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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애의 황토솔림욕' 방송 장면. 2002년 출시된 이 상품은 현재까지 85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 GS홈쇼핑 제공
5년간 판매량을 합하면 총 1000만 마리. 시간당 평균 매출 1억원의 '안동 간고등어'. 최근 편성됐던 특집방송에선 1시간에 1만 세트(약 4억원)가 팔려나가 업계 관계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함...CJ홈쇼핑

2002년 판매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수량 86만 세트. 총매출액 850억원. 미국과 일본에도 수출돼 한국 화장품의 미적 효과를 알려낸 '김영애의 황토솔림욕'은 홈쇼핑 최고의 히트상품...GS홈쇼핑


2005년 9월 한국 홈쇼핑업계의 현황이다. TV홈쇼핑이 처음으로 시작된 1995년 34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은 지난해 4조2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역시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을 돕자는 취지에서 방송을 시작한지 불과 10년. 이젠 홈쇼핑이라는 구매시스템이 한국 유통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현재까지 방송위원회의 허가를 취득한 TV홈쇼핑채널은 GS홈쇼핑·CJ홈쇼핑·현대홈쇼핑·우리홈쇼핑·농수산홈쇼핑 등 5개 업체. 이중 GS홈쇼핑과 CJ홈쇼핑은 미국 QVC, HSN에 이어 각각 세계 3위와 4위의 홈쇼핑업체로 성장했다. 두 회사를 찾아 '한국 홈쇼핑 10년사'와 그간 있었던 에피소드에 관해 들었다.

집에서 주문해 집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형태가 홈쇼핑

"TV홈쇼핑을 비롯해 인터넷홈쇼핑, 카탈로그홈쇼핑,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홈쇼핑 등 집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집에서 받아보는 모든 형태의 쇼핑을 홈쇼핑이라고 합니다." CJ홈쇼핑 홍보팀 김우진 과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홈쇼핑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GS홈쇼핑 신형범 팀장은 "국토면적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 배달비용이 적게 들고, OECD 국가 중 여성의 사회참여 비율이 낮은 탓에 TV시청 시간이 많아 고속성장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홈쇼핑의 최대 장점인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도 배제할 수 없는 성장요인.

현재 전체홈쇼핑 시장에서 GS와 CJ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32%와 28% 정도. 그 뒤를 현대홈쇼핑과 우리홈쇼핑 등이 잇고 있다. 10년 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GS와 CJ의 마케팅 전략과 노하우는 80년대 세계 최초로 TV홈쇼핑을 시작한 HSN과 매출액 1위인 QVC가 벤치마킹할 정도다.

전통적인 구매방식에 비해 홈쇼핑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역시 시간과 수고의 절감, 유통구조의 간소화를 통한 합리적 가격 책정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뻐꾸기시계에서 MP3 플레이어까지... 히트상품 변천사

국내 TV홈쇼핑 최초의 상품은 뻐꾸기 시계(7만8000원). 95년 8월 1일 하루 동안 49개가 팔렸다. 이후 소비자들의 기호변화에 따라 히트상품은 출몰을 거듭했다. 방송 초기인 90년대 중후반엔 오븐기와 가정용 재봉틀, 녹즙기와 다리미 등이 인기를 끌었다.

김치냉장고의 판매 급상승은 2000년 초반에 생긴 현상이다. 다이어트 관련상품의 매출도 높아졌다. 2002년은 기능성 속옷과 1회용 기저귀가 강세를 보인 해였다. '웰빙라이프 바람'이 거셌던 2003년엔 다이어트 음료와 건강 베개, 청국장 제조기 등이 히트상품의 계보를 이었다.

"2004년엔 간고등어가 매출 1위에 올라 우리도 깜짝 놀랐죠. 덧붙여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류도 인기를 끌었어요. 올 상반기엔 MP3 플레이어와 교육용 동화책이 많이 팔렸고요." 히트상품과 관련된 김우진 과장의 부연설명이다.

이외에도 스팀청소기와 맞춤밥맛 압력밥솥, 족탕기 등도 2005년 히트상품으로 손꼽힌다.

2002년부터 성장이 둔화된 이유는?

