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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바위에 올라가면 만나는 큰 바위들
범바위에 올라가면 만나는 큰 바위들 ⓒ 강지이
마치 누가 갖다 올려 놓은 듯한 돌덩이들이 줄지어 있다
마치 누가 갖다 올려 놓은 듯한 돌덩이들이 줄지어 있다 ⓒ 강지이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 강지이
범바위 위에서 바라 본 호수 풍경
범바위 위에서 바라 본 호수 풍경 ⓒ 강지이
마치 힘센 골리앗이 커다란 돌덩이를 갖다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봉우리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자그마한 존재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바람에 풍화되어 마모된 둥근 모습의 돌덩이들 사이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우습기만 하다. 신라 시대에도 이 바위산이 그대로 존재했다고 하니 그 기나긴 세월 속에도 조금의 변화 없이 그대로 머무르는 자연이 신기하기만 하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큰 돌덩이들이 데구르르 굴러내려올 것만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사람들은 궁금한 마음에 바위에 손을 얹고 움직이려 애를 써 본다. 바위는 끄떡도 없다. 거기에 매달려 바둥거리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 미약한 존재로만 느껴진다.

오랜 동안 풍화된 바위를 오르는 사람들
오랜 동안 풍화된 바위를 오르는 사람들 ⓒ 강지이
범바위의 진짜 범 형상을 보려면 바위를 내려와서 뚫려 있는 영랑호 주변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돌면 된다. 안타깝게도 주변에 골프장과 숙박 시설이 들어서 있어 옛 멋을 느낄 수 있는 여유는 없는 편이다. 도대체 이곳이 그 '빼어나다는 영랑호 맞아?'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호수의 물은 탁하고 주변은 모두 개발되어 있다.

개발과 함께 잘 닦인 산책로가 조성되어 범바위와 영랑호의 풍경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며 본 범바위의 모습은 진짜 날카로운 눈매와 귀, 웅크린 발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느 게 범의 모습인가 하고 의아했지만 자세히 보니 완연한 범의 형상을 하고 있다.

범바위 위에서 바라 본 주변의 골프장
범바위 위에서 바라 본 주변의 골프장 ⓒ 강지이
범의 형상을 하고 엎드려 있는 바위 - 눈매와 쫑긋한 귀가 선명히 보인다
범의 형상을 하고 엎드려 있는 바위 - 눈매와 쫑긋한 귀가 선명히 보인다 ⓒ 강지이
이 모습을 발견한 옛사람들의 관찰력도 뛰어나고 과거에는 참 아름다운 바위산과 호수의 조화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여기저기 들어서 있는 숙박 시설과 유흥 시설이 영랑이 그토록 반하여 오래 즐기고 싶어 했다는 영랑호의 노을을 감상할 수 없게 만든다.

호숫가 옆 산책로
호숫가 옆 산책로 ⓒ 강지이
맞은 편에서 바라 본 범바위와 개발된 건물들
맞은 편에서 바라 본 범바위와 개발된 건물들 ⓒ 강지이
호수와 바위는 오랜 세월을 보냈고 주변 환경은 완전히 개발되었다
호수와 바위는 오랜 세월을 보냈고 주변 환경은 완전히 개발되었다 ⓒ 강지이
영랑이 머물고 간 후에 이곳은 오랫동안 신라 화랑의 순례도장으로 쓰였다고 하는데 이제는 놀기 좋아하는 관광객들의 놀이터가 되고 말았다. 옛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잘 다듬어진 이 현대판 놀이터에서 한 마리의 외로운 범은 웅크리고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왠지 그 모습이 서글퍼 보이기만 하여 영랑호를 떠나는 내내 아쉬움이 남아 뒤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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