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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원 자민련 대표(왼쪽)와 심대평 충남지사.(자료사진)
김학원 자민련 대표(왼쪽)와 심대평 충남지사.(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주도하는 신당과 자민련은 한 배를 탈 수 있을까?

심 지사와 김학원 자민련 대표의 지난 9일 회동결과는 일단 부정적이다.

김 대표는 회동에서 "당적을 유지한 채 신당 창당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당 측에서는 먼저 자민련을 탈당한 후 합류하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때문에 이날 김 대표의 '자민련 당적유지'는 '선(先) 탈당, 후(後) 동참'을 요구하는 심 지사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최근 기존안에서 크게 물러선 입장을 취해왔다. '당 대 당 통합' 입장을 밝혀오다 "백의종군 하겠다"며 신당이 창당되면 자민련이 신당에 '흡수' 될 것이라며 자민련을 포기하겠다는 입장도 누누이 밝혀왔다. 김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신당의 위세에 눌려 한참을 뒷걸음질 해온 셈이다.

하지만 심 지사는 이날 "다른 당과 지분을 나눠먹는 정치는 안한다"며 퇴짜를 놓았다. 의향이 있다면 자민련 꼬리표를 완전히 떼고 개별적으로 참여하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았다.

여유 부리는 신당세력

이는 자민련과 신당이 서있는 서로 다른 정치 지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민련은 지난 총선과 올 4·30 재·보선의 잇단 참패로 전국은 물론 텃밭이라 여겨왔던 충청권 지역에서조차 지지도가 급락했다. 여기에 자민련 전·현직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중부권 신당 세력마저 자민련을 외면하고 창당을 위한 잰걸음에 나서자 위기 의식이 커졌다.

지난 8월 말 지역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신당창당 시 지지도는 17.4%로 열린우리당(23.4%)과 한나라당(22.4%) 등과 다툼을 벌이는 반면 자민련은 3.5%로 존립 자체를 우려할 수준인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신당 측은 우위를 선점한 상황에서 자민련과 일단 거리두기를 하는 편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유입 등 신당창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같은 시기 여론조사에서도 신당세력과 자민련의 통합에 대해 '바람직'(30.4%)하다는 답변보다 '바람직하지 않다'(57.2%)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때문에 신당 측은 '도로 자민련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중심의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자민련과 통합론이 거론될수록 명분도 참신성도 반감되는 부작용이 있을 거라는 계산이다.

결과적으로 자민련이 당을 해체하고 개별적으로 입당하는 '백기투항'을 하지 않는 한 창당 전 한 배를 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신당 측은 빠르면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1월께 창당하겠다는 일정을 밝히고 있다.

자민련의 선택은?

하지만 지역정가에서는 두 세력이 결국 통합으로 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양측 모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둘로 갈라져서는 다 같이 성공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는 전제위에 시기, 방법, 명분를 둘러싼 기선싸움이 한창인 셈이다.

그렇다고 당장 자민련이 간판을 내리고 백기투항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당 창당 뒤 해산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마당에 '당장 간판 내리라'는 요구마저 수용할 경우 자민련 일각의 "차라리 재야 보수단체와 연합해 보수신당을 만들자"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민련 소속 의원들(김학원·이인제·김낙성) 간에도 미묘한 입장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선 해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이날 심 지사와 김 대표간 모임을 주선한 신당 측 정진석 의원은 "이인제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과 김학원 의원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 각각 다르다"고 말해 자민련 의원 간 의견차를 엿보게 했다.

심 지사의 거부로 다시 공은 자민련에게 되돌아 갔다. 자민련은 신당 측의 이어지는 백기투항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자민련 내에서 통합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김 대표는 회동 직후 "당 대표로서 당적을 유지한 채 신당 창당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어 "이 문제는 (심 지사와) 다시 만나 논의할 수 있다"며 여전히 협의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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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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