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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부산에서만 자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묵하면 집에서 먹는 따뜻한 즉석 오뎅과 학교 앞에서 먹는 어묵이 생각납니다. 특히 부산어묵은 이제 어묵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지요. 사무실이 여의도에 있어 가끔 어묵과 정종을 먹을 때가 있는데, 부산에서 먹는 어묵과 모양은 같아 보이지만 이상하게 빠진 게 있다는 걸 항상 느낍니다.

▲ 부산 어묵
ⓒ 김대경

부산어묵에는 꼭 가래떡이 있습니다. 부산 사람들은 출출할 때 어묵보다 이 가래떡을 초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는 즐거운 추억이 있습니다만,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 어묵과 가래떡을 같이 먹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곤 합니다. 부산어묵에는 가래떡과 계란 그리고 꼬치 같은 어묵들을 함께 먹곤 합니다.


그중 겨울철 가래떡에 가장 많이 손이 가는 이유는 어묵 국물에 뜨겁게 데워져 있고 또 국물도 살짝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딱딱하지 않고 국물에 부드럽게 익어서 간장을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가끔 지하철 역에 보면 가래떡을 구워서 파는 걸 봤는데, 그것보단 어묵 국물에 든 쫀득쫀듯한 가래떡의 맛이 출출함과 겨울의 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겁니다.

풍부한 해산물과 풍족한 먹을 거리가 많은 남부지방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어묵 국물도 다소 차이가 납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정종을 조금 넣고 꽃게랑 무로 맛을 낸 국물입니다. 이 국물 한 잔과 가래떡, 어묵을 같이 먹으면 하루 종일 추위가 가시고 출출함을 없앨 수 있습니다. 아울러 드실 땐 조금 뜨거우니 식혀 가며 드시고 간장에 찍어 드시는 것도 좋지만 초장에 찍어 드시는 것도 별미 입니다.

부전시장, 사직시장 등 부산 시장에서 먹는 떡볶이에도 충분히 삶은 가래떡과 어묵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부산 떡볶이는 타지역보다 색깔만 빨갛지 맵지 않고, 다양한 양념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떡과 어묵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어묵 국물 안에서 서로 다른 맛으로 사람들의 입을 유혹합니다.

떡은 떡 대로의 쫀득함과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많이 먹습니다. 어묵 또한 다양한 해산물로 만들어져서 그냥 어묵 맛이 아니고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드시는 어묵과 부산에서 드시는 어묵이 같은 맛이라는 기대는 하지 마세요. 부산어묵은 다양함과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가래떡이 허기를 채워 줍니다.

친구들과 하교할 때 손잡고 가래떡 하나씩 물고 가는 학생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겨울에는 뜨거운 국물까지 한 컵 들고 맛있게 먹으면서 갑니다. 그리고 시장 보는 엄마를 따라가는 아이의 손에도 꼭 어묵보다는 가래떡이 들려 있습니다. 그만큼 즐거운 음식입니다.

겨울 바다 앞 포장마차에서도 꼭 어묵을 팝니다. 어묵 국물과 바다 그리고 파도. 정말 어울리는 모습이지만, 이때 서 있는 사람은 춥고 배고픔만 남지 추억은 별로 보이지 않더군요. 소주 한 병 사와서 국물과 어묵과 가래떡을 안주로 친구들과 한잔 할 때도 있습니다. 술도 배가 좀 차야 견딜 수 있으니 가래떡은 꼭 빠지지 않습니다. 부산 오시면 꼭 어묵 드실 때 가래떡도 같이 드세요. 어묵은 언제든지 드실 수 있지만 가래떡과 함께 먹는 어묵 맛은 한 번 드시면 잊지 못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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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좋아 하는것은 꿈 싫어 하는 것은 허상 하지만 소박한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가 보다는 작은 생각들로 자신을 나타 내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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