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임진강 건너 민통선 지역인 이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지역민들이 피난을 나왔다가 분단이 되고 휴전선과 민간인통제구역이 설정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곳이다. 이 사유지에 미군이 주둔했고 괌 독트린 이후 한국군 1사단이 임무를 교체했다. 토지주들은 1972년경이 되어서야 일부 고향을 방문해 토지를 확인하고 회복등기를 내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토지주 정 아무개씨는 "1972년경 회복등기를 내고 토지를 개간할 당시에도 맥주병 등 미군 쓰레기가 말도 못할 정도로 많이 나왔다"며 "한국군이나 민간인의 출입이 불가능할 때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미군이 매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 문제의 땅은 지목상 임야지만 개간을 통해 밭으로 경작하고 있다. 인근 주민인 조 아무개씨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15년 이상 농사를 지어왔다. 조씨는 "매년 농사를 짓기 위해 로터리를 쳤는데 그때마다 약품병, 맥주병 조각, 무기 종류 등 온갖 미군 쓰레기가 나왔다"면서 "미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땅 주인과 논의도 해봤지만 의뢰할만한 곳도 없고 해결될 것 같지 않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무리 거름을 주고 비료를 뿌려도 곡물이 자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큰사진보기

최초로 현장을 확인한 파주녹색환경모임은 미군철수이후부터 미군쓰레기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곡식조차 자라지 않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지하에 유해한 쓰레기가 상당량 매립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민의신문>에 따르면 현지조사 결과, 현장에서 '삐루병(맥주병)'조각이 지뢰처럼 촘촘히 박혀 있었고 주위에는 고추 등 작물이 자라고 있지만 문제의 땅에는 풀조차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미군쓰레기 중에서 '성조기, 유엔기, 태극기에 레이놀드 L...'이라고 새겨진 반파된 명패를 수습했다.

그런데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DMZ와 CCZ(민간인통제구역)에서 저질러진 미군의 환경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과 정화요구는 불가능한 상태다. 한국정부는 1966년 7월 9일 한미SOFA협정을 체결하면서 시설과 구역의 반환시 "원상회복하여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하며 또는 이러한 원상회복 대신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보상하여야 할 의무도 지지 아니한다"는데 합의해 주었기 때문이다.

김관철 파주녹색환경모임 대표는 "주한미군이 머물다간 자리는 회복불가능 할 정도의 지역으로 변한다"면서 "한국전쟁부터 1970년경까지 주둔했던 미군은 한국을 지켰다고 하기보다 금수강산에 환경범죄를 저질러놓고 도망간 것과 진배없다"고 격노했다. 그는 "정부차원에서 당시 주한미군이 직접 주둔했던 DMZ 서부전선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생태환경조사를 통해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현재 반환되는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도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권 차원에서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시민의신문>은 35년 전 미군이 철수한 또 다른 지역에서 환경오염이 계속되고 있는 현장을 확인해 또다시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