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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부의 아름다운 웃음이 향기롭습니다. 알로에 농장을 배경으로 허씨 부부가 다정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두 부부의 아름다운 웃음이 향기롭습니다. 알로에 농장을 배경으로 허씨 부부가 다정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 이우성
찬란한 옛 가야국 도읍지 경남 김해는 아름답다. 거리가 참 깨끗하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 그윽한 맛을 풍기는 김해 시내를 돌아 나가면 한림면에서 이국적인 사포나리아 알로에를 키우는 마음 넉넉한 한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이곳 주인 허병문(30)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7년째 아버지가 키우던 알로에 농장 일을 이어받아 자신의 미래를 쏟고 있다. 사람 좋은 얼굴에 잔잔한 목소리로 아버지, 어머니, 누나, 매형, 허씨 부부가 일구는 한림알로에 농장(www.saponarialoe.com)은 늘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이렇게 되기까지 20여 년 동안 알로에 재배법을 연구하고 가공품을 개발하고 더 좋은 효능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가족의 열정 덕분인 듯하다.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여기에 걸기 위해 대학 전공부터 이쪽으로 몰두한 허병문씨 부부와 한나절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이들에게서 알로에 같은 신선한 향기를 맡는다. 옆 사람에게까지 신선한 공기를 전염시키는 사람의 미래는 밝다.

8천 평 농장에 알로에 2만여 포기 심어

이곳 8000평 30여동 단동하우스 알로에 농장에서 키우는 품종은 사포나리아 알로에다. 모두 2만 포기가 넘는다. 300여 가지 알로에 품종 중 우리나라에는 베라와 아르보레스켄스 품종이 많은데 사포나리아는 가장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사과나 키위주스 맛이 난다.

알로에는 아프리카가 원산지이고 관엽식물이다. 잎은 뿌리와 줄기에 어긋 달리는데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 모양의 가시가 있다. 알로에란 아라비아어로 '맛이 쓰다'는 뜻. 이곳에서 맛본 알로에 주스는 달콤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결과로는 알로에는 세균과 곰팡이에 대한 살균력이 있고 독소를 중화하는 알로에틴이 들어 있으며, 궤양에 효과가 있고 피로 회복과 숙취 해소, 변비,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포나리아 알로에. 키가 크진 않지만 맛은 좋습니다.
사포나리아 알로에. 키가 크진 않지만 맛은 좋습니다. ⓒ 이우성
20년 전 허씨의 아버지 허성욱(65)씨는 우연한 기회에 은사에게서 처음 사포나리아를 맛보고 이 길로 달렸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베라보다는 똑같은 면적에 생산성이 5배 정도나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사포나리아를 키울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아버지는 대번에 반했던 것.

이곳에서는 생잎 1박스 4kg 단위로 판매를 한다. 이 정도 양이면 20일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가시를 제거하고 요구르트나 과일을 넣어 믹서로 갈아먹으면 된다. 제거한 가시는 끓여서 세수할 때 쓰거나 차를 끓여 마시면 된다고 한다. 칼국수나 수제비 반죽에 물 대신 넣으면 쫄깃하고 색도 곱단다.

지금 이곳은 액기스로 숙성해서 효소를 만들기도 하고 분말로 환을 만들어 시험판매하고 있다. 알로에도 역시 농사에 장단점이 많은데 특히 보관이 힘들다는 것이다. 남아돌 때 버리거나 판매가 불가능한 것들을 모아 비누, 액비, 퇴비로도 만든다. 농장 한켠에 쌓아둔 퇴비가 지금 많이 부식이 되어 퇴비 효능도 실험해보려고 한다.

20년 전 아버지는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부산에서 꽃집을 운영하다가 은사를 만나 사포나리아를 처음 접하고 부산 해운대에서 200그루를 시험 재배했다. 여러 고비도 있었고 고생도 많았다. 농사 경험이 없어 비닐하우스 비닐이 다 날아가기도 했고 낭패도 여러 번 보았다. 겨울에 하루에도 수백 장씩 연탄을 갈기도 했고 뜨거운 줄 모르고 연탄집게를 만지다 화상을 입기도 여러 차례. 처음에 지은 연동하우스가 태풍으로 8동이 무너져 복구조차 제대로 못한 경험도 있다.

한 7~8년 고생을 하다가 알로에의 효능이 언론을 통해 서서히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없어서 못 팔 때도 있었다. 이러자 우후죽순으로 다른 업체들도 많이 생기고 가격도 많이 내려갔지만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규모화를 이룬 덕분에 다른 업체들이 정리될 때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버지 대 이으려 원예학 전공

허씨는 아버지 대를 잇기 위해 대학도 동아대 원예학을 전공했다. 대학 다닐 때부터 하우스 안에서 살면서 준비를 많이 했다. 자신이 경영을 맡으면서 고객관리에 제일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모두 전산화 시키고 고정고객의 스타일에 다 맞게 관리를 해나갔다. 지금 등록된 고객의 숫자는 2만5000명 정도. 입소문으로 이렇듯 고객이 늘었다. 가장 미덥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인 직거래 위주로 모두 판매한다. 지금은 물량이 조금 남기도 해서 홈쇼핑 판매도 생각을 하고 있다.

