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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럇!”

먼저 창을 내어지른 쪽은 서흔남이었다. 김돌석은 몸을 비틀어 이를 피하고선 날카롭게 쌍검을 비스듬히 눕혀 베어 들어갔다. 그 날카로운 기세에 겁을 집어먹은 서흔남은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창을 들어 막아라!”

두청의 말에 서흔남은 엉겁결에 정수리 쪽으로 휘어지며 내려오는 쌍도의 일격을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장판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훈수두기 없기요!”

김돌석은 다시 한 번 똑같은 공격을 가했고 서흔남은 또 다시 창을 들어 막으려 했다. 그 순간 서흔남의 손이 시큰 거리며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창 두 개가 동시에 수 걸음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서흔남이 창을 주우러 몸을 돌리는 찰나 이미 김돌석의 칼은 그의 목에 서늘하게 닿아 있었다.

“이겼다!”

장판수의 목소리와 함께 병사들의 환호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한 서흔남은 힘없이 자신이 서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아까는 우리가 나설 자를 미리 말했으니 다음은 그 쪽에서 나설 이를 먼저 밝히시오.”

두청의 말에 차예량이 칼을 뽑아들고 나섰다.

“내가 나서리다.”

두청은 여유롭게 웃으며 뒤에 서 있는 부하에게 두 쌍의 묵직한 도끼를 받아든 후 이를 돌려 보였다. 장판수가 그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차예량에게 주의를 주었다.

“보기보다 보통 놈이 아닌 듯 하니 각별히 조심하라우.”
“걱정마시오. 형님.”

장판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차예량은 두청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먼저 두청이 들고 있는 병기부터 그에게는 우습기 짝이 없었다. 자루 짧은 도끼 한 쌍으로는 한발 멀리서 찔러 들어오는 칼을 막기에 어려울 것이고, 그 무게로 인하여 빠르게 휘두르기에도 적합하게 보이지 않았다. 비록 칼을 많이 잡아보지 않은 차예량이었지만 이러한 승부에는 자신이 있었다.

‘뭔가 생각이 있어 보이는 놈 같았는데 저토록 어이없는 무기를 들고 덤비다니!’

차예량은 한발을 내밀어 칼을 앞으로 쑤욱 뻗었다. 그 순간 두청의 눈이 살기를 담아 번쩍 빛났고 장판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

-째 재쟁!

날카로운 금속의 파열음과 함께 부러진 칼 도막이 튀어 올랐고 간담이 서늘해진 차예량의 목에는 두청의 도끼를 막아낸 장판수의 칼이 들어서 있었다. 일인 즉, 두청은 자신을 향해 찔러온 차예량의 칼을 순식간에 도끼를 하나를 내던져 부러트린 후 재빠르게 몸을 날려 다른 손의 도끼로 한 번에 머리를 찍으려 했던 것이었다. 이를 간파한 장판수는 칼을 빼들고 그 무서운 일격을 가까스로 막아내어 차예량의 목숨을 구한 것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비겁하게 둘이서 나 하나를 상대하겠다는 것이오?”

장판수는 두청을 무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번은 우리가 패한 것이네! 한명씩 승리했으니 마지막은 내가 나서갔어! 니래 또 나서도 좋으니 한 싸움에 결정짓자우!”

장판수가 나선다면 칼 쓰기를 당해낼 이는 상대방에게 없다고 여긴 차예량은 방금 전의 일도 잊고 다시 호기롭게 소리쳤다.

“자신 없으면 이놈들을 물리고 병사들을 내어 놓거라!”
“그럴 리가 있겠소? 우리 쪽에 장초관만한 사람이 없지는 않소.”

두청이 불러 내세운 이는 성벽 위에서 장판수를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이죽거린 군관이었다. 장판수는 마침 잘 되었다며 손바닥에 침을 뱉고 칼을 단단히 잡았다.

“기래, 낮에 당한 분풀이는 확실히 하지! 어서 덤벼 보라우!”
“이봐 장판수.”

군관은 여전히 이죽거리는 투였고 이는 장판수의 심기를 자극했다.

“무슨 신소리를 하겠다고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네!”
“자네 이진걸이를 알지? 그 밑에서 칼 좀 만져봤다며? 나도 그랬으니 우린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셈이구먼?”

군관에게 이진걸이란 이름을 들은 순간, 장판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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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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