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내아이를 그린 그림과 계집아이를 그린 그림.
사내아이를 그린 그림과 계집아이를 그린 그림. ⓒ 강인춘
파스텔로 채색된 사내녀석 그림 한쪽편에다 "요렇게 생긴 꼬마 어떠니? 예쁜 생각 많이 많이 해라. -아기와 함께 있는 지원에게"라고, 또 계집아이 그림 한쪽에도, "요렇게 생긴 계집애 어떠니? 예쁜 생각 많이 많이 해라. -아가와 함께 있는 지원에게" 이렇게 썼습니다.

아들과 며누리. 둘 사이가 참 보기좋다.
아들과 며누리. 둘 사이가 참 보기좋다. ⓒ 강인춘
며늘아이는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그림을 받아들고 자기 집에 미리 준비해 둔 아기 옷장 위에다 두 장 모두 나란히 세워 놓았답니다. 며늘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고 저도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원래부터 심성이 착한 며늘아이 성격이라 그 어떤 선물보다도 시아버지가 주시는 그림 선물이 더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후 며늘아이는 정말 태교하듯이 매일매일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예쁜 아가 낳도록 기원했답니다.

그런데 왜 남자아이, 여자아이 이렇게 두 장을 그렸냐구요? 글쎄 그게 하늘이 점지해주는 거라, 계집애를 줄지, 사내애를 줄지 누가 알겠어요. 그래서 계집아이 그림 한 장, 사내아이 그림 한 장, 이렇게 두 장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하여튼 그 해 12월에 며늘아이는 내가 그린 그림처럼 건강한 사내녀석을 낳았습니다. 지금 벌써 만 3년8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제법 자기네 아빠, 엄마한테도 떼를 써보기도하고 서투른 말로 이것저것 귀찮을 정도로 묻기도 한답니다.

그림같이 훌쩍 커버린 손자녀석이다.
그림같이 훌쩍 커버린 손자녀석이다. ⓒ 강인춘
"하부지! 할무니! 이 그림 누구예요?"

지금 손자녀석은 제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그려준 자기 그림보고 누구냐고 묻고 있습니다. 참 며칠 전 아들 집에 가서 두 그림 중 계집애를 그린 그림이 이젠 필요 없을테니 도로 가져 가겠다고 하니까 아들녀석과 며늘아이가 결사적으로 내 등을 밀더라구요.

"아버님 안돼요. 그림에 있는 두 아이가 항상 같이 있어야지, 서로 떨어져 있으면 얼마나 외롭겠어요?"

얘들이 또또 무슨 속셈이 있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