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정구 교수는 이날 학문적 연구 성과에 대한 국가폭력의 강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사회가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부정하는 자기부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강정구 교수는 이날 학문적 연구 성과에 대한 국가폭력의 강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사회가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부정하는 자기부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 한대신문
최근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으로 필화사건에 휘말린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보수진영의 색깔공세에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강 교수는 14일 저녁 한양대 인문관 멀티미디어실에서 민주노동당 한양대 학생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전쟁과 북핵위기' 주제 강연회에서 미국의 한국전쟁 개입으로 민족의 비극이 커졌다며 전쟁피해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흡수통일한 독일만 통일이고 베트남과 예멘은 아직도 분단되어 있다는 말이냐"며 "하나로 합치면 통일이지 내가 하면 통일이 되고 다른 사람이 하면 통일이 안 된다는 것은 억지일 뿐 논리와 현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회주의식 통일은 부정하고 자본주의식만이 통일이라는 것은 가치논쟁이지 사실논쟁이 될 수 없다는 것.

지난 7월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해 논쟁이 되고 있는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 칼럼과 관련, 그는 "세계사적인 탈냉전과 민족사적인 통일시대를 맞아 1989년부터 냉전성역 허물기를 학문의 정체성으로 삼아 꾸준히 전개한 학문연구 결과물의 일부"라고 소개하고 "냉전성역이 무너짐으로써 그간 누리고 있던 권력의 토대가 침해를 받게된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는 상황이 됐다"고 개탄했다.

냉전성역에 대해 강 교수는 "과거 60년 동안 지속된 냉전분단체제로 생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과 금기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냉전성역에 갇혀 북의 것은 무조건 악마로 규정해 적대시하고 남이나 미국의 것은 천사로 설정하여 이에 대한 일체의 다른 평가나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냉전성역의 대부분은 냉전반공이데올로기라는 맹목적 믿음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실이나 역사적 사료, 논리적 추론, 보편적인 공약성(co-measurability) 등의 과학적 지식 기반이 없는 허구라는 점"이라며 "북도 아마 남이나 미국의 것을 냉전성역으로 규정한 예들이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따라서 그는 "상대를 악마로 보는 냉전성역을 허물지 않고는 진정한 남북 화해와 통일은 불가능하다"면서 "비록 상식 이하의 곤욕을 치른다 하더라도 지식인의 책무로서 냉전성역허물기라는 통일사회과학의 과제를 결코 포기하거나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 6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는 120여명의 청중이 몰려들어 통일전쟁론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드러냈다
저녁 6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는 120여명의 청중이 몰려들어 통일전쟁론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드러냈다 ⓒ 한대신문
강 교수는 이날 강연회에서도 6·25전쟁의 성격과 관련하여 자신의 평소 신념인 통일전쟁론을 역설했다. 6·25전쟁은 북이 주장하는 민족해방·조국해방·계급해방전쟁이나 남이 규정하고 있는 침략전쟁이 아닌 민족 내부에서 일어난 통일전쟁(내전)이라는 것.

그는 "남북 지도부가 전쟁을 처음 진행하면서 통일을 지향했지만 1951년 휴전회담 시작과 함께 6·25가 분단 고착화전쟁으로 굳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1950년 6월 27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 6·25를 별개의 주권국가 사이의 전면적 군사행위인 침략전쟁이 아닌 평화파괴로 규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 교수는 "국제법적으로 내전인 집안싸움에 제3자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미국의 한국전쟁 개입을 강하게 비판한 뒤 "미국의 남북전쟁이나 일본의 메이지유신, 베트남전쟁에서 보듯 내전에서는 침략의 개념이 성립될 수 없고 특정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6·25전쟁 사상자가 400만 명은 안 되고 1만 명은 괜찮은 것이냐'는 일부 진보진영의 비판에 대해 "그렇다면 몇 십만 명이 희생된 프랑스혁명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느냐"며 "6·25전쟁 이전에도 해마다 몇 만 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던 현실을 생각하여 전쟁과 관련한 도덕 회계장부를 만들어 보라"고 충고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