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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이용한 광고
거울을 이용한 광고 ⓒ 양중모
그러다 얼마전 동대문운동장역 등 몇몇 역사에서 참으로 특이한 광고를 접하게 되었다. 역사 벽면 전체나 기둥 전체를 아예 광고로 도배해버린 것이었다. '이제는 전철 역사를 아예 광고로 도배를 하는구만'이라고 무심코 지나쳐 넘어가려 했건만, 시간이 지나면서 때때로 안내문을 보는 등 어려움이 있자,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기발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전철 이용은 어쨌든 시민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화장실 안내 찾는 것이 숨은 그림 찾는 듯.
화장실 안내 찾는 것이 숨은 그림 찾는 듯. ⓒ 양중모

전철 역사를 지나 전철에 타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철에는 비상마스크 보관함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앞면은 온통 광고로 장식되어 있었다.

비상마스크 보관함이지만 설명문이 있어야 할 앞에는 광고가 자리하고 있다.
비상마스크 보관함이지만 설명문이 있어야 할 앞에는 광고가 자리하고 있다. ⓒ 양중모
비상마스크 보관함을 설치한 것에 대해서는 찬성이지만, 광고로 도배된 전철 역사도 모자라, 전철 안에서까지, 그것도 비상시 바로 써야 하는 물품 앞에 사용법이 아닌 광고가 부착되어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했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비상마스크 보관함을 설치할 때 광고 대행사에서 보관함을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대신, 그렇게 하기로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빨간색으로 표시해 비상마스크 보관함을 알리려고 하는 등 보완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광고에 밀려 정작 사용법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한다는 사실은 쓰디쓴 현실이다.

게다가 전철 안 구석구석 살펴보니, 정말 고쳐야 할 것들도 많았다. 전철 안에 소화기가 놓여있고, 그 옆에는 소화기 사용법이 쓰여있다. 글씨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은 그렇다 쳐도, 너덜너덜 해져 아예 사용법을 알 수 없게 된 것들도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소화기 사용 안내법
너덜너덜해진 소화기 사용 안내법 ⓒ 양중모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을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바꾸면서, 소화기 사용법도 전면 교체하고 있고, 늦어도 내년 6월 말까지는 다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그 이전에 사고가 난다면, 그 때는 어찌할 셈인가.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또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우를 만난다. 비상시 누르라고 되어 있는 비상 부저가 지나치게 높이 달린 것이다. 비상 부저가 주로 노약자석 쪽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비상시에 과연 누르는 게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높게 달려 키가 작거나 몸이 불편하면 누르기 힘든 비상부저
지나치게 높게 달려 키가 작거나 몸이 불편하면 누르기 힘든 비상부저 ⓒ 양중모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1m 85cm 높이 정도인데 내년 6월 말까지 1m 50cm 정도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보다 효율적이게 하기 위해서 비상통화장치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부저를 대신할 비상 통화 장치다.
비상부저를 대신할 비상 통화 장치다. ⓒ 양중모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아무리 공익을 추구하는 집단일지라도 돈이 없으면 뜻한 바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전철이나 전철 역사가 광고로 물들어 가는 것에 대해 마냥 비난하기만 힘든 점도 있다.

광고가 있으면 안내문 주목도가 떨어진다.
광고가 있으면 안내문 주목도가 떨어진다. ⓒ 양중모
국민의 혈세를 한 없이 쏟아 부을 수는 없는 만큼 그 이외의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달리 해보면, 그 곳에 광고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나 광고를 하게 허가해주는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 또는 가족들이 전철을 타고 다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적어도 안전 표시를 위해 광고량을 줄이는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광고가 없을 때는 안내문만이 보인다.
광고가 없을 때는 안내문만이 보인다. ⓒ 양중모
한때 광고학도를 꿈꾸었던 나로서 이런 저런 틈새를 찾아내 광고를 성사시키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결국은 그것도 사회의 안전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중에 대형사고가 터져 비난의 화살이 광고를 했던 업체나 그를 허용해준 공사측에 돌아간다면 그 때는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

변화의 노력이 보인다.
변화의 노력이 보인다. ⓒ 양중모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실제로 전철 내부에는 그런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의 말처럼 비상통화장치가 설치된 곳도 있고, 도시철도공사 구간을 타보면 예전에는 오로지 광고뿐이었던 광고판에 비상시 행동요령 등이 들어가 있다.

또한 민원이 접수되면, 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을 팔기 위한 광고가 필요악이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보다 공익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 그런 기발한 마케팅기법을 동원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광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들도 여러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 잘 압니다. 다만, 조금 더 시민을 배려하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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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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