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잎에 둘러싸인 활래정의 모습
연잎에 둘러싸인 활래정의 모습 ⓒ 강지이
묵객들이 남겨 놓은 싯귀가 방문객을 반기고...
묵객들이 남겨 놓은 싯귀가 방문객을 반기고... ⓒ 강지이
활래정을 지나 보이는 넓은 마당을 걷다 보면 바로 앞에 길게 쭉 뻗은 이 집의 행랑채를 만날 수 있다. 집의 전경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 오는데 집 뒤로는 양쪽에 야트막한 산이 있어 '좌청룡 우백호'의 최고 풍수지리적 위치이다. 앞에는 경포호가 있고 뒤로는 야산 두 개가 집을 감싼 모양이어서 풍수지리적으로 매우 뛰어난 자리라고 한다.

총 행랑채의 칸 수만 해도 23칸이나 된다고 하니 이 집의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카메라 렌즈 하나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행랑채는 조선 후기 권세가의 화려한 가옥 구조를 대변한다. 행랑채 중간에는 남자들이 드나드는 솟을 대문과 하인 및 여자들이 드나드는 작은 문이 따로 나 있다. 남존여비 사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은 문은 남녀가 내외를 하도록 칸막이까지 쳐 있다.

이 긴 행랑채에 머물렀을 하인의 수만 해도 엄청나다.
이 긴 행랑채에 머물렀을 하인의 수만 해도 엄청나다. ⓒ 강지이
남자 선비들만 드나들었던 솟을 대문
남자 선비들만 드나들었던 솟을 대문 ⓒ 강지이
여자와 하인이 이용하는 작은 문 - 나무로 겹문을 만들어 내외를 하도록 했다.
여자와 하인이 이용하는 작은 문 - 나무로 겹문을 만들어 내외를 하도록 했다. ⓒ 강지이
이 집은 전형적인 북방계 가옥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른바 '겹집'의 형태를 띤다. 방 뒤로 다시 작은 복도가 있어서 추위를 막고 북풍을 이중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온돌도 발달하여 온돌 밖으로 따뜻한 기운이 새어나가지 않게 작은 쪽문을 달아 놓은 아궁이도 있다. 옛날에는 하인이 직접 이 아궁이로 들어가 불을 땠다고 하니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겹집의 모습을 보여 주는 방과 뒤로 난 복도
겹집의 모습을 보여 주는 방과 뒤로 난 복도 ⓒ 강지이
하인이 들어가서 장작불을 땠다는 아주 조그만 아궁이 문
하인이 들어가서 장작불을 땠다는 아주 조그만 아궁이 문 ⓒ 강지이
집에는 역사의 질풍노도를 보여 주는 흔적들이 꽤 많다. 선교장의 곳간이나 사랑채는 집의 규모를 말해 주는 듯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특히 곳간의 경우 1908년 영동 지방 최초의 학교인 동진학교로 개조하여 쓰일 정도였다고 하니 주인의 학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보여 주는 듯하다. 지역 인재를 양성하던 이 학교는 여운형 선생이 영어 교사로 재직 당시 일제의 탄압으로 폐교되었다.

열화당이라는 주인 남자의 거처에는 독특한 양식의 구조물이 공존하는데, 한옥과 어울리지 않게 서양식 테라스가 붙어 있는 이상한 구조이다. 이것은 문호 개방 이후 러시아 세력이 우리나라에 침투해 들어 올 때, 친절하게 거처를 제공해 준 주인에게 감사하다는 표시로 러시아 공관에서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처마 구조가 불편하게 생각되어서인지 직접 러시아 양식으로 설계해 물이 빠지는 홈통까지 설치해 놓았다.

만석꾼인 집주인의 경제력을 보여 주는 큰 곳간
만석꾼인 집주인의 경제력을 보여 주는 큰 곳간 ⓒ 강지이
러시아 공관에서 선물했다는 테라스가 부착된 처마
러시아 공관에서 선물했다는 테라스가 부착된 처마 ⓒ 강지이
이 집의 뒷산은 정원의 역할을 한다. 조선 시대에는 집 안에 나무를 들여와 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겨 주로 집의 후정(後庭)을 선호하였다. 여름에는 솔 향과 시원한 바람이 들도록 하고 겨울에는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으니 정원 하나에도 선조들의 깊은 지혜가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뒷산을 정원으로 삼은 선교장의 전경 - 소나무밭이 멋지다
뒷산을 정원으로 삼은 선교장의 전경 - 소나무밭이 멋지다 ⓒ 강지이
선교장을 모두 둘러 보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남아 있는 건물 하나 하나마다 깊은 뜻이 있고 아름다움이 살아 있으니 강릉에 가면 꼭 한 번쯤 가볼 만하다. 특히 이곳에는 친절한 문화 해설사 선생님들이 많이 계셔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모두 흥미를 느낄 만한 과거 이야기가 많다.

서울에서 가는 길은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까지 간 후 강릉 나들목을 나와 좌회전 한 후 속초 방면으로 가다가 만나게 되는 7번 국도에서 사거리가 나오면 직진하면 된다. 인근에 경포대와 허균 생가, 오죽헌 등이 인접해 있어 다른 관광지와 연계하여 방문하기에도 좋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7번 국도를 따라 간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될 예정이며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올 7월 중순의 강원도 해변 여행을 토대로 하여 쓴 것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