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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우리말의 탄생 – 최경봉

▲ <우리말의 탄생>
ⓒ 책과함께
어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필요도 없다. 당장 고개만 들어보자. 외래어가 판을 치는 광고와 간판들, 온갖 생활 필수품 속에 깃들어 있는 뜻도 모를 외국어, 속칭 신조어라고 일컬어지는 국적 불명의 언어를 사용하는 청소년과 누리꾼들은 물론이거니와 텔레비전의 오락 프로그램에서조차 맞춤법이 틀리는 자막은 기본이요, 심지어 이런 알 수 없는 말들을 소재로 방송까지 진행한다.

바로 얼마 전, 유명 연예인 4명을 앉혀놓고 시청자들의 도움말을 통해 그 단어의 뜻을 맞추는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내놓은 문제는 흐뭇도, 하뭇도 아닌 '므흣'이란 단어였다.

물론 이런 신조어들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계도성 말로 눙치고는 있었지만, 사회를 맡고 있는 아나운서의 입을 통해 참으로 자세히도 그 뜻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단어를 알아내려고 허둥지둥 난리를 치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갈 데까지 간 우리말 우리글의 경시풍조와 흔들리는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와중에 다가오는 559돌 한글날을 맞아 일부 국회의원들이 우리 민족 최대의 문화유산이자, 전세계가 그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는 한글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한 초석으로 한글날을 국경일로 되돌리는 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는 다소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물론 살짝 엿보이는 정치적 의도는 애교로 넘어가자.

출판계도 마찬가지.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소중함과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고자 속속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었다.

우선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우리말 바루기'를 바탕으로 실생활과 관련된 우리 말과 글 가운데 잘못 알고 있거나 헷갈리기 쉬운 것을 골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한국어가 있다 [전3권]>(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와 제목 그대로를 담고 있는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전3권]>(책이있는마을) 시리즈는 선물용뿐만 아니라 평생을 곁에 두고 봄직하다.

이와 함께 133가지 아름다운 우리말을 하나하나 되새겨 주고 있는 <우리말 깨달음 사전>(하늘연못),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과 글 중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 사례와 함께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올바른 우리말 사용법>(예담)과 우리 언어 생활의 전반적인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우리 말이 아파요>(해냄)도 놓쳐서는 안될 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히 주목해야 할 책이 있으니 바로 <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이다.

이 책은 앞서 소개했던 작품들과는 달리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직후에 이르는 50여년간의 민족 격동기에 오직 우리말 사전인 <조선말 큰 사전>의 완성을 위해 일생을 걸었던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이 얼룩진 사전 제작 편찬사를 다룬 역사서이다.

이 책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이 책의 제목이 <우리말 사전의 탄생>이 아닌 <우리말의 탄생>이라고 제명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식민지 시절, 우리의 민족혼을 지키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는 곧 언어 민족주의라는 이념의 발로로서 탄생한 우리말 사전의 편찬 사업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즉, 이 사업은 해방 후에도 고스란히 이어져 현재의 우리 민족의 생각과 정신을 표현해낸 최초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편찬된 우리말 사전인 <조선말 큰 사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제2의 우리말 우리글 탄생'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험난했던 <조선말 큰 사전>의 편찬과정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저자 최경봉 교수의 노고가 어려 있는 수많은 자료와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50여년간의 큰 사전 편찬사를 살피기에는 충분할 뿐만 아니라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빼앗겨 영원히 사장될 뻔한 <조선말 큰 사전>의 원고 뭉치를 지금의 서울역인 경성역의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찾게 되는 시작부터 흥미진진함까지 더하고 있다.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과연 우리말과 우리글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이 책 한 권이 우리들로 하여금 우리의 선조들이 기려왔던 우리말 우리글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조금만이라도, 한글날만이라도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책과함께 / 1만 4900원)

[인문] 두 글자의 철학 – 김용석

▲ <두 글자의 철학>
ⓒ 푸른숲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일상의 발견> 등을 통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문화와 일상 속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함으로써 낯설게만 느껴졌던 철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김용석 교수가 이번에는 일상 속에서 사용되는 두 글자 언어들을 문학, 과학, 영화, 가요 등의 문화 텍스트와 접목하여 그 뒤에 숨어 있는 지적 사유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헤친다.

