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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노동자 나나가 화상을 입은 지 1주일이 지난 상태의 사진.
인도네시아 노동자 나나가 화상을 입은 지 1주일이 지난 상태의 사진. ⓒ 고기복
우리 노동자 쉼터 상담실장은 임금체불이나 구타 사건을 일으킨 업체 대표들과 상담하다가 종종 "성질 같았으면 벌써 책상은 서너 번 뒤엎고, 올라섰을 텐데, 허허허"하는 말을 종종 합니다.

사실 통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신경을 거슬리게 해도 워낙 비슷한 경우를 자주 접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경우는 그러려니 하고 폭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그런 말을 할 때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 역시 어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 때문에 한 회사를 방문하고 인내의 한계를 느낄 정도의 일이 있었는데 그 여파로 지금까지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에 위치한 한 회사에 근무하는 인도네시아인 4명이 2주 전 울며 전화를 걸어오더니, 지난주에는 직접 쉼터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의 사연은 기가 막혔습니다. 나나(Nana, 30)는 회사에서 오른손 팔뚝에 큰 화상을 입어 붕대를 감고 있었습니다. 나나가 화상을 입자 회사 측에서는 한국에 온 지 갓 한 달이 지나 지역 지리를 모르는 나나에게 병원에 혼자 가라고 했답니다. 나나가 병원을 모른다고 하자 나중에는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약국에서 소독약만 사다 발라주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크게 다친 것이 아니니, 일을 하라면서 일을 시키더라는 것입니다. 화상환자를 여럿 보아왔던 저는 붕대를 풀어 본 순간 그게 간단한 화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얘기를 하며 살펴본 결과 화상을 입은 오른손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숙소 앞에 개 풀어 놓고, 월급은 30만원 적게 줘

나머지는 네 명이 공통으로 겪은 문제입니다. 무슬림인 이들의 방 앞에 사측에서 개를 풀어놓았는데, 그 개가 부엌에 들락거리면서 냄비를 핥고, 침을 흘리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그들을 당황스럽게 했던 것은 그 개의 똥을 치우라고 시켰다는 것입니다. 개를 돼지보다 더 부정하게 보는 독실한 무슬림인 이들은 자신들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 여기며, 밤마다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참고 일하던 이들이 근무처 변경을 요구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월급을 받은 다음이었습니다.

하루 2교대로, 야근의 경우 저녁 7시에 들어가서 다음날 8시30분에 끝나는 작업을 한달 내내 했는데, 월급을 자신들의 계산과 달리 30만원 이상 적게 주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업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욕설이 있었고, 일 못한다고 머리통을 쥐어박는 일은 다반사라고 했습니다. 무슬림인 그들은 머리를 쥐어 박힐 때마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습니다.

네 사람의 말이 다소간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슬림의 머리를 쥐어박고, 개가 부엌에 들락거리며 그릇을 핥게 하고, 개똥을 치우게 하는 일 등은 분명 심각한 문제이고 문화적 무지에서 발생한 일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화를 걸어 그러한 부분들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업체 대표라는 사람이 "우리 회사 좀 방문해 보시고 그런 말씀하시죠"하면서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 하기에 약속을 하고 해당업체를 방문했습니다.

업체를 방문했더니, 사장이라는 사람은 없고, 처음에는 과장이라는 사람이 한참 동안 자신들이 못한 게 뭐냐고 따지듯 목청을 돋우더니, 이번에는 부장이라는 사람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보태는 말이 "남의 나라에 돈 벌러 왔지, 문화 타령하려고 왔어!. 무슬림이라고 개 싫다 하면 왜 수녀들이 갖다 주는 김치는 처먹냐고? 웃기잖아!"라며 핏대를 올렸습니다.

욕설과 구타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회사가 기계소리로 시끄럽고 거리가 멀다 보니까, 언성이 높아지는 거지, 그런 걸 욕이라고 하면 일도 못 시키겠네."
"머리를 손가락으로 민 것 같고 구타했다고 하면 여긴 직원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말란 소리야?"
"월급 적다는 소리는 왜 밖에 가서 떠들고 지랄이야. 내가 다른 데 알아보니까, 똑같이 줬더라. 우리같이 조그만 공장에서 노동부에서 주라는 대로 다 주는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
"니 놈들 일하기 싫으면 가, 근무처 변경 도장 절대 못 찍어줘. 신고해 버리겠어."

욕설과 폭력 행사하고도 당연하다 생각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 시인하면서도 당연하다는 태도였고, 외국인들이 고용주 동의 없이 근무처 변경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한 협박이었습니다. 대화 도중 경찰과 출입국 직원 등과도 안면이 있는지 전화를 통해 외국인들이 근무처 변경을 고용주 동의 없이 하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더니, 더 더욱 기고만장하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소리만 반복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업체 '대표가 외근 중인데 곧 올 것'이라는 소리 때문에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여분이면 온다는 사람이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을 지나도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린다 싶어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사장님이 언제 오느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이 부장이라는 사람이 "여기 대표 명의가 우리 집사람인데, 나랑 말하면 돼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부장이라는 사람은 회사 대표 명의를 부인 이름으로 해 놓고 사실상의 오너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한 발 물러선 사람처럼 온갖 궤변을 늘어놓더니, 결국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있음을 밝히는 꼴이라니,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덕택에 하루를 다 소비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머리가 아팠습니다. '자기 회사는 외국인들에게 너무 잘해줘서 나갔던 사람들은 다시 들어오겠다고 늘 난리'라는 믿기지 않은 자기 자랑을 곁들인 반복적인 궤변과 외국인들에 대한 협박을 듣는 동안 그가 내뿜는 담배 연기에 눈이 매울 정도였습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 인내를 갖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별 신통한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해 노동부 근로복지공단에 협조공문을 보내 직권으로 근무처 변경을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안 될 경우 강제 출국시키기 위해 신고하겠다는 업체대표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인권위 진정까지라도 가야 될 것 같습니다.

"너는 일하러 왔으니, 한가하게 종교나 문화 타령이나 할 요량이면 돌아가라"며 외국인 직원들의 종교나 문화에 대해 전혀 배려가 없던 업체 측의 태도는 '개를 풀어놓고, 머리를 치는 게 종교적 폭력이라고 해도 좋다. 그게 무슨 문제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분명 물리적 폭력 그 이상이었습니다.

장장 6시간 동안의 고문 같았던 해당업체 방문을 생각하자니, 다시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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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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