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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 위에 앉은 잠자리
수수 위에 앉은 잠자리 ⓒ 권용숙
붉은 수수가 익어가는 가을 들녘에서 잠자리를 찾아 산과 들을 쏘다니다가 해가 지는 줄 몰랐다. 한가지 분명하게 알아낸 사실은 잠자리들은 마음껏 비행을 하다, 앉아 쉬는 곳이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높은 곳이라는 것이다. 평평하고 넓은 해바라기 잎새도 있고, 갈배추도 있고, 예쁜 들꽃들도 피어 있지만 잠자리는 주위에서 제일 높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위험천만인 말뚝 끝, 쇠파이프 끝, 마른 나무가지 끝 등 높고 위험한 곳에 앉는다.

마른 나무가지 위에 잠자리
마른 나무가지 위에 잠자리 ⓒ 권용숙

검불위에 앉은 잠자리
검불위에 앉은 잠자리 ⓒ 권용숙
그것이 사람들로부터 아니면 다른 곤충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잠자리들의 그 단순함 때문에 난 뾰족한 곳에 앉아 쉬고 있는 잠자리들을 무진장 많이 찾아냈고 잠자리들은 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멋진 포즈를 취해 주었다.

마른 소나무  끝에 앉은 잠자리
마른 소나무 끝에 앉은 잠자리 ⓒ 권용숙

나무가지 위에  앉은 잠자리
나무가지 위에 앉은 잠자리 ⓒ 권용숙
한 산비탈 작은 고추밭에는 고추를 묶어놓은 말뚝이 열다섯 개쯤 있었는데 잠자리 열다섯 마리가 말뚝마다 앉아 있었다. 정말이다. 사진 찍다말고 말뚝을 세어 보긴 처음이다. 말뚝 하나에 두 마리가 앉는 법도 없다. 말뚝 하나에 잠자리 딱 한 마리씩이다. 앉는 것에도 저들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나보다. 가을 들녘에 잠자리가 이리도 많았던가.

종일 잠자리를 찾아 다니다가 결국 잠자리와 친구가 되었다. 겁도 없이 뾰족하지도 않은 내 왼손에 찾아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앉아 날 희롱하는 고추잠자리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내 왼손은 잠자리가 앉아 있어 꼼짝을 못하고 잠자리에게 내어주고, 내 오른손은 잠자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셔터를 눌러댄다.

붉은수수보다 더 붉은 고추잠자리 때문에 내마음도 붉게붉게 물들어 버렸다.

왼쪽 어깨에 앉았다, 팔뚝에,그리고 손가락에 앉아버린 잠자리
왼쪽 어깨에 앉았다, 팔뚝에,그리고 손가락에 앉아버린 잠자리 ⓒ 권용숙

새끼손가락에 앉은 잠자리..한참이나 내게 와서 놀다 날아갔다.
새끼손가락에 앉은 잠자리..한참이나 내게 와서 놀다 날아갔다. ⓒ 권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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