▲ GS홈쇼핑 10주년 기념방송.
ⓒ GS홈쇼핑 제공
도입기 소폭성장 국면을 거쳐 매년 100%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여온 TV홈쇼핑의 매출이 2002년부턴 다소 둔화되거나, 소폭 감소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뭘까? 신형범 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일단 소비경기의 침체가 첫째 원인이겠죠. 대량으로 양산된 신용불량자 문제도 악재로 작용했고. 거기에 2002년은 케이블TV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른 해였지 않습니다. 새로운 잠재고객이 생겨나지 않는 거죠.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성장둔화의 한 이유일 겁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국내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 상해에도 '동방 CJ홈쇼핑'이란 합작회사를 설립해 방송을 시작했다"고 김우진 과장은 설명한다. TV홈쇼핑도 글로벌화 하고 있는 것이다.

울고 웃은 에피소드 "한 달 내내 입고 모피코트 반품하는 고객도"

"애인에게 보내려 했던 보석세트가 아내에게 배달된 겁니다. 반품하는 과정에서 그 사실이 드러났고, 구매한 남자가 곤욕을 겪었다고 하더군요." 말을 전하며 신형범 팀장이 웃었다.

부적절한 관계가 야기한 별 향기롭지 못한 이야기도 있지만,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없지 않았다. "아버님 칠순잔치에 맞춰 물건을 배달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영남지역에 폭설이 내렸어요. 그래도, 휘몰아치는 눈발을 뚫고 상품을 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나까지 뿌듯한 마음이더군요."

김우진 과장이 들려준 이야기도 재밌다. "홈쇼핑 구매 의류의 반품기간이 한 달이었을 때 이야깁니다. 그 약관을 악용해 모피코트를 산 고객이 한 달 내내 입고 다니고는 반품을 하는 거예요. 시민의식이 성장하면서 그런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년 전과는 달리 최근엔 홈쇼핑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업체도 반품기간 등을 상당부분 줄이는 등 시스템을 바꿔나간 탓에 현재는 반품률이 초기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추석특수'가 없다?

▲ CJ홈쇼핑의 추석특집 방송.
ⓒ CJ홈쇼핑
추석특수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은 판매대의 위치를 바꿀 정도로 분주하지만, TV홈쇼핑엔 추석특수가 따로 없다. 건강식품과 안마의자 등의 판매가 작은 폭으로 상승하는 정도다.

하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GS홈쇼핑은 5일부터 특집방송을 편성해 육류와 굴비, 과일 등 식품소개 시간을 늘리고, 건강관련 제품의 편성을 강화한다. CJ홈쇼핑 역시 제수용품과 손님맞이용 식품을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소개할 계획이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부모님이 꼭 필요한 물건 하나쯤 홈쇼핑으로 주문해 보는 것도 색다른 추석선물 구입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엄마, 그걸 또 샀다구?"
홈쇼핑 중독, 조심하세요

공무원 A(28․여)씨는 지난 주말 어머니(53)와 실랑이를 벌였다. 몇 개월 전 구입한 만능분쇄기(가정에서 과일주스와 녹즙 등을 만들 수 있는 상품)가 멀쩡히 있는데도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는 홈쇼핑방송의 설득에 혹해 또 다른 분쇄기를 주문한 것이다. A씨 어머니의 분쇄기 구입은 이번이 3번째.

TV시청 시간이 많은 40~50대 주부들만이 아니다. 요사이는 20대 여성들 역시 TV홈쇼핑 시청시간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고, 업계관계자는 "아마, 홈쇼핑으로 물건 하나쯤 사보지 않은 여성은 드물 걸요"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2004년 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TV홈쇼핑 실태조사'는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소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TV홈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여성(조사대상자 500명) 중 'TV홈쇼핑을 거의 매일 시청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31.2%. '습관적으로 TV홈쇼핑을 본다'는 사람도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0%에 달했다.

또 조사대상자 중 43.2%가 '물품이 필요 없어도 가격 할인이나 사은품 때문에 구매한다'는 의견을 보여 마구잡이식 구매로 인한 홈쇼핑중독이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TV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권유형으로 장점을 부각시키는 친절한 설명' '비주얼과 출연자의 추임새를 적절히 사용하는 세련된 연출' '연예인을 이용한 스타마케팅' 등에 설득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홈쇼핑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꼭 필요한 물품 리스트 작성 ▲사전 구매계획 수립 ▲홈쇼핑방송 시청시간 줄이기 ▲충동구매 자제 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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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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