수 천년간 전해 내려온 한자 문명의 영향 속에 당연히 받아들여졌었던 두 글자의 억압성에 주목하고 그 속, 이른바 전통과 관습 그리고 고정관념 안에 갇혀있는 의식을 해방시키자는 차원에서 두 글자를 수십, 수백, 수천자로 풀어나감으로써 급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발맞춰 그러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두 글자' 에 대한 의식의 변화에도 함께 꾀하자는 것.

1부 '인간의 조건'에서는 생명, 자유, 고통, 희망 등 우리 삶에 고뇌를 가져오는 조건들과 재미있는 조건들을 함께 생각해보며, 2부 '감정의 발견'에서는 낭만, 향수, 질투, 복수 등 이성과 감성이 혼합하는 시대에 우리 삶에서 절실히 필요한 감정들에 대해 탐색하고 사유한다. 마지막 3부 '관계의 현실'에서는 이해, 비판, 아부 등의 두 글자를 통해 관계를 성찰하는 데도 분명함의 윤리학보다 미묘함의 윤리학이 더욱 소용있음을 보여준다.

관심과 이해와 배려로 대변되는 사랑의 감정이 시나브로 간섭과 방해 결국에는 증오의 감정으로 바뀐다는 것을 경험했던 분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푸른숲 / 1만1천원)

[역사] 위대한 패배자 – 볼트 슈나이더

▲ <위대한 패배자>
ⓒ 을유문화사
과거 국내 모 기업의 이미지 광고였던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란 카피를 기억하는가? 1등 지상주의의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2등은 곧 패배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올림픽 시상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대한민국 선수들의 모습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그 아름다운 2등을 앞에 세우고 실패자 운운하며 쓸모 없는 은메달이라 치부하던 때가 있었으니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위대한 패배자>는 우리들이 새삼 되새겨야 할 아름다운 2인자들, 비록 패배자라는 멍에를 뒤집어 썼지만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2등이라는 승리자의 모습을 보여줬던 위대한 패배자들을 재조명한다.

성경에 등장했던 골리앗에서부터 고르바초프나 체 게바라와 같은 영광의 패배자들과 메리 스튜어트, 루이 16세, 고흐처럼 왕좌에서 쫓겨나거나 사후에 인정받았던 비운의 패배자 등 문화,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역사 속의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분야와 시대를 망라했기 때문에 비록 깊이는 떨어질 수 있으나 패배자라는 낙인 속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좌절과 절망을 겪었던, 그 누구보다 더 인간적인 그들만의 역사를 되새겨봄으로써 진정 위대한 그들의 모습을 '위대한 패배자'라는 이름으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을유문화사 / 1만5천원)

[사회과학]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 박태견

▲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 뷰스
참여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0년 이후 땅값에 2523조원의 거품이 발생했고,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땅값이 무려 1153조원 폭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더불어 투기 수요의 억제 등 부동산 거래 투명화를 통한 근본적인 제도 개혁의 추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박태견 논설주간이 이러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감과 동시에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그 대안 또한 제시한다.

이헌재 부총리가 추진했던 '골프장 경기 부양론'과 '기업도시 허용', '판교발 폭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2ㆍ17 대책' 등 참여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들을 조목조목 짚어줌과 동시에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일본과 같은 부동산 거품의 대제앙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이를 막기 위해서는 건설업계와 깊게 유착된 정치인, 관료, 언론인, 학자 등 이른바 정경언의 유착이라고 할 수 있는 '건설족' 과의 전쟁을 선포할 것을 제안한다.

