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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에 있는 흥덕왕릉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에 있는 흥덕왕릉 ⓒ 추연만
우선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에 있는 흥덕왕릉을 보자. 이 능은 신라무덤 가운데 주인이 밝혀진 몇 기의 왕릉 중 하나로 신라 42대 흥덕왕의 능이다. 흥덕왕은 최근 종영된 <장보고>란 TV드라마에도 등장하는데, 무역왕 장보고를 청해진 대사로 임명한 신라의 왕이다.

경주시 외동읍의 괘릉을 처음 갈 때 들던 의문은 괘릉과 정반대 방향인 이곳 흥덕왕릉을 오르는 길에서 또 반복된다.

'왕은 왜 경주시와 꽤 거리가 먼 산자락에 묻혔을까?'
'궁궐과 거리가 있는 곳에 능을 만들면 가까운 곳보다 더 많은 장비와 인력이 투입될 텐데, 왜 이곳을 택했을까? 왕권의 확대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흥덕왕릉은 너른 안강평야가 한눈에 내려보이는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혹시 넓은 평야와 왕릉 위치가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괘릉이 있는 곳도 주위에 넓은 외동평야가 있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아무튼 그 시대는 농업이 산업의 중심인 이상, 토지는 지배권력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리란 짐작을 할 뿐이다.

솔숲 사이로 보이는 왕릉
솔숲 사이로 보이는 왕릉 ⓒ 추연만
왕릉 오르는 숲길엔 향긋한 솔향이 코끝을 맴돈다. 빽빽히 우거진 송림이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한다. 풍파에 굴하지 않고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가 왠지 기개가 있어 보인다. 더불어 세월만큼 나이가 들어뵈는 큰나무도 있고 그 사이로 구부정하게 뒤틀린 나무들도 보인다. 이렇게 솔은 숲은 이뤄 왕릉 가는 길을 더욱 운치있게 한다.

외동의 괘릉은 웅장한 무덤 못지않게 쭉쭉 뻗은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 왕릉의 분위기를 더 친근하게 하듯, 흥덕왕릉은 너른 솔숲의 평온함으로 방문객이 자주 발걸음을 한다. 이런 분위기는 안강읍의 초·중등학교가 이곳을 단골 소풍지로 선택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적지로 지정된 왕릉은 잘 다듬어진 푸른 잔디가 펼쳐 있고 눈을 올려보는 곳에 자리한 능은 외동의 괘릉에 비해 웅장한 맛은 적으나 전체적으론 비슷하단 느낌. 그러나 주위 소나무들과 조화를 이룬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또 다른 느낌이 오기도 한다.

십이지상의 일부. 양각의 조각미가 세련된 모양을 띤다.
십이지상의 일부. 양각의 조각미가 세련된 모양을 띤다. ⓒ 추연만
왕릉 입구에는 능을 호위하는 무인상이 마주보고 있고 그 뒤로 문인석 한쌍이 마주보고 서 있다. 둥근 봉분 아래는 무덤 보호를 위한 둘레석이 있으며 양각의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도 조각되어 있다. 이 빼어난 조각들은 괘릉의 그것과 더불어 원형이 잘 보존된 것으로 예술가치가 높다는 평이다.

그러나 흥덕왕릉을 찾은 이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은 무덤입구에 서 있는 아랍인 얼굴을 한 무인석이다. 무인석의 이목구비는 분명 서양인의 모습이 분명하며 터번(아랍인 두건)이나 의복 등을 자세히 보면 아랍인 모습인 걸 금방 알 수 있다.

신라사람들은 왕릉을 지키는 장수의 얼굴을 왜 서역인으로 조각했을까? 신라인들은 덩치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랍인의 모습이 왠지 낯설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장대한 몸체와 이색적인 용모에서 풍기는 것을 '능 지킴이'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흥덕왕릉의 무인상(왼쪽)과 괘릉의 무인상. 둘 다 아랍인의 모습이다.
흥덕왕릉의 무인상(왼쪽)과 괘릉의 무인상. 둘 다 아랍인의 모습이다. ⓒ 추연만
무인석상은 신장이 약 250㎝이나 되는 큰 체구이며 부릅뜬 큰 눈과 콧등이 우뚝한 매부리코 그리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큰 얼굴이며 머리에는 아랍식 둥근 터번을 쓰고 있어 퍽 인상적이다. 이와 흡사한 무인석상은 괘릉에도 있다. 지난 5월 경주를 방문한 이라크국립박물관 연구원들은 괘릉의 무인상을 보고 '자신들의 조상을 닮은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왕릉 무인상에 아랍인의 얼굴을 조각할 정도로 신라인들은 서역인과 활발한 국제교류를 한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이 '국제무역왕' 장보고가 활약한 시대를 전후로 괘릉과 흥덕왕릉이 축조된 것으로 보아, 이는 설득력이 있다. 당시 아랍인들은 당나라와 유럽을 잇는 상인 역할을 함으로써 자연스레 신라인과도 활발한 교류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

솔숲과 잘 어우러진 괘릉(5월 촬영)
솔숲과 잘 어우러진 괘릉(5월 촬영)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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