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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학교간 협동수업은 세 분 선생님이 함께 진행한다.
소규모 학교간 협동수업은 세 분 선생님이 함께 진행한다. ⓒ 김두헌
'소규모학교간 협동교육'이란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학생수 부족으로 인한 사회성 부족, 협동심 결여 등 인성교육과 단체활동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들 서너 개로 그룹이 지어진 소규모학교들은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편성, 운영해 운동회나 학예회, 소풍 등을 함께 가고 일주일에 한번씩 학교를 순회하며 한 학교에서 공부도 한다.

이처럼 소규모학교간 협동교육을 통해 이들 학교에 산재해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 농어촌 교육을 활성화하자는데 '소규모학교간 협동교육'의 의의가 있다.

말하자면 한 개의 학교에서는 축구경기를 위한 팀 구성도 어렵지만 서너 개 학교 학생들이 한 학교에 함께 모이면 두세 팀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지난 9월 8일 전라남도 보성의 외진 산골마을 학교인 겸백초등학교에는 인근 율어초등학교와 문덕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 학생 전원이 모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돌아가며 한 학교에 모여 정규수업과 특별활동을 함께 진행하는데 이날은 겸백초등학교의 차례였다. 올해는 이들 세 학교가 총 29번의 협동교육을 계획 중인데 지난 9월 8일이 17번째 협동교육이 실시되는 날이었다.

전교생수는 겸백초등학교가 57명, 율어초등학교 55명, 문덕초등학교 39명으로 모두 합해봐야 151명에 불과했다. 각 학년별로 21명에서 25명이 모여 함께 수업을 하는데 이들 학교들에서 필요한 책걸상이나 교실보수 등은 보성교육청에서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문덕초등학교는 운반급식(차로 본교에서 점심을 옮겨와 겸백초등학교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율어초등학교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교육청 통학차를 타고 본교로 돌아가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과 또 이들 세 학교 모두 강당이 없어 우천시 체육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게 애로사항으로 지적되긴 했지만 이날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의 열기는 상당히 뜨거웠다.

"친구가 많이 생겨 기뻐요"

율어초등학교 전민규군(오른쪽)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 수업을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율어초등학교 전민규군(오른쪽)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 수업을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 김두헌
전민규(율어초 1학년)군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 수업도 하고 운동도 하니까 아주 재밌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또 박인성(문덕초, 5학년)군은 "몰랐던 아이들과 다른 학교에서 함께 수업을 받는 게 신기하다"며 "특히 체육시간에 여러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다양한 의견 접해"

변호사가 꿈인 선우덕군은 '우리 학교는 정수기가 있는데 (여긴) 정수기가 없어 불편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변호사가 꿈인 선우덕군은 '우리 학교는 정수기가 있는데 (여긴) 정수기가 없어 불편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김두헌
변호사가 꿈인 선우덕(문덕초, 5학년)군은 "평상시에는 친구들이 너무 적어 수업시간에도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없었는데 아이들도 많고 여러 가지 의견도 들을 수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최재현(겸백초, 6학년)군은 "새로운 친구들 모두와 사귀어 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들 학교들은 교과, 재량활동, 특별활동 분야는 물론 학교행사들을 함께 개최할 수 있도록 3개교의 학사일정을 맞춰 통합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 또 학년별 교육과정을 분석해 협동으로 학습할 수 있는 단원이나 주제, 소인수 학생수로는 교육과정 편성이 어려운 제재를 추출, 협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해당 수업시간을 진행할 교사 선정도 교사 개인의 전문성을 최대한 반영, 과목과 영역별로 주교사와 보조교사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며 수준별, 능력별 교과협동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팀티칭(team-teaching)제도를 운영, 전문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교사들, 수업연구에도 기여

고순희 율어초등학교 교장은 팀티칭을 통해 교사들이 자기연찬의 기회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순희 율어초등학교 교장은 팀티칭을 통해 교사들이 자기연찬의 기회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김두헌
고순희 율어초등학교 교장은 "3개교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수업자를 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수업연구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선생님 개인별 능력과 전문성을 살리는 수업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학교의 단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소규모학교 협동교육은 교과수업 뿐만 아니라 특별활동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태권도, 리코더연주, 한국화 지도 등은 3개교 선생님들이 전문성을 인정받는 분야여서 학생들의 실력도 거의 전문가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

특기적성교육, 대도시도 안 부러워

김향자 겸백초등학교 교장은 "한 학교에서는 이같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특별활동을 한다는 게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라며 "3개교의 선생님들이 뭉치니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특기적성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이들 학교에는 대도시처럼 특기적성교육 강사가 학교까지 들어오지 않아 선생님들의 노고가 아니면 부서운영은 물론 특기적성교육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운 형편이다.

김향자 겸백초등학교 교장(왼쪽)과 나연수 문덕초등학교 교장이 소규모 학교간 협동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향자 겸백초등학교 교장(왼쪽)과 나연수 문덕초등학교 교장이 소규모 학교간 협동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두헌
나연수 문덕초등학교 교장은 "우리 전남이 안고 있는 소규모 학교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인근 소규모 학교간에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 이웃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게 보람있다"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학교끼리 협력하고 함께 고민하다 보면 교육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라남도교육청 초등교육과 이기홍 장학관은 "좋은 시설이나 환경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적어도 어느 한 분야에서만은 남 앞에 내놓을 수 있을 만큼 노력하고 계신 선생님들이 있다는 점에 착안, 소규모학교간 협동교육을 활성화시켜 나가고 있다"면서 "연기만 피우다 찔끔찔끔하는 활동이 아닌 활활 타올라 불꽃이 이러지도록 내용과 과정이 충실한 교수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학생수가 부족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전남지역 농어촌 소규모 학교들.
학생수가 부족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전남지역 농어촌 소규모 학교들. ⓒ 김두헌
'작은 학교들, 힘내세요'

강남 출신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비율을 두고 수치싸움으로 날을 새고 있는 나라, 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대도시로 모여들어 콩나물 교실에서 옆 반 친구들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교육현실에서 총학생수가 151명에 불과한 산골마을 3개 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이처럼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 3개교의 천진난만한 학생들도 강남 학생들처럼 공부를 잘해 서울대도 들어가고 의사 변호사도 될 수 있겠지만 이웃학교 형님, 누나, 오빠, 동생들의 이름을 모조리 외우는 일 따위는 강남학생들이 절대로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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