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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의 영광을 함께 한 파트너 임복자씨(사진 왼쪽)와 나.
은메달의 영광을 함께 한 파트너 임복자씨(사진 왼쪽)와 나. ⓒ 허선행
파트너끼리 "떨려요?" 서로 물어 봅니다. 저는 태연한 척 "하나도 안 떨려요. 못하면 어때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실은 긴장이 되었습니다.

본부석에서 대기하라며 우리 이름을 부르니, 제 파트너와 함께 긴장이 되어 공연히 화장실을 번갈아 들락거리며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옷을 똑같이 맞춰 입은 우리를 코치 선생님은 사진까지 찍어주며 격려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상대편 선수들이 기권을 해서 부전승으로 올라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기하는 십여 분 긴장을 했더니 목이 다 뻣뻣합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떡이며 과일을 조금 먹었습니다. 음식을 보면서도 긴장이 되어 먹질 못하고 있었는데 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여유가 생겼습니다.

상대편 선수가 기권해서 부전승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번 대회는 남녀 같이 하는 혼합복식이 없어 남편을 응원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우리 클럽의 다른 분들을 동원하여 남편이 시합을 하게 될 코트로 갔습니다. 남편이 게임을 하는데, 마치 제가 게임을 하는 양 팔에 힘이 주어집니다. 더군다나 코치나 감독처럼 소리까지 질러댔습니다.

"때려!"
"쳐 내!"
"앞에!"

자랑스럽게도 남편은 준결승전에서 펄펄 나는 듯했습니다. 점프 스윙이 일품이었습니다. 회원들의 하늘을 찌를 듯 커다란 함성과 응원 덕분에 남편은 결승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파트너와 호흡을 척척 맞춰 잘 하던 남편은 결승전에서 지친 모습을 보여 응원하던 우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전날 술만 안 먹었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하는 남편을 위로할 새도 없이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파트너와 '우리는 잘할 수 있다'는 눈짓을 교환했습니다. 우리와 결승에서 겨룰 상대편이 될 분들의 시합을 쫓아가서 사전에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오래 동안 운동을 하신 분이며 실력 있는 분들이라는 정보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주눅이 들었습니다.

남편의 대회 결승전 모습
남편의 대회 결승전 모습 ⓒ 허선행
콕을 받아넘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콕을 던져 제가 먼저 서비스를 넣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안 그랬는데, 떨려서인지 첫 서비스를 아웃시키고 말았습니다. '이런!' 우리는 열심히 하느라고 하는데도 점수와 연결이 인돼 상대편이 여러 점을 따도록 한 점도 못 얻었습니다.

“에구! 우리 어떡해요?”

노련한 상대편은 콕을 뒤로 주었다 앞으로 주었다 하니 우리는 받아 넘기기 급급합니다. 그 분들이 그제야 우리가 서툴다는 걸 눈치 챘는지 "잘 줄테니 받아 보세요" 합니다. 그런데도 다리가 땅에 뿌리내린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다리가 안 떨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리는 안 떨어지고 자존심만 땅에 떨어졌습니다.

"클리어로 밀어"라고 소리치던 응원단들도 힘이 빠진 듯합니다. 결국 경기에서 우리가 패하고 말았습니다. 결승전에서 우리보다 더 나이가 있는 분들 같은데 언니들에게 많은 점수 차로 지고 말았습니다.

시합 전에 점심을 먹는다며 된장국에 밥을 말아놓은 파트너에게 배부르면 못 뛴다고 시합 끝나고 먹으라며 못 먹게 했는데 꼴이 우습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계면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처음 시작 할 때 우리보고 "예쁜 아줌마들하고 하게 돼서 반갑다"고 인사하던 상대편 분들께 "잘하시네요. 저희는 앞으로 연습 많이 해야 하겠어요" 답을 했습니다.

많은 점수 차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게 우리 보고도 '잘했다'고 인사하시는 그 분들이 고마웠습니다. 결승전에서 무참하게 지긴 했지만 우리 팀은 은메달을 받았습니다. 이 메달은 새벽부터 열심히 운동한 상으로 받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배드민턴이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드신 분들은 하기 힘든 운동입니다. 그래서인지 50~70대는 선수들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운동하시는 분들은 배드민턴 매력에 빠져 꾸준히 하시기에 대회 때마다 만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십 년 이상 이십 년씩 배드민턴에 빠져 사신 분들입니다. 저도 열심히 해서 십년 후쯤 제 이름만 들어도 "그 사람 참 잘하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너스레를 떨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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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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