부 생식기 전반을 고기 도려내듯이 살점을 도려 낸 다음 성냥개비 하나 정도의 구멍만 남기고 꿰매는 것이라고 한다. 그 꿰맨 상처가 다 아물면 봉쇄술을 받은 여성의 외부 생식기 모습은 바지의 지퍼를 올렸을 때와 같은 모양에 성냥개비 머리만한 구멍 하나만 간신히 나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물론 많은 소녀들이 상처가 아물기 전에, 혹은 봉쇄술을 받은 직후 각종 세균 감염과 파상풍 패혈증 등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와리스 디리의 언니도 이 시술의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설사 죽지 않고 살아났다고 해도 그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보통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다들 쏴아~ 소리를 내며 10여초 안에 다 눌 것이다. 그러나 이 봉쇄술을 받은 여성들은 '수돗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 그렇게 소변이 나오기 때문에 한번 소변을 볼 때마다 1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뿐인가. 달마다 생리가 있을 경우 보통의 경우 3~4일이면 끝나는 데 비해 봉쇄술을 받은 여성들은 10일 동안 기절할 정도의 통증을 느껴가며 피를 흘려야 된다고 했다.

유엔은 어림잡아 1억3천만여명의 여성들이 FGM을 받았으리라 추정했고, 매년 200만명이 그 피해자가 될 위험을 안고 있고, 그것을 하루로 환산하면 매일 6000명이 할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할례'는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파나 마을의 나이 많은 여자에 의해서 '마취 없이' 행해진다고 한다. 와리스 디리 또한 너무 아파서 기절했으며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고비를 몇 번 넘기며 겨우겨우 회복되어 살아났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들에게 면도날과 같은 형편없는 기구로 생살을 도려낸다니. 당시의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성장하면서 혹은 죽을 때까지 화장실 갈 때마다 매순간 느껴야 하는 그 생리적 고통을 어찌해야 하는지.

"남자라면 다 하는 것 아닌가?"

와리스 디리의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몇 년 전 <한겨레 21>에서 읽었던 한국 남성들의 포경수술에 대한 기사가 생각이 났다.

전반적인 것은 기억이 가물가물 하나 핵심은 선명하게 내 뇌리에 남아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즉 어떤 과학도가 유럽에서 유학중이었는데 어느 날 유럽인 친구와 목욕탕에를 갔다고 한다. 목욕탕에서 유럽인 친구는 포경수술한 과학도의 생식기를 보자 의외라는 듯이.

"당신 유태인?"
"아니."
"그런데 왜 포경수술을?"
"이거 원래 남자라면 다 하는 것 아닌가?"
"무슨 소리. 주위를 둘러봐."

과학도는 그럴 리가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과연 유럽인 친구의 말대로 포경수술한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하다. 한국 남자들은 거의가 포경수술을 하는데 유럽남자들은 왜 전혀 그렇지 않는 걸까.

과학도는 서양 사람들은 모두 포경수술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데 충격을 받았다. 충격을 받은 차에 그러면 일본 남자들은 어떤가 싶어 일본 유학생에게 물어보았다. 답은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포경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 과학도는 내친 김에 포경수술하는 나라와 안 하는 나라를 조사했는데.

포경수술 하는 나라는 유태인과 미국 그리고 한국뿐이었다. 유태인이야 종교적 신념이 그러하니 이해가 가지만, 미국은 유태계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그랬겠지만. 전 세계 포경수술의 실상이 이러할진대 그리고 포경수술하지 않고도 다들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가는데 굳이 생살을 찢어 꿰맬 필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자아이들에게 포경을 시키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생식기 주변이 쉬이 지저분해져서 세균 감염 등 생식기에 병이 올 수 있다는 설 때문이다. 설이 아니라 실지로 그럴 것이라 '철떡' 같이 믿기에 다들 사내아이들을 '고래 잡으러' 보낸다.

나 또한 기사를 접하기 전에는 남자아이들의 포경수술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가깝게는 친척아이 하나는 태어나면서 바로 포경수술을 했다. 어차피 할 거 감각이 무딜 때 해야 아픔도 덜 느낀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친절한 설명과 권유에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거슬러 올라가서는 10여년 전, 한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할 때였다. 마음씨 고운 어느 의사분이 우리아이들 중 포경수술을 해야 될 적령기의 아이들 한 10명쯤 추천해주면 공짜로 수술을 해주시겠다고 했다. 우리는 '워매 고마운 분' 해가며 아이들을 추천했고 내가 돌보던 아이 하나도 포경수술을 받으러 바깥나들이를 했다.

그런데, 수술을 받고 돌아온 아이의 고추를 보자니 너무 끔찍했다. 성긴 감침질로 꿰매진 고추는 퉁퉁 부어있었고 피가 덕지덕지 말라 붙어있었다. 나는 때 되면 실밥을 다 풀어내야 하는 줄 알고 실밥 풀 때 아이가 요동칠 일을 걱정했는데 실밥은 저절로 삭는 것이라 했다.

과연 한 10일 쯤 지나니 실밥은 감쪽같이 녹아 없어졌다. 녹아 없어진 것은 실밥만이 아니라 포경수술에 대한 공포스런 우리의 마음까지 녹여주어, 힘들겠지만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포경수술은 한번쯤 거처야 하는 통과의례이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비뇨기과 의사들이 나서 준다면...

그런데 그런 통과의례를 영문도 모르고 한국남자들만 했다니. 아들만 둘인 나는 <한겨레 21>의 그 기사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군대 가면 그때까지 포경수술 안한 사병들에게 뭐 이런 덜 떨어진 것들이 있나 하며 일괄적으로 다 시켜준다지 않는가.

주변의 아들 가진 부모들에게 물어보면 하긴 해야 되는데 다들 걱정이라는 반응들이었다. 사실은 세계적으로 포경수술의 통계가 이러이러하다더라고 얘기해 주어도 친구들 다 하는데 혼자만 안 해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몇 년 전의 포경수술 비용은 20만원 선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거름지고 장에 가는 일인지 아닌지는 분별해가며 살 때가 되지 않았냐 말이다.

산모들에게 '엄마 젖 먹이기'를 권할 때 산부인과 의사들이 해주어야 가장 설득력이 있듯이 남자아이들의 포경수술 또한 '할 필요 없다'는 것을 비뇨기과 의사들이 좀 나서서 해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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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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