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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자료사진)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가, 13일부터 중국 북경에서 속개되는 2단계 제 4차 북핵 6자 회담에 대해 "미 국무성내에는 이번 6자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의 원칙에 관한 합의를 담은 성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상당히 있다"며 미 국무성 내 낙관적인 분위기를 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내 친한 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 회장직도 맡고 있는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는 12일 "(향후 6자 합의문에는) 북한이 해야 할 행동순서, 그에 따른 미국의 대응, 그리고 핵의 평화적 이용 문제 등이 포함될 것"이라며 지난 1단계 회담의 최대 장애가 됐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에 관한 미-북간 접점이 이번 2단계 회담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레그 전 대사는 "아직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가 없다"고 말해 핵 폐기 대가로 북측이 요구하는 조건과 이에 대한 6자 회담 나머지 참가국들의 수용 여부가 합의 도달에 최대 관건임을 강조했다.

이날 평화방송(PBC) 라디오 시사 프로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이 같은 견해를 밝힌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대가만 충분하면 비핵화를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는 대가가 어떤 것인지, 또 미국이 제공하고자 하는 대가는 어떤 것인지 아직 결정된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에 대한 그레그 전 대사의 비교적 낙관적인 관측은 그가 최근 북한을 직접 방문해 북한 내 고위급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얻은 결론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지난 8월 중순 북한을 방문해 북한 고위급들과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눈 바 있다. 그는 특히 자신의 북한 방문 결과를 미 국무성 힐 차관보에게도 전달했음을 이날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밝혀, 6자 회담 속개를 앞두고 그의 발언에 큰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와 관련해 그는 "NPT체제하에서는 모든 국가가 평화적 핵 이용 권한이 있다. 북한은 경수로를 유지하길 원하며, KEDO(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 하에 계속 경수로 건설이 진행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고 말해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 방법으로 경수로 건설 지속을 희망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에 대해 그는 "경수로 문제는 미국이 볼 때 아주 까다로운 부분이다. 특히 부시행정부는 항상 KEDO 사업에 냉소적이었다. 이 문제는 현재 아주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고 부시행정부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문제다. 부시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가 한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KEDO 경수로 건설 요구 조건을 부시 행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레그 전 대사는 "내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 북한에서 들은 모든 이야기를 국무부에 전달했을 때, 미 국무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국무부는 '우리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의 협상 가능성에 낙담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 나는 이것이 아주 긍정적 반응이라고 판단하고,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해 경수로 건설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 국무성이 2단계 북핵 회담 결과에 희망을 걸고 있음을 전했다.

따라서 그레그 전 대사의 이 같은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이번 2단계 북핵 6자 회담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KEDO하의 경수로 건설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보장 방안들이 심도깊게 논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일단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최근 제이 레프코위츠가 2기 부시행정부의 북한인권특사로 임명된 것과 관련해서는 " 인권문제는 아주 까다로운 문제이다. 우리는 인권문제를 주민들의 삶의 문제로 보는 반면, 북한은 안보문제로 인식한다"며 "이런 이슈는 외부의 제재나 압력보다는 정권 내부에서 성장하는 자발적 조치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핵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끝으로 그레그 전 대사는 뉴올리언즈의 카트리나 사태와 관련해 "나는 우선 한국이 보여준 관대함에 감사드리고 싶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지원을 해주었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이번 사태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군사 부분에 제약을 가할 것이고,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미국민의 인내심을 약화시킬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헌정체제가 자리잡을 때까지 가능한 오래 주둔하고 싶어 하지만, 카트리나는 그 기간을 단축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수 가능성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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