땅값을 시가로 통일하고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함과 동시에 건설족의 뿌리를 뽑을 수 있도록 정책실명제를 실시하라는 저자의 간단하지만 명쾌한 대안 제시가 결코 새삼스럽지 않은 이 부끄러운 현실, 참여정부의 분발을 촉구하는 바이다. (뷰스 / 1만2천원)

[경영] 피터 드러커 자서전 – 피터 드러커

▲ <피터 드러커 자서전>
ⓒ 한국경제신문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통해 수많은 명저를 저술해낸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의 독특한 형식의 자서전.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가 아닌, 할머니, 학교 선생님, 직장 동료 등 평범한 사람들에서부터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 GM의 경영자 앨프레드 슬론 등의 유명인사까지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만의 뛰어난 식견과 안목을 통해 조심스레 풀어 나간다.

그럼으로써 단편적으로 존재했던 드러커 자신의 생각이 일정한 체계를 잡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세계와 내면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게 됨으로써 오늘날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던 가치관과 인간관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평범한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들만의 대단함을 발견하고, 유명인사들의 오류와 허점을 짚어내는 드러커의 깊이 있는 시각과 놀라운 통찰력이 다름아닌 '같은 사람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에 있었다는 것은 독자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이 책의 키 포인트.

전체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던 1930~40년대에 만연했던 집중화와 획일화를 거부하고 상이성과 다양성을 강조했으며, 거대 정부와 기업이 지배하던 때에도 권한분산과 실험정신을 역설했던 드러커.

인간 사회의 발전에서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이 책에서 말하는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그의 수많은 명저들 속에서 이 작품이 유난히 빛을 발함을 알 수 있다.(한국경제신문 / 1만7천원)

[경영] 괴짜의 시대 – 구자룡ㆍ김원호

▲ <괴짜의 시대>
ⓒ 더난출판
21세기는 각 기업들마다 경쟁 우위는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시장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차별화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을 개척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상반기를 휩쓴 경제ㆍ경영 분야의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새로운 성장의 잠재력을 지닌 경쟁 없는 시장 공간을 만들어 선점하는 <블루 오션 전략>이었던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이 책은 이러한 블루 오션 전략에 기반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을 창출해 낸 사람들은 평범한 일반인이 아닌 괴짜들, 즉 비주류의 독특한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며,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대량시장을 창출했는지를 다룸과 동시에 그들과 그들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 비즈니스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때 괴짜로 불리던 사람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지금의 시장을 이끌고 있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주변에는 진흙 속에 진주와 같은 괴짜들과 그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직 그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채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스치는 사람들이 그 '괴짜'가 되어 대박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충분히 있지 않을까?

젊음의 마법 보톡스가 어떠한 원료와 원리로 만들어진 것인지 알게 된다면 실소를 금치 못하리라. 정답은 이 책 속에 있다. (더난출판 / 1만 3천원)

[에세이]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 이명박

▲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 랜덤하우스중앙
지난 1995년 첫 자전적 에세이 <신화는 없다>를 통해 보여줬던 샐러리맨의 신화 이명박씨의 모습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음에도 전혀 변함이 없다. (참고로 그동안 절판되었으나 올해 재출간되었다. )

이제는 서울시장의 위치에서 청계천 복원 공사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추진 과정에서 겪었던 난관과 위기,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확고한 신념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통해 그것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등 청계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까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특히 붕괴 위험, 교통 및 쓰레기 대란, 문화재 훼손, 재래시장 상인과의 갈등 등 '사실상 물 건너간 사업'이라고까지 했었던 청계천 복원 공사를 하면서 겪었던 많은 난관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한편의 정치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게 전개된다.

물론, 이 책을 읽고 권하기에는 많은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저 책동네 코너에서 소개하는 신간 중에 한 권으로서 어느 책임자의 놀라운 추진력과 확고한 신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자전적 에세이로만 봐주기를 바라기에는,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그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와 위기가 결코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청계천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조심스레 처음부터 청계천 복원사업의 방향을 비판해온 홍성태 교수의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현실문화연구 펴냄)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랜덤하우스중앙 / 1만2천원)

덧붙이는 글 | *므흣 : '흐뭇하다'와 유사한 뜻의 채팅 용어이지만, 섹시함을 바라보는 이의 관음적인 행태에 대한 부끄러움과 쾌락이 뒤섞인 다소 복잡한 의미


우리말의 탄생 - 최초의 국어사전 만들기 50년의 역사

최경봉 지음, 책과함께(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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