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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에 핀 코스모스.
ⓒ 한명라
지금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집의 열두째인 제 동생은 저와는 두살 터울입니다. 동생은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이를 포함하여 1남 2녀를 두고 있어서, 1녀 1남을 둔 언니인 저를 수적으로 단연 앞서 있습니다.

그 동생이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저에게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지난해에 동생네 가족이 양평에 있다는 어느 펜션에 다녀 왔는데,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상 보트도 타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노라고, 올해에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다녀 오자고 했습니다. 특히 지리산에서 직접 공수해 온 흑돼지를 참나무에 구운 바비큐 요리 맛이 매우 뛰어나다고 자랑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동생의 이야기에 "그러면 그렇게 하자"고 일단 대답은 했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별로 확실치 않아 보였습니다.

▲ 아름다운 야생화들(좌). 물잠자리와 거미, 작은 폭포가 있는 정겨운 풍경이 아름답습니다(우).
ⓒ 한명라
그 당시 동생은 살고 있던 집에서 근처의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한다고 이사 날짜를 8월 16일로 잡아 놓았습니다. 때문에 8월 23일이 개학인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이삿짐 정리도 덜 되어 있을 동생네 가족과 늦은 휴가를 과연 떠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저의 그런 생각이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 주기라도 하려는 듯 이사를 한 바로 다음날, 저에게 아이들과 함께 다녀 갈 것을 간곡하게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동생네 가족과 뒤늦은 휴가를 떠나기 위해 지난주 금요일(8월 19일) 저녁 8시에 창원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아이들과 서울로 향했습니다.

토요일인 다음날 동생집에서 점심으로 감자 수제비를 끓여 먹고, 무려 8명이라는 대가족이 승용차 한 대에 겹겹이 포개 앉아 양평으로 출발했습니다.

늦게 여동생 가족과 휴가를 갔습니다

강변도로를 따라 양평으로 가는 길은 무척 상쾌했습니다. 하루 전날 많은 비가 내린 까닭에 서울의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 하늘을 보는 듯했습니다. 가시 거리가 거칠 것 없이 탁 트여 있어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을 아낌없이 보여 주려는 듯 맑고, 투명한 파란 하늘을 보며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구나'하면서 1시간 정도를 달려 목적지인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자갈이 깔린 주차장에 내려서서 펜션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주변 경관에 저는 쉴 새 없이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도도하게 흐르는 남한강과 바로 맞닿아 있는 그 펜션은 주변에서 단연 돋보이는, 마치 보석 같은 존재였습니다.

사실 그 펜션을 향해서 오는 도중, 지나 온 국도 주변은 셀 수 없이 많은 모텔들이 줄지어 있어서, 아직은 어린 자녀들과 동행하여 오고 가기에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담스러웠습니다. 대부분의 모텔들은 마치 유럽풍의 호화로운 궁전처럼 고급스럽게 건축되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그런 낯부끄러운 풍경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그 펜션은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다양하게 운영하여 경기도 최초 관광 펜션 1호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 놀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여러가지 야생화가 잘 가꾸어져 있는 전시장, 야생화 산책로를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는 정원에는 작은 폭포가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폭포 밑 연못에는 부레옥잠이 보랏빛 꽃을 하나 가득 피우고 있고, 검은 벨벳 옷을 입은 듯한 물잠자리가 떼를 지어 날아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는 그네도 설치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손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습니다.

펜션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아주 작은 들꽃 하나도 허술하게 놓칠 수 없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는 저에게 동생은 아이들에게 수상 보트를 태워 주자고 합니다.

바나나 보트, 신나게 날았다~

▲ 수상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한명라
토요일 오후인 탓인지, 많은 동호회원들이 수상 스키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남녀노소 검게 탄 건강한 모습으로 익숙하게 수상 스키를 즐기는 모습은 저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미 1년 전에 수상보트를 타 봤다는 조카들은 즐거움에 들떠서 '날으는 바바나 보트'를 뒤집어질 정도로 붕 띄워 달라며 요구사항이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수상 보트를 처음 타 보는 우리 아이들은 어린 사촌동생들을 보면서 은근히 불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다섯 명의 아이들만 태우기에는 무게와 중심을 잡기 어렵다는 이야기에 동생 부부는 저에게 아이들과 함께 보트에 탑승하기를 권했지만, 저는 끝끝내 거절을 했습니다.

이윽고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수상 보트에 올라 탄 여섯 명의 가족은 환호성을 지르며 쏜살같이 남한강 저편으로 달려갔고, 이내 우리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잠시 후 되돌아 온 아이들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어 함박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때 제부가 방심하고 있는 두 남자아이를 순식간에 강물에 밀어 넣었습니다. 구명조끼를 입은 탓에 강물에 둥둥 떠 있던 아이들은 제법 수영 솜씨를 뽐내면서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흠뻑 젖었지만 미처 갈아 입을 옷을 준비하지 않은 조카는 하는 수 없이 승완이 형의 바지와 러닝셔츠로 갈아 입었습니다. 하지만 노팬티에 계속 허리가 흘러내리는 커다란 바지 때문에 조카 아이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패션을 선보여야 했습니다.

여동생의 셔츠는 여자 그림이 그려 있어서 절대로 입을 수 없다는 조카에게, 동생의 반팔 셔츠는 안에 입고 그 셔츠 위로 승완이 형의 러닝셔츠를 겹쳐 입게 했더니, 조금은 못마땅해도 어쩔 수 없는지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이윽고 강물이 흘러가는 풍경이 한눈에 보이고, 야생화가 피어 있는 정원이 함께 하는 야외 바비큐장에서 지리산 흑돼지 바비큐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 가족들은 한자리에 앉았습니다.

지리산에서 사육한 토종 흑돼지로 만든 바비큐 요리는 유난히 기름기도 적고 쫄깃쫄깃하여 아이들까지도 맛있게 잘 먹습니다. 모처럼 야외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서 한가하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은 마음을 여유롭게 합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중학생과 초등학생, 유치원생인 다섯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물잠자리를 쫓아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그네를 타러 또 우르르 몰려갑니다.

도자기 체험도 했어요

모처럼 세 명의 아이들에게서 벗어나 여유로운 동생은 저에게 식당 2층에 위치해 있는 카페에 가보자고 합니다.

카페는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화가의 집과 도자기 체험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중견작가들의 그림과 조각들을 전시하고 있는 카페와 도예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어린아이에서 어른까지 직접 도예 작품을 체험할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초벌구이된 도자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과 글씨를 그려 넣으면 세상에 둘도 없는, 오로지 자신만의 도자기를 가질 수 있고, 또 물레를 직접 돌려가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도자기 체험실은 그 어느 공간보다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카페에서 내려오면서 1층 복도 게시판에 붙여 있는 몇 장의 게시물이 저의 눈에 띄였습니다.

게시물에 의하면, 처음에는 러브모텔을 인수하여 2주일 정도 운영하다 가족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펜션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문화레저타운으로 변화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다는 '토마토밸리'는 이미 많은 언론에 소개되어 있는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 남한강변의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석양이 아름답습니다.
ⓒ 한명라
경치가 빼어난 남한강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함께 숙식을 하면서 수상스키를 비롯한 다양한 수상 레저도 즐길 수 있고, 강변에 위치한 야생화 전시실에서 수시로 피고 지는 400여종의 들꽃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 자신만의 도자기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도자기 체험실 등으로 '경기도 관광 펜션 1호'로 지정된 토마토밸리는 남한강변이 '러브호텔 밀집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는 데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강변의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노을, 온갖 야생화가 피고 지는 아름다운 정원을 연두빛 조명으로 밝히는 석등을 카메라에 담고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부드러운 웃음으로 자상하게 보살펴 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신 사장님께 보랏빛 꽃이 피어 있는 부레옥잠 3포기를 얻어 와, 세째언니와 동생, 저 이렇게 세 자매가 나눠 갖는 것으로 늦은 여름 휴가는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동생네 가족과 함께 보낸 이번 여름 휴가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의 기억 속에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아서, 제가 지치고 힘들때 큰 힘이 되어 줄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 지리산 흑돼지 바베큐 요리와 도자기 체험장.
ⓒ 한명라

덧붙이는 글 |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합니다.

'토미토밸리' 홈페이지에 가시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tomatovalle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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