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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심의 창(窓)' 유인태 의원이 나섰다.

노 대통령이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고 말할 정도로 모든 걸 걸고있는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유 의원이 총대를 맸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의 연정과 선거구제 개편 등의 구상을 지원하기 위해 당 차원의 특위를 꾸렸고, 위원장으로 유 의원을 앉혔다.

유 의원은 평상시 기자들을 '짐승', '개'라고 표현하며 언론 접촉을 꺼리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한 것은 최근 노 대통령의 절박감에도 불구하고 불씨가 살아나지 않는 연정 논의에 '나라도 나서야 되지 않겠나'라고 판단한 것 아닐까.

유 의원과의 인터뷰는 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도는 25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1시간40분 가량 진행됐다.

유 의원은 서두에 노 대통령에게 혼쭐난 사연을 언급하며 "그 때 대통령에게 아주 작살이 났다"고 멋쩍어했다. 유 의원은 지난 7월초 우연히 골프장에서 노 대통령을 만났고, 연정과 관련 '당과 좀 상의를 하시지'라고 건의했다가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 노 대통령은 '12인 회의'를 통해 연정을 언급한 내용이 언론보도로 새어나간 데 대한 지적이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상의를 했으나 '보안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당'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노 대통령이 '권력 이양'까지 언급하며 지역구도 해소에 '올인'하는 배경에 대해 유 의원은 "그 양반의 삶이 지역구도와의 투쟁이지 않았나"라며 "그동안 몇차례 공식적으로 제기했는데도 정치권이 꼼짝달싹도 안하는 걸 보고,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되겠구나'라는 절박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정, 엇박자로 시작... 이제 숨 고를 때"

유 의원은 그런 대통령의 의중과 신념을 존중하면서도 "학계와 시민사회조차 냉담한 여론"을 의식했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도 결국 여론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라며 "하지만 시민사회가 생각보다 지역구도 폐해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느끼는 것 같지 않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이 연일 여론에 직접 호소하고 나서는 것과 관련, 유 의원은 "상대방을 보아가면서 숨을 고르는 시기도 있어야 한다"라며 다소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유 의원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첫 소절이 잘 나가야 끝이 근사한데 처음 음정박자가 틀리면 마무리가 안된다"며 연정 '엇박자' 여론을 의식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유 의원은 특위 활동계획에 별다른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당분간은 야당을 비롯해 시민사회, 학계 등을 상대로 물밑 여론을 청취하는데 나설 의향을 내비쳤다. 한나라당에게 내밀 카드가 있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권력을 나누자는 것 이상의 더 큰 선물이 어디 있겠냐"고 말해 관건은 협상력에 있음을 시사했다.

문희상 의장이 민주-민노와의 소연정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유 의원은 "물론 그쪽에도 늘 열려 있지만,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연정은 기득권을 가진 쪽을 상대로 한 것"이라며 연정의 상대가 한나라당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 총선 전 한나라당의 홍사덕 원내총무와 벌인 막후협상을 소개했다.

홍사덕 총무와의 막후협상 비화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 의원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자격으로 홍 총무와 비공식 연정 협상을 벌였다"며 "홍 총무는 (협상에) 긍정적이었으나 관철할 힘이 없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홍 총무는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될 게 확실하다고 봤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언급한 내용(과반수 당에게 내각 구성권 이양)을 다시 언명해주면 당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유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권력의 지분을 가지면서 선거구제를 양보할 생각이 있는 의원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영남 주류에 밀려 공론화시켜 보지도 못하고 유야무야되었다"고 한나라당의 변화 여지에 기대를 걸었다.

한나라당이 수용 가능한 선거구제에 관한 협상 여지도 남겼다. 유 의원은 "나도 대통령도 중대선거구제가 맞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 뒤,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하고,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제시하며 "이런저런 조합이 가능하다"고 가능성을 열었다.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인 민주노동당과의 공조에 대해 유 의원은 "물론 합치면 과반수가 넘지만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을 수의 힘으로 밀어 부치기는 힘들다"며 한나라당의 동조 없는 지역구도 해소방안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내 탓이요' 할 때, 아니면 공멸한다"

노 대통령의 연정 제기 이후 당정분열의 양상이 나타나는 것과 관련, 유 의원은 "당정분리 이후 자율이 넘치다 보니 '불안한 집권여당'으로 비춰진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이제는 남탓하지 말고 내탓이라고 해야 할 때"라며 "이렇게 가다가는 공멸한다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언론과 야당에 의해 공개된 82쪽짜리 여권 내부문서와 관련해 유 의원은 "청와대 정책쪽 행정비서관 스터디 모임에서 나온 문서"라며 이른바 '안희정리포트'라는 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확인해 봤지만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비선그룹의 자문을 받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유 의원은 "어느 정권이고 시간이 갈수록 초기 공신들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것이 수순"이라며 노 대통령이 최근 '나홀로 구상'에 빠져든 것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았다.

유 의원은 "임기 1년이 지난 뒤에는 대통령직에 있는 기간과 민심을 듣는 것은 반비례한다고 하더라"며 "민심을 청취하는 데 소홀해지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한다"고 완곡한 어조로 주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청와대에 정보가 축적이 되고 당대 고수들의 의견들이 취합되는데 자잘한 하수의 얘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갈수록 말이 많아지고 안 들으려고 하게 된다. 더 많이 들으셔야 한다. 암만 하는 얘기가 시원치 않아도 청와대를 오는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자기 말을 전하고 싶어한다. 그들의 말을 듣는 게 허비하는 시간이 아니다. 내 말을 대통령이 경청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안심한다."

임기 반환점을 둔 참여정부에 대해 유 의원은 "아직은 과정이라 평가가 이르다"면서도 "콘텐츠는 새로웠지만 포장과 운반이 서툴렀다"며 "국정운영의 최대 걸림돌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고 꼽았다.

개혁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결사반대하며 단상점거하면 밀어부치지 못한다"라며 "결국 모든 게 타협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접점은 여론에 의해 좌우된다"고 억울해 했다.

유 의원은 "연정을 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크게 나쁜 상황으로 가지 않는다"라며 "노 대통령도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연정의 불가피성을 토로했다.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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