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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밋빛 인생>
지금까지 <장밋빛 인생>과 관련한 기사를 4편째 쓰고 있는데, 댓글을 통해 다른 분들이 최진실 홍보하느냐, <장밋빛 인생> 언론플레이 하느냐 등의 말씀을 하십니다.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가 <장밋빛 인생>이다 보니 자꾸 이 드라마와 관련한 기사를 쓰게 됩니다. 다른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장밋빛 인생>에 관한 기사를 또 쓰려니 솔직히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드라마를 두루 보고 다른 드라마에 대한 기사도 쓰면 좋겠지만 코드가 맞지 않아서 그만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루루공주>가 처음 시작할 때 굉장히 재미있어 두 편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3회와 4회를 보면서 너무 유치해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다음 회는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 회만 더 봐야지 하고, 5회를 봤는데 마찬가지더군요. 그래서 좀 남아 있던 미련도 완전히 털어버리고 <루루공주>를 더 이상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장밋빛 인생>을 시작하기에 첫 회를 봤는데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리 세 편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3회째 보는데 흥미가 떨어지더군요. <루루공주>도 3회에서 흥미가 떨어져서 4회와 5회는 너, 계속 이렇게 유치하게 나갈 거니, 설마 그렇지 않겠지, 나아질 거지, 하는 미련으로 보다가 여전해서 아예 발을 돌렸는데 <장밋빛 인생>도 3회에서 확실히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드라마에 몰입이 안 되고, 자꾸 결점만 찾아지더군요. 4회에서도 마찬가지고.

아이들이 은행으로 아빠를 찾아 갔다가 돌아와서 바로 잠들었는데, 바로 이어진 장면에서 맹영이(이태란 분) 이런 말을 해서 좀 황당했습니다.

"애들은 그래도 아빠라고 보고 싶어서 찾아갔데. 가서 희망이 그건 언니가 엄마하고 살아야 하니까 자기는 아빠가 외롭다고 아빠하고 살겠다고 했데."

분명 이 사실은 시청자인 우리와 반성문과 애들만 아는 사실이고, 맹영이는 모르는 사실인데, 맹영이가 이 얘기를 하자 좀 아니다 싶더군요. 작가가 급하게 쓰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습작을 본 것 같고,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좀 씁쓸하더군요.

그리고 아무리 드라마지만 자신도 불륜의 상황에 있는 동생 맹영이 역시 불륜 동지인 형부를 향해 "인간도 아니다"라든가 "된 맛을 보여줘야 한다"든가 하는 대사를 하는 부분은 정말로 어색하더군요.

▲ 문영남 작가의 전작 <애정의 조건>.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망했던 것은 <애정의 조건>의 반복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반응을 보여준다는 것은 확실히 복습이고, 정말 식상해서 감칠맛이 떨어지더군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으니 이혼하자고 할 때 보통 여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일 겁니다. 설마 모든 여자들이 이 대목에서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겠지요. 생긴 대로 논다고,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겁니다.

자존심이 상하고 배신감에 치가 떨리지만 이내 이성을 찾아 남편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혼자 살아갈 궁리를 하는 여자도 분명 있을 것이고,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술이나 종교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을 거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사람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이겠지요.

<애정의 조건>과 비슷한 톤을 유지하고 있는 드라마 <장밋빛 인생>이 남편의 불륜과 가정의 해체라는 구성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 생각이 없습니다. 동일 작가의 작품이고,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으니까요. 하나 불륜 사실을 알아버린 아내의 반응조차 똑같다면 생각이 달라지지요. 재방송을 보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음 장면이 어떤 식으로 갈 건지 감이 오더군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긴장감이 이 부분에서 끊겨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애정의 조건>의 은파도 그렇고, 맹순이도 그렇고 모두 남편이 바람을 피우자 자신이 여성(女性)임을 확인하고자 하더군요. 보통 아줌마를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이라는 말도 있는데, 여성으로서 자신을 포기하고 살다가 남편이 바람을 피자 여성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잊고 지냈던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더군요. 물론 다른 남성에게서. <애정의 조건>의 금파는 동창에게서 그리고 <장밋빛 인생>의 맹순이는 무도회장의 남자들에게서 여성으로서 매력을 확인받고자 애썼습니다.

물론 바람 핀 남편이 자신을 여성으로 바라보지 않으니까 정말 그런 거야, 하고 확인받고자 하는 심리는 자연스런 마음이고 이런 전개가 문제될 건 없지만 나처럼 동일 작가의 전작을 재미있고 꼼꼼하게 본 사람에게는 동일한 반응이 나타나자 지금까지 이 드라마에 대해 갖고 있던 팽팽했던 관심이 사실 좀 느슨해졌습니다.

동일한 주제로 유사한 사건을 가지고 각기 다른 드라마를 만들 때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으면 훨씬 좋았을 뻔했습니다. 금파와 맹순이는 분명히 다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변호사의 아내로서 그다지 힘들지 않게 살아온 금파에게는 그런 반응이 별로 어색하지 않으나 오직 악착같이 살아온 맹순의 반응으로서는 좀 어색하더군요. 맹순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어떤 난관에도 살아남은 잡초처럼 살아왔기에 잡초의 이미지처럼 거칠게 반응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남편을 미행하거나 그 상대 여자를 찾아가 머리를 쥐어뜯는다거나 상황을 이전으로 돌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맹순이다울 것 같습니다. 좀 진드기 같고, 악착같은 반응이 더 맹순이다울 것 같습니다.

이런 결점 가운데서도 이 드라마의 미덕을 꼽는다면 출연진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최진실의 연기도 그렇지만 반성문을 연기한 손현주도 유머러스한 장면과 진지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더군요.

그리고 작가는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데는 재주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결점을 찾아내는 와중에도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상한 상황에 빠져 있더군요. <내 이름은 김삼순>이 '무조건 웃겨라'가 화두였다면 이 드라마는 '무조건 울려라'가 화두인 것 마냥 볼 때마다 울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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