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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펠>의 표지(생각의 나무 출간)
ⓒ 생각의나무
파리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에펠탑, 그리고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에게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의 내부구조물을 지은 인물인 구스타브 에펠의 평전 <에펠>이 나왔다.

이 책은 뛰어난 천재 공학자 에펠의 험난한 인생역정을 오롯이 담아내면서 그가 느꼈던 인간적 고뇌와 기쁨, 일에서 거둔 성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벌였던 격렬한 투쟁, 이런 과정에서 그가 겪은 극적인 사건들을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소상하게 들려준다.

인간은 참으로 묘한 동물이다.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기묘한 물건들을 만들면서 기뻐하고 남들이 가지 못했던 곳에 첫 발을 내딛으며 행복해 한다. 여기 이전에 인류가 닿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을 정복하면서 한껏 자랑스러워한 사람이 있다. 구스타브 에펠.

그가 정복하고자 했던 공간은 높았다. 만유인력으로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높은 곳. 그는 하늘에 닿고 싶었다. 그가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조금 엉뚱하지만 프랑스 혁명이었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하기로 한 만국박람회의 기념물을 공모했는데 700여 개가 넘는 설계안 가운데 그의 설계안이 당첨되었던 것이다. 그 설계안을 바탕으로 지어올린 구조물이 바로 에펠탑이다.

에펠탑은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이었다. 이것이 가능하게 한두 가지 요인이 있었는데, 첫째는 철강이고, 둘째는 그의 천재적인 설계와 노련한 건조능력이었다.

▲ 탑을 건설할 즈음의 구스타브 에펠
ⓒ 생각의나무
에펠은 근대 건축에 철을 과감하게 도입한 대표적인 공학자다. 그는 철강을 주체적인 재료로 삼는 근대 건축기술 창시기에 이론과 실제의 두 방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유럽 각국의 수많은 교량, 자유의 여신상(의 내부구조설계)등 철을 이용한 다양한 구조물을 지었다.

그는 처음에는 교량을 건설하는 단순한 건축기사였으나 특유의 치밀함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결국은 자신의 회사까지 설립했다. 그는 안전하고 확실한 공사로 공사주의 신뢰를 획득했고, 점점 공사 수주량이 늘어나면서 철을 이용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욱 공고하게 쌓아나갈 수 있었다.

19세기 파리는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권력의 도시였다. 그 도시는 커다란 변화의 와중에 있었다. 근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오스망의 대대적인 파리 도시 정비작업도 이때 기획되고 실행되었고 그 구획된 도로의 상가에서 영감을 받아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써낸 발터 벤야민도 이 시기의 사람이다.

온갖 발명품과 물건들을 한 곳에 늘어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관람시킨다는 이전엔 없던 발상을 가진 만국박람회란 것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근대화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공학자 구스타브 에펠은 이 거대한 역사적 변혁의 시기 근대를 자신의 삶 전체로 관통해서 살았다.

그는 수없는 반박과 협박 가운데서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리고 아무런 사고 없이 완벽하게 에펠탑을 건설했고, 이제 우리가 에펠탑이 없는 파리를 상상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적 구조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에펠탑 덕에 프랑스는 최첨단이란 이미지를 가지게 됐고, 근대 건축의 역사를 다시 새롭게 쓰게 됐다.

에펠탑은 그 건설과정에서부터 갖은 모함과 비난이 이어졌을 뿐 아니라 다 지어지고 나서도 철거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스페판 말라르메, 폴 고갱, 토머스 에디슨, 에릭 사티, 르코르뷔지에 등이 에펠탑과 에펠을 격찬하였고, 반대로 기 드 모파상, 소(小) 뒤마, 쉴리 푸르동, 샤를 구노, 에르네 메소니에 등의 격렬하게 반발하고 혐오하였다.

이후에 그는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는 작업에 끼어들었다가 여러 가지 문제로 낭패를 겪었으나 굴하지 않고 다채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구조물을 구상하였다. 아울러 그의 강렬한 호기심은 끝이 없어서 그는 건축과 관련한 바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로써 그는 항공 역학의 연구에 빠져들었다.

그는 에펠탑을 단순한 기념물만이 아닌 과학실험 공간으로도 기획하였기 때문에 풍압과 공기저항과 관련된 실험실을 마련하고 연구에 매진하기도 했다. 이런 연구의 결과로 그는 프랑스 항공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 책에는 태풍과도 같은 대변혁의 중심에서 맨손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낸 한 위대한 천재의 인생이 담겨 있다. 저자 데이비드 하비는 19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근대 유럽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천재공학자의 일대기를 방대한 자료와 개성 있는 관점, 대중적인 글쓰기로 담아내고 있다.

독자들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근대 유럽의 정치, 경제, 외교, 문화적 상황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복잡해 보이는 근대화 역사의 한 단면도 명쾌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에펠이라는 시대의 첨단에 선 한 인간의 인생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프랑스 근대 역사를 손쉽게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조성웅 기자는 <에펠>의 편집자입니다.


에펠 - 상상의 힘으로 근대 유럽을 건설한 19세기의 공학 천재

데이비드 하비 지음, 이현주 옮김, 생각의나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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