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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10월 11일 1면
영남일보 10월 11일 1면 ⓒ 영남일보
하지만 지면에 기사화된 조사결과를 꼼꼼하게 분석해보면 '모르겠다', '지지정당 없다'는 항목에 응답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영남일보>는 이 결과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첫째, 11일자 <영남일보> 1면 타이틀은 '차기 대통령 박근혜 > 고건 > 이명박'으로 설정하고 부제목으로 '대구시장 이재용ㆍ이한구, 경북도지사 김관용ㆍ정장식 선호'라고 편집해두고 있다.

하지만 조사결과를 보면, 고건과 이명박의 지지율은 각각 21.4%와 21.0%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지만, <영남일보>는 아예 제목에서부터 '고건 > 이명박'으로 순위를 매겨버렸다.

시장, 도지사 인물선호도 '잘모르겠다'는 응답이 각각 35.8%, 52.8%

영남일보 10월 11일 1면
영남일보 10월 11일 1면 ⓒ 영남일보
차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인물 선호도 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대구시장' 인물선호도에 대한 결과는 이재용(15.4%), 이한구(13.2%), 백승홍(9,2%), 김범일(6.6%), 윤덕홍(6.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모르겠다'에 35.8%가 응답했다는 점이다.

'모르겠다'는 응답층을 부동층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무관심층으로 봐야 할지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겠지만 이 항목에서 가장 중점을 주어야 할 내용은 응답자의 약 36% 이상이 잘 모르겠다고 답한 점이다.

'경북도지사' 인물선호도 조사에서 '모르겠다'는 응답율은 52.8%, 즉 과반수가 넘는다. 조사결과를 요약해보면 김관용(9.8%), 정장식(8.8%), 그리고 김광원, 박기환, 박팔용 등의 후보가 7% 이하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영남일보>가 제목을 통해서 드러낸 김관용(9.8%), 정장식(8.8%)씨의 경우 채 10%도 되지 않는 지지율 속에서 나머지 후보들과 별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남일보>에서는 1면 기사에서 '대구시장 이재용ㆍ이한구, 경북도지사 김관용ㆍ정장식 선호'라고 제목을 뽑아놓고 있고, 4면 '편집자 주'에서도 "차기 대구시장으로는 이재용 환경부 장관을 경북은 김관용 구미시장을 가장 선호했으며…"라고 결과를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

응답자의 46.4%가 지지정당이 없지만...

영남일보 10월 11일 5면
영남일보 10월 11일 5면 ⓒ 영남일보
한편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도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남일보 10월 11일 4면
영남일보 10월 11일 4면 ⓒ 영남일보
5면 기사 제목은 '정당지지도 한나라 40.9%, 우리당 7.1%'로 편집해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당지지도와 관련된 조사결과를 보면 한나라당(40.9%), 우리당(7.1%), 민노당(4.1%), 민주당(0.8%) 순으로 나타났지만, 지지정당이 없다는 항목을 응답자의 46.4%가 선택했다.

즉 응답자의 약 46% 정도가 지지정당이 없으므로, 대구ㆍ경북시민들의 경우 '정치불신이 심하다'라거나 '정당정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해석해야 한다,

하지만 전체에 대한 해석은 뒤로 한 채 <영남일보>는 가시적으로 보이는 결과 즉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의 지지율만을 해석해두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언론사 주도의 여론몰이?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지난 9월 <매일신문>에서도 비슷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 바가 있다. 당시 <매일신문>도 차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후보와 관련된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율이 50% 이상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상황을 해설하지 않았다.

단지 지지율을 높게 받은 인물중심으로 해석하는 데만 그쳤을 뿐이다.

지역민의 여론을 참고하기 위해 진행되는 여론조사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제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전체 응답상황, 그 응답이 가지는 의미 등의 해석을 뒤로한 채, 언론사들이 선호하는 인물의 지지율 중심으로만 해석해버린다면, 여론을 조사한다는 애초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오히려 '언론사 주도로 여론몰이를 한다'는 의혹을 받기 쉽다.

KBS <미디어포커스> 8월 27일 방송분 '섣부른 대권후보 여론조사보도' 코너에서 성공회대 최영묵 교수는 "언론사들은 '대통령 후보감을 조사'하기 위해 자신들이 후보를 정하고, 거기에서 시민들이 선택하게 만들고, 그 결과를 맘대로 해석하고 있다"라며 "여기에서 시민들은 철저하게 수동적 자세일 수밖에 없다"고 언론사의 과도한 여론조사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했다.

여론조사에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몇몇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한다

즉 '시민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고, 그 정책을 실현할 의지는 누구에게 있는지라고 생각하도록 조사설계를 하면 어떨까?'라고.

<영남일보>가 창간 60주년을 맞았다.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시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기존의 관성을 버리는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허미옥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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