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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첫날은 별다른 쟁점없이 마무리됐다. 당초 '코드인사' '재산 형성 과정' 등을 둘러싸고 청문회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후보자는 청문위원들의 민감한 질문에 대해 '유보' 등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예봉을 피해갔다.

8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위원장 한명숙)의 한나라당 소속 위원들은 청문회 시작부터 이 후보자를 상대로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대리인단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탄핵사건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고 법률가로서 흥미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대리인단으로부터 부탁이 와서 참여하게 됐다"며 '코드인사' 또는 '보은인사'와 무관하다고 밝히면서 질문을 피해갔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근 이 후보자의 부인 명의로 서초동 66평형 복층 재건축아파트 매입경위 및 자금출처 등 재산형성 과정을 지적하며 '도덕성' 문제를 문제삼았으나, 이 후보자는 "아들과 손자와 함께 살아보고 싶어 재개발 소식을 듣고 구입하게 됐다"고 투기의혹을 부인했다.

아울러 이 후보자가 지난 2000년 대법관에서 퇴임한 후 5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통해 22억원의 재산을 모으고, 같은 기간 수임료 기준으로 60억원(세금납부액 24억원 포함)을 벌어들인 것이 '전관예우에 의한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이 후보자는 "맡은 사건의 대부분이 사건 당사자들이 아닌 1, 2심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로부터 상고심에서 잘 해결해달라며 수임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엄밀한 의미에서 전관예우로 보기 어렵고 승소율도 17%에 불과해 오히려 전관예우를 못받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대통령 관련 사건 수임 등과 관련해 대법원장으로서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정치적인 중립성을 유지하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로서 하는 일과 대법원장으로서의 일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대법원장의 자질이 없는 것 아닌가. 탄핵사건 외에도 수많은 활동을 했었다. 그것을 단절하지 못한다면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질 없는 것 아닌가.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성질이 고약하다. 그래서 무슨 권력이 사법에 개입한다면 개인적 성품으로 도저히 용납 못한다. 오히려 지나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법부는 대통령과 직접 대립할 사안이 별로 없다."

이 지명자는 인사청문회 위원들이 개인적인 부분까지 세세히 밝혀 추궁한 것에 대해 "그동안 올곧게 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을 준비하다보니 저도 어쩔 수 없이 허물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주요 현안별로 정리해본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의 입장이다.

[법원의 과거사 문제] 이 후보자는 법원의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문에 "재판과 관련된 문제는 재심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며, "인적청산 문제는 부당한 재판에 관여한 법관들을 퇴출하는 문제로 귀결되나 이미 그런 의심을 저지른 법관들은 법원을 떠나 해결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마지막으로 법원 판결의 문제는 과거 판결을 다 뒤져서 과연 법원이 어떤 일을 해왔는가라고 반성하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사법권의 독립과 개개 판사의 독립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지만 앞으로 잘 풀어가보겠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정치권의 국보법 논의는 '형법에 놓자', '대체입법하자', '국보법을 개정하자' 3가지인 것 같다"며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를 보장하는 법률제도는 형법이든 국보법이 아닌 형태로든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X파일 사건' 공개 문제]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X파일' 공개 문제가 사법부에 계류될 것을 예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는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오면 저의 견해를 판결을 통해 표시하고자 한다"고 일축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해석과 연정]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이 후보자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을 거론하며 지역구도 개편 및 현행 헌법 하에서 정부를 내각제 수준으로의 권력 이양 등과 관련된 견해를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장 의원도 법률가라서 잘 알겠지만 내각책임제 헌법이었다가 대통령 중심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내각제의 요소가 많은 것은 법률가들이 다 알고 있지 않냐"며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피해갔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피해사건의 공소시효 배제 문제] 이 후보자는 "정치권에서 논의가 많은 대목이라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국가권력이 반인도적인 일을 했을 때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것은 헌법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과거의 문제는 국회에서 잘 논의해 결정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법개혁 문제] 이 후보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송무사무를 하는 변호사를 양성하려면 굳이 필요하겠느냐"며 "시대가 변해 국제적인 경쟁력 있는 변호사를 양성해 해외로 나가 일하려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그는 배심제·참심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법원의 존경심이 사라지고 신뢰가 없어졌기 때문에 배심제·참심제가 도입될 예정"이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성평등 문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1992년 사회적 논란이 됐던 황혼이혼 사건의 판결을 내린 이 후보자에게 '양성문제에 대해 보수적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그 점은 시인한다"며 "제가 가족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 사회에 너무 이혼이 많아지고 있다"며 "가족 가치를 생각해봐야 한다, 가정이 깨지면, 사회도 깨지고, 나라까지 깨지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외에도 이 후보자는 '소수자 및 약자'를 대변하는 판사 기용 문제와 관련해서 "재판이라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이지 소수자냐, 부자냐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며 "법원은 누가 옳으냐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가 생각하는 '대법관'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우선적으로 해야될 일은 내년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9명의 대법관 교체 인사다. 이 후보자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제청자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 후보자는 대법관 제청의 기준을 첫째로 '전문적인 법률 지식', 둘째로 '합리적인 판단력', 그 나머지는 기본적인 '인품'을 꼽았다.

특히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으로 국회의 인준을 받게 된다면 이번에 제청하는 대법관에 대해서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대법관 인선이 어렵지 않나"라며 "이번에는 내부에서 하고 많은 대법관들이 퇴임하는 내년 7월에는 주변 이야기를 두루 들어 재야에서 좋은 분들을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에 열린우리당의 정성호 의원과 문병호 의원은 "국민의 생각이 뭔지를 고려해, 시간 없다고 하지 말고 잘 살펴달라"며 "그동안의 선례를 봤을 때 대법관이 공석으로 운용된 경우도 있다, 시간에 쫓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14명의 대법관 중 여성 대법관이 1명인 점을 지적하면서 여성 구성비율을 늘릴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여성 대법관 후보자들이 특정돼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대법관을 하려면 어느정도 연륜이 쌓여야 하는데 (아직은) 여성 법조인들이 대부분 젊다"며 "연륜이 쌓이면 2, 3명 돼도 상관없다"며 올해 대법관 인선에서는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외에도 대법관 후보 대상과 관련해 "변호사 경험이 있어야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과 애환을 알 수 있지 않나"라며 "대법관 제청과 관련해서는 소신껏 사법을 위해 헌신할 인재를 발굴하겠다"고 이 후보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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