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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는 느티나무? 자천 숲에 유난히 눈에 띈다.
사랑을 하는 느티나무? 자천 숲에 유난히 눈에 띈다. ⓒ 추연만
벌초하러 가는 차량으로 길이 제법 붐볐습니다. 한 시간이면 다다를 고향마을을 오늘은 두 배나 더 걸려 도착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조상에 대한 산자들 정성이 산과 들에 가득합니다. 대상이 무엇이던 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참 소중하단 생각이 듭니다.

영천시 자천 숲에는 벌초가려는 여러 무리들로 시끌시끌합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낫과 제초기를 챙기며 뒤늦게 도착할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촉촉이 내린 빗방울을 피할 수 있고 주차할 공간이 있는 숲은 만남의 장소로 안성마춤입니다. “자천 숲에서 만나자”고 하면 길이 엇갈릴 염려가 별로 없습니다. 숲은 갈래길이 나오기 전에 있기 때문이지요.

자천 숲 굴참나무. 곧 도토리가 떨어지겠죠
자천 숲 굴참나무. 곧 도토리가 떨어지겠죠 ⓒ 추연만

자천 숲 가장자리에 중학교가 있다. 멀리 보현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추석 때 동네별 체육대회가 열리기도
자천 숲 가장자리에 중학교가 있다. 멀리 보현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추석 때 동네별 체육대회가 열리기도 ⓒ 추연만
아름드리 거목 300여 그루가 우거진 숲은 흔히 볼 수 없는 장관을 이룹니다. 느티나무를 비롯해 굴참나무와 은행나무가 뒤섞인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가 높다 합니다. 자천 숲은 ‘오리장림’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조선시대부터 이 숲은 자천마을 좌우 5리에 걸쳐 길게 뻗어 있었다고 합니다.

바람과 홍수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400여 년 전에 만들었다 합니다. 주민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자정에 제사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봄에 숲의 잎들이 무성하면 그 해에는 풍년이 온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올 봄에도 숲이 무성했으니 풍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일제는 숲을 가로질러 도로를 냈고 이후 확장 등으로 나무가 많이 잘려나가 지금은 마을 앞에만 나무들이 남아 있습니다. 여름이면 보현산 계곡물이 흐르는 숲가엔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숲 가장자리에는 학교도 들어섰습니다. 자천중학교 출신들은 숲에 얽힌 남다른 추억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창시절, 그들은 느티나무 아래서 무엇을 했을까요?

화북면 오동리 길가 느티나무. 노동 후 막걸리를 드신  듯.
화북면 오동리 길가 느티나무. 노동 후 막걸리를 드신 듯. ⓒ 추연만

벌초. 오른쪽에 큰 느티나무가 있다.
벌초. 오른쪽에 큰 느티나무가 있다. ⓒ 추연만
느티나무 등 수백 년을 자란 나무들은 크게 숲을 이뤄 넓은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그래서 느티나무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상징일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안식을 주는 나무로 여겨집니다. 시원한 느티나무 밑은 잠깐이나마 노동의 피로를 풀기에 더할 나위없는 좋은 곳이었을 것입니다. 쉰다는 뜻의 한자 ‘휴(休)’도 가만히 보면 사람(人)이 나무(木) 그늘 아래 서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골마을 앞에는 한두 그루의 큰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전설도 많지요.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나무신의 노여움으로 나쁜 일을 당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느티나무는 땔감으로 쓰지 않으며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합니다. 어린 시절, 느티나무에 올라 놀던 우리들을 동네 어르신들은 “큰 느티나무에는 올라가지 말라”고 야단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느티나무는 아름다운 나무 모양과 긴 수명을 유지시킨 비결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느티나무 보호를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당산나무뿐 아니라 그 결이 고와 고급 목재로 많이 사용됩니다. 지금도 절이나 양반집에 가면 느티나무 기둥이나 가구가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나눈 느티나무에 샛노란 단풍이 들면 더욱 정감이 들 것 같습니다.

느티나무 터널( 화북면 죽전리)
느티나무 터널( 화북면 죽전리) ⓒ 추연만

느티나무 앞 제사를 지내며 무슨 소원 빌었을까
느티나무 앞 제사를 지내며 무슨 소원 빌었을까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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