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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 서면 갈천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잇는 고개인 구룡령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답사 다니는 외지인들이나 미천골 선림원지를 찾아가는 정도의 시절이었던 10여년 전 만해도 비포장도로였던 56번 국도에 위치한 구불구불하고 험한 구룡령을 넘어 다닌 사람들은 마을 주민 외에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하늘아래 끝동네’라 했던 갈천리, 황이리를 굽어보고 있는 구룡령은 아흔아홉구비로서 긴 용이 구불구불 꿈틀거리면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현재의 아스팔트 포장도로에서 용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운데, 걸음으로써 고개길의 구불구불함을 몸으로 체험했던 옛적과 달리 자동차에 편안히 앉아 구경하듯 올라가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길이 옛적 구룡령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때의 그 길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구룡령 옛길은 현재의 구룡령 고개마루에서 서쪽으로 산 하나를 더 넘어야 한다. 지금의 구룡령 새길을 개척하기 시작한 것은 1872년부터였다. 2년 후인 1874년에 개통되어 지금도 거대한 원시림을 자랑하는 갈천리 일대에서 임산물과 자철광을 캐서 구룡령 새길을 통해 반출했다고 한다.

한계령보다 구룡령이 먼저 널찍한 새길이 열린 까닭은 아마도 이 일대에서 생산되었던 자철광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120년 후인 1994년도에 2차선 포장도로가 개통되고, 때마침 여행서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미천골이 소개되고, 93년 미천골 자연휴양림이 개장되면서 한산하던 고개가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풍경의 맥점

풍경과 관련한 다수의 글을 쓰고 있고, 동아대학교에서 조경학을 가르치는 강영조 교수는 한국의 명풍경 31곳 중 한 곳으로 구룡령을 손꼽고 있다. ‘벽처럼 서 있는 비탈길을 힘들게 올랐을 때, 지금까지 시계를 막고 서 있던 경사면이 일순에 사라지면서 흘립하는 바위산이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나는 극적인 광경’을 제공하는 금강산 단발령과 같은 고갯마루를 바둑으로 치면 맥점과 같다고 해서 ‘풍경의 맥점’이라 부른단다. 그러한 풍경의 맥점 중 하나인 구룡령에 서서 양양쪽을 바라보면서 강영조 교수는 ‘산이 끝도 없이 아득히 펼쳐져 있는 일망무제(一望無際)의 대륙적 풍경’이라 평하였다.

그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산들이 백두대간 종주의 백미로 꼽는다는 능선이며, 저 멀리 제일 높이 솟아 있는 것이 설악의 대청봉이다. 백미로 꼽는 이유는 구룡령에서 갈전곡봉을 지나 조침령과 북암령 사이의 구간에서는 한켠에 끝없이 푸르게 펼쳐져 있는 동해의 물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깊고도 깊은 계곡과 남대천 상류를 끼고 있는 구룡령은 운해가 자주 끼는 지역이다. 한계령, 대청봉에서도 운해를 볼 수 있지만, 저 높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하강한 듯 굽이굽이 갈천 계곡을 가득히 메운 구룡령의 운해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 운해위로 떠 있는 듯한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면, 구름을 밟고 한걸음에 대청봉에 다가가고 싶은 욕망에 빠진다.

구룡령 가는 길

대중교통 1) 서울상봉-양양 경유 속초행, 양양 하차/4:00 소요, 평균 2시간마다 배차
동서울-양양 경유 속초행, 양양 하차/4:00 소요, 평균 30분마다 배차
강남-양양 경유 속초행, 양양 하차/3:30 소요, 30분마다 배차

2) 양양 - 갈천 시내버스 이용/1일 5회 운행/50분 소요/18:30 막차
갈천부터 구룡령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자가운전 1) 서울 → 6번 국도 → 90km → 양평 → 44번 국도 → 홍천 → 율전
(우회전)→ 창촌삼거리→양양방면 56번 국도→구룡령

2) 서울 → 6번 국도 → 90km → 양평(용두삼거리) → 30km → 횡성 →
6번 국도 → 70km → 속사리(좌회전) → 31번 국도 →이승복 기념관
→ 운두령 → 창촌삼거리(우회전) → 56번 국도 → 구룡령

3) 경부 또는 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홍천방향)
→ 홍천IC → 44번 국도 → 율전(우회전) → 창촌삼거리 → 양양방면
56번 국도→구룡령


 

덧붙이는 글 | 설악산 밑동네 양양군 서면 장승리에서 태어나 양양에서 25년을 살면서, 구석구석 놀러다녔던 기억과 양양에 관한 각종 자료를 참고로 해서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을 여행기라 하지 않고 향도기(嚮導記)라 한 이유는 양양의 가볼 만한 곳을 안내하면서 유래, 전설, 풍경의 배치, 구성, 인심 등을 서술하여 양양을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뜻에서 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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