또 그가 신경을 쓰는 것은 품질관리다. 농산물은 변수가 많고 계절에 따라 모양새가 다 틀리지만 고객들은 전에 것과 똑같은 것만 찾았다. 알로에는 특성상 여름 것은 얇고 보기는 안 좋으나 효과면에서는 제일 낫다. 햇빛을 잘 받아서 합성을 잘해 알로인 성분이 제일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빛깔이 파랗고 도톰한 겨울 것을 많이 찾았다.

고정고객들에게 품질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한 관리방법의 하나로 보인다. 허씨는 한 번 간 곳이나 한 번 찾아온 고객은 기억했다가 고객의 특성을 알아주니 서로 믿음이 두터워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10년 이상 된 장기 고객도 전체 10% 정도. 평생 동안 알로에를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서울 수도권에 있는 고객이 제일 많다.

농장에서 고정으로 일하는 분들은 동네 아주머니들이다. 모두 9명이 일요일 빼고 항상 일을 한다. 초보자들은 알로에 가시에 많이 찔리므로 한 달 일하고 안 나오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이곳은 오래 일한 분들은 보너스를 더 준다.

알로에는 한 번 심어놓으면 수령이 높아질수록 좋으므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일정하게 추비만 하면 된다. 매일 수확을 하면서 새로 나온 새 싹만 제거해 주면 된다. 무성번식을 하므로 옆에서 새 가지가 많이 나온다. 하루만 측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감당이 불가능하다. 알로에 측지만 모아서 500리터 통에 액비를 담아 올해부터는 영양제로 뿌려줄 생각이다. 식물은 자신의 부산물이 최고의 영양이 되니까 기대를 하고 있단다.

이번엔 무화과열매에 도전

아버지, 어머니, 누나, 매형, 허씨 부부 모두 6명이 농장과 판매장을 지킨다. 아버지, 어머니는 거의 이제 손을 놓고 누나는 판매를, 매형은 세무일과 농장일을, 결혼한 지 1년 반 된 부인 정유선(27)씨는 홈페이지 관리와 홍보 담당을, 자신은 전체 관리와 마케팅을 담당한다. 월 평균 매출은 4000만원 정도.

"아버지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까 다른 일 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낫겠더라구요.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이 일에 미래가 있기 때문에 제 스스로 판단해서 이 길로 뛰어든 겁니다."

그는 마케팅을 위해 안 가본 데가 없다. 인터넷으로 홍보를 하고 백화점은 직접 발로 뛰었다. 현상 유지가 안 될 때는 농장이나 일하는 분들을 줄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줄이면 경쟁력이 없겠다는 생각으로 마케팅을 위해 더 뛰었다. 지금은 많이 안정이 되었다고 스스로 진단한다.

알로에는 본래부터 병충해가 없어 농약칠 일이 없다. 습기가 많은 곳에 방치하면 탄저 같은 습기 장해가 있을 수 있으나 관리만 잘 하면 다른 병에 걸릴 염려가 없다. 인증 없이 팔아도 잘 팔리지만 다른 곳이 다 인증을 받아 자신도 흙살림에서 올해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지금 그는 새로운 작물 개발에 들어갔다. 오가피, 클로렐라, 매실, 석류, 알로에까지 건강식품에 대한 사람들의 기호도가 자주 바뀌니까 알로에를 대체할만한 작물 선정을 미리 해두고 적응 연구를 할 생각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성인병에 좋다는 무화과 열매이다. 무화과는 인터넷 판매가 쉽고 친환경재배하는 데 별 무리가 없는 과실이다. 다만 저장성이 떨어져 구입하자마자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고 처음 3년간은 수확량이 적고 7년째에 수확량이 제일 많으나 맛이 있고 신비감이 있는 장점이 있어 우선 몇 그루 시험재배를 하고 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여서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는 행운과 지원이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이 그에겐 있다.

이곳은 택배가 95% 정도 된다. 하루에 30~40건 주문이 온다. 10년 전부터 택배시스템을 잘 이용하고 홈페이지를 잘 활용한 것이 자신들의 성공 비결이라고 털어놓는다. 허씨는 지금 이런 판매 구조에 좀 변화를 주려고 한다. 이곳 방문자를 늘릴 생각이다. 그래서 직접 체험하게 해보고 볼거리도 많이 준비할 생각이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등한시하면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고객 스스로 농장 체험도 하고 알로에를 재료로 음식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체험행사를 많이 만들 생각이다.

아름다운 가야국에서 다시 찬란했던 이곳 문화를 재현해보고자 하는 한 가족의 열망이 언제쯤 꽃피울 수 있을까. 조용조용 다정다감하게 건강의 전도사로 넓게 퍼져가려는 이들의 소망은 가야국에서만 머물지 않고 온 나라에 축복처럼 내려앉을 것을 믿는다. 불확실한 미래를 잡으려는 그들의 몸짓이 신선하다.

덧붙이는 글 | 나이 드신 아버지 일을 이어받아 자신의 미래를 걸고 농사짓고 있는 이 사람에게서 든든한 푯대를 봅니다. 그의 미래가 밝은 것을 믿어도 좋습니다.

흙살림신문(www.heuk.or.kr) 10월호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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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그루 심는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세월이 지날수록 자신의 품을 넓혀 넓게 드리워진 그늘로 세상을 안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낌없이 자신을 다 드러내 보여주는 나무의 철학을 닮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또 세상은 얼마나 따뜻해